[사진=123RF][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이지만 금 보유량은 36위에 그치고 있다. 최근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 속에 각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에서 유동성 확보를 우선시해 10년간 금을 매입하지 않고 있어서다.
1일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은이 보유한 금은 104.45t으로 세계 중앙은행 중 36위를 기록했다.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량 순위를 살펴보면 미국이 8133.46t으로 가장 많았고, 독일(3355.14t)과 이탈리아(2451.84t), 프랑스(2436.75t), 러시아(2301.64t), 중국(2010.51t), 스위스(1040t), 일본(845.97t), 인도(787.40t), 네덜란드(612.45t) 등이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우리나라의 금 보유량은 터키(541.80t), 대만(423.63t), 태국(244.16t), 알제리(173.56t), 필리핀(157.06t), 이라크(130.32t), 이집트(125.32t), 리비아(116.64t) 등보다도 적었다.
우리나라 전체 외환보유액(4163억3091만달러)에서 금 보유액(60억9060만달러)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46%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 말 기준(4253억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이지만 금 보유량은 매우 적은 상황이다. 금 보유량은 2012년 4분기 기준 84.44t에서 2013년 1분기 104.44t으로 20t 늘어난 뒤로 10년째 변화가 없다.
한은은 2013년 2월 20t을 마지막으로 금을 매입하지 않고 있다.
반면 최근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금 매입을 늘리는 추세다. 한은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3월까지 5개월 연속 금을 매입하면서 1978년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는 올해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2012∼2013년 우리나라가 금 보유량을 확대할 당시에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증가 추세였고, 금 보유량 자체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금을 매입했지만 지금은 외환보유액 규모가 정체돼 있고, 투자 다변화가 이뤄져 있어 금을 매입할 이유가 줄었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이나 서유럽 선진국들은 금 본위제 당시 보유하던 금을 계속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금 보유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 부설기관인 외자운용원 관계자는 “금은 한번 사놓으면 수시로 매매하기가 어렵다. 위기 시에 손쉽게 팔거나 해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수가 없다”면서 “최근 금 매입을 늘리는 중국, 터키, 이라크, 인도 등은 외환보유액 관련 투자 다변화가 돼 있지 않고 금을 안전자산의 일환으로 늘리고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외환보유액이 다변화돼 있고 다른 안전자산이 있으면 굳이 금을 매입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금 매입 여부에 대해서는 “국제 금융시장 여건, 외환보유액 규모, 투자 다변화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