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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돈' 920조원 맡은 국민연금 …'非전문' 기금위가 투자 가이드

생활경제·연금. 자동차일반

by 21세기 나의조국 2023. 2. 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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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돈' 920조원 맡은 국민연금 …'非전문' 기금위가 투자 가이드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입력 2023. 2. 2. 17:36
 
기금운용위원회 졸속 운영
장·차관 정부위원 30% 차지
회의 불참, 대타 보내기 일쑤
민노총도 작년 딱 한번 참석
加·노르웨이 등 해외 연기금
모두 금융·투자전문가로 꾸려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선해야"
 

920조원(2022년 11월 말 기준) 규모 국민연금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을 최종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당연직·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관계 전문가 등 총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정부 소속 기금위원이 6명(30%)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 등 4개 부처 차관과 국민연금 이사장이 당연직을 맡고 있다. 관계 전문가 위원 2명도 국책연구기관장 출신으로 정부 측과 가깝다.

당연직 비중이 높음에도 출석률은 저조하다. 2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고용부·농림부 차관은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산업부와 기재부 차관도 직접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다. 이들은 각각 한 차례, 두 차례 대참 형태로 참석했다.

 

 
현행 국민연금 기금위는 전문성보다는 대표성을 강조하는 구조다. 하지만 소속 단체를 대표하는 이들의 기금위 회의 참석률은 저조하다. 근로자를 대표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경우도 지난해 회의에 단 한 차례 나온 것이 전부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금위 회의는 정족수를 겨우 채우는 때도 적지 않다. 일례로 지난해 9월 열린 5차 기금위 회의는 의결정족수 하한선인 11명을 가까스로 채워 열렸다. 또 2021년 12월 11차 기금위는 서면으로 마무리됐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기금위원장)은 2일 열린 기금위 합동 연찬회에서 "기금 소진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 신뢰를 높여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기금위 운영은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의원은 "기금위의 당연직 정부 측 위원들은 국민 혈세로 마련된 국민연금 기금 관리와 운용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지만 낮은 출석률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금위는 기금 운용 지침, 연도별 운용 계획, 운용 결과 평가 등 기금 운용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만큼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기금위 결정은 국민연금공단 내 기금운용본부의 가이드라인이 돼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만큼 기금 운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기금위 구성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5~2016년 기금위에서 총 143건이 심의·의결됐는데 대부분 원안 그대로 의결되거나 조건부로 의결됐다. 재심의한 안건은 3건에 그쳤다.

정부 내부에서도 현행 기금위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는 2021년 기금운용 평가 보고서에서 "기금위는 위원 20명 중 5명이 장차관이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이는 기금 운용 결정 과정에 복지부, 위원회, 공단 간 권한과 책임 범위를 비롯해 업무 위임 범위가 애매한 측면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해외 주요 연기금 등 운영 사례를 참고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캐나다 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이사회는 기업 최고경영자, 대학교수 등 총 12명의 금융·투자 전문가 집단으로 꾸려진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기금 운용·관리를 노르웨이 중앙은행에 위탁한다. 이사회 위원 10명은 모두 투자·금융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국민연금 이사장)은 "해외 주요 연기금은 기금 운용의 전체 방향을 정하고 자산을 배분하는 중요한 결정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며 "국민연금 기금위 구성으로는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힘든 만큼 현재 기금 운용 지배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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