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다. 자극과 반응의 형태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에너지 흐름에 올라타는 동물이다. 집단에 의지하며 장기판의 말이 된다. 집단에 의사결정을 떠넘긴다. 가장 중요한 하나가 전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 중요한 하나는 나중에 드러난다.
우리는 야망, 의도, 목적 따위 심리적인 이유를 대지만 거짓이다. 그건 그냥 설명하기 좋은 말에 불과하다. 갖다붙인 말이다. 대부분 에너지의 문제다. 핸들을 잡기 전에는 야망도 있고 계획도 있었지만, 핸들을 잡는 순간 핸들의 노예가 되어 차가 가는 대로 따라간다.
전쟁이 터지면 초반에는 의지가 강한 쪽이 이긴다. 독일과 일본이 정신력을 강조하는 이유다. 막판은 생산력이 결정한다. 총력전이 되면 땅이 넓고, 자원이 많고, 인구가 많은 쪽이 이긴다. 소련과 미국의 생산력이 독일과 일본의 생산력을 능가했다. 정신력 필요 없다.
문제는 이러한 본질이 초반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싸움판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싸움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초반에는 의외성이 작용한다. 운과 확률이 결정한다. 집단 중에서 가장 강한 하나가 전체를 결정한다. 항우가 유방을 이긴다.
막판에는 그 반대가 된다. 내팀내가 작동하여 올라갈 팀이 올라간다. 전쟁은 원래 수비가 유리하다. 공격은 강점이 있어야 하지만 수비는 약점이 없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약점이 없는 유방이 보급이 곤란한 항우의 약점을 추궁하여 이긴다. 결국 보급이 결정한다.
대부분의 쿠데타 시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쿠데타가 성공하는 이유는 정부의 대응도 허술하기 때문이다. 이쪽에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면 시간이 걸리고 정보가 샌다. 정부가 대응을 강화한다. 결국 허술한 시도가 오히려 성공한다. 운이 결정한 것처럼 보인다.
상대가 맞대응을 하면 유체역학이 작용한다. 자원의 질이 균일한 쪽이 이긴다. 강체는 집단 중에서 가장 강한 것 하나가 승부를 결정하고 유체는 집단 중에서 가장 약한 것 하나가 승부를 결정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원리가 보편적으로 무수히 관찰된다는 점이다.
노자는 이유극강이라고 했다. 유체가 강체를 이긴다는 말이다. 초반에는 강체가 이기고 막판에는 유체가 이긴다.
늑대에 쫓기는 사슴은 직진만 선택한다. 달리는 행위가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한다. 달리는 사슴은 유체의 상태가 되어 있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자해를 한다. 어떻게든 행동하려고 하는데 궁지에서는 나쁜 행동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거나 마구잡이로 투척하면 나빠져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를 잡는다. 자신을 구해주려는 사람을 물속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
내시균형에서 죄수는 차악을 선택한다. 그것을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약간의 액션을 한 것이다.
인지부조화는 행위에 맞추어 인지를 왜곡한다. 행위에 방해받지 않으려고 한다. 행위를 우선한다. 행위는 집단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개별적인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저질러서 반응을 보려고 한다.
스톡홀름증후군은 피해자가 인질범을 두둔한다. 인질범은 적절히 역할을 주는 방법으로 가스라이팅을 시도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유권자의 맞대응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의 문제다. 어떻게든 상대가 대응하면 강체가 유체로 바뀐다. 가장 약한 것이 승부를 결정한다. 유권자는 정치인을 이겨먹으려고 하므로 그의 약점 하나만 주목한다.
정치인이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실패한다. 상대가 그 약점에 관심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구멍을 보면 털어버리려고 하는게 인간이다.
계급배반투표는 유권자가 액션을 제공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다. 진보진영은 말로 설명하려 들 뿐 행위를 제공하지 않는다. 혁명 중에 농민이 반동세력의 편에 서는 이유는 혁명파가 농민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보수정당에 가는 이유는 그곳에서 받아주기 대문이다. 액션을 따라가는 것이다.
관객은 마술사의 손동작에 홀린다. 액션에 대응하려고 한다.
도박꾼은 오링되기 전에 도박판에서 일어서지 못한다. 오링되어도 판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떠나서 당장 취할 액션이 없기 때문이다. 액션은 연속성이 있으며 인간은 그 연속성의 사슬 안에 머무르려고 한다.
유체는 간섭받는 상태다. 초반은 간섭받지 않는 마라도나의 단독 드리블로 이기지만 막판에는 간섭받는 티키타카로 이긴다. 간섭받으면 의외성이 감소한다. 진보는 간섭을 늘리려고 한다. 초반부터 간섭하면 망하고 막판에는 간섭해야 한다. 롬멜은 간섭이 없어야 잘하고 소련군은 정치장교를 투입해서 간섭해야 이긴다.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은 결국 더 많이 간섭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반의 간섭은 억압이다. 자유와 간섭의 균형과 조절이 핵심이다.
이들은 모두 강체를 유체로 만드는 것이다. 입자를 질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권력은 인간을 연속적인 액션에 가둔다. 액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된다. 이때 앞의 행동이 기관차가 되고 뒤의 행동이 객차가 된다. 앞행동에 권력이 있다. 인간은 막연히 권력을 지향한다. 그냥 핸들을 쥐려고 한다.
인간은 단순히 자극하여 상대의 대응을 떠보려고 한다. 응수타진하며 시간을 끈다.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선택을 하는게 아니라 눈앞의 공을 받아내려고 한다. 상대방 진영으로 공을 떠넘긴다. 상대방 역시 자극하는 행동으로 응수한다. 양쪽 진영의 행동이 양의 되먹임을 이루고 폭주하면 애들싸움이 어른싸움으로 커진다.
싸움이 벌어지면 인간은 흥분하고 일단 흥분상태를 유지하는 쪽으로 기동한다. 흥분상태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인간은 두려워한다.
진보는 차분하게 설명하려고 하지만 유권자는 군중의 흐름을 보고 가세하려고 한다.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일제히 걸어가고 있으면 일단 뒤에 가서 붙는다. 그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지만 어차피 승부는 최종단계에서 나므로 상관없다. 일단 판을 키우고 보는 것이다.
군중심리에 따른 행동이 인류의 진화를 끌어냈음은 물론이다. 큰 틀에서는 맞는 행동이다. 진보진영의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 투척은 오히려 위험하다. 차분히 설명하자면 설명할 수 있는 것만 설명한다. 밑바닥 본질은 논외가 된다.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동원력과 생산력은 건드리지 않는다.
인간이 시행착오의 동물인 이유다. 처음 진보가 설익은 아이디어를 냈다가 실패하고 보수의 반동 역시 실패하고 다시 진보가 동원력과 생산력이 뒷받침되는 구조를 만들어서 업그레이드된 다음에야 마침내 성공한다.
막판에는 내팀내가 작동한다. 심리학은 물리학으로 바뀐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유체역학이 최종적으로 답을 낸다. 인간은 판이 커진 상태에서 정해진 법칙대로 행동한다. 인간은 누구나 내시균형에 갇혀 있다. 극한의 법칙에 지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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