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27 07:02ㅣ최종 업데이트 23.01.27 07:02
[검증대상] "난방비 폭등은 문재인 정부 탓" 김기현-성일종 의원 발언
올겨울 난방비 폭등으로 서민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여야 간에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난 20일 "정부는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했지만 올해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만 밝히며 국민들이 느끼는 부담에는 여전히 귀를 막고 있다"고 비판하자, 국민의힘은 그 책임을 이전 정부에 돌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때문에 난방비가 올랐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자 적반하장의 극치"라면서 "과거 문재인 정부는 당시의 가스 가격이 2~3배 오를 때 난방비를 13%만 인상시켜, 이후 모든 부담이 윤석열 정부의 몫이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전날(24일) 기자간담회에서 동일한 주장을 펼쳤다.
문재인 정부에서 도시가스요금을 적게 올려 현 정부에서 난방비가 폭등했다는 국민의힘 의원들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러-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2022년 하반기 LNG 수입가격 급등
▲ 국적으로 한파가 불어닥치며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난방비에 해당하는 도시가스 요금과 열 요금이 최근 1년 동안 각각 38.4%, 37.8% 오른 한편, 전기료도 올해 1분기에만 13.1원 급등하며 42년 만에 최고 인상 폭을 기록하는 등 공공요금이 일제히 올라 관리비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난방비가 폭등한 직접적 원인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주택용 도시가스요금(서울시 기준)을 지난해 4월과 5월(문재인 정부), 7월과 10월(윤석열 정부) 4차례에 걸쳐 38.5%(14.2원/MJ → 19.7원/MJ) 인상했고, 겨울 한파까지 겹치며 12월분 난방비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전 정부에서 겨울철 난방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택용 도시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해온 건 사실이다. 주택용 등 민수용 가스요금은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2개월마다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7월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서울 기준)을 1메가줄(MJ)당 15.1원에서 14.2원으로 11% 인하한 뒤 지난해 3월까지 1년 8개월간 동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부담과 물가 상승'을 고려한 조치였지만, 당시 국제가스요금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아시아 지역 LNG 현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유럽 천연가스 현물가격(TTF 기준 : 네덜란드 거래 가격)이 2021년 1분기에는 백만Btu당 6.6달러선이었지만 그해 4분기 27달러/MMBtu,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인 지난해 9월에는 69.3달러/MMBtu로 10배 올랐다고 밝혔다.
▲ 문재인정부(2017.5~2022.5)와 윤석열정부(2022.5~) 액화천연가스 수입가격과 주택용·산업용 도시가스요금 변동 추이.(자료 :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통계월보' 2023.1. 한국무역협회-한국도시가스협회 자료 취합) ⓒ 김시연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와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통계월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단가는 2021년 상반기까지 톤당 400~500달러선이었지만, 2021년 하반기 들어 600~800달러/t선으로 올랐다. 지난해 1월 1138달러/t까지 올랐다가 4월 이후 다시 700달러/t대로 떨어졌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7월부터 다시 1000달러/t선으로 급등했고 9월 1470달러/t로 다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10월 이후에는 1200달러/t대로 다시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한 천연가스 대금 가운데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미수금' 누적 규모는 2021년 1.8조 원에서 지난해 1분기 4.5조 원, 2분기 5.1조 원, 3분기 5.7조 원으로 계속 늘었고 4분기에는 9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수입 가격이 잠시 안정을 되찾았던 지난해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주택용 도시가스요금을 각각 3.0%, 8.4%(합계 12%) 올렸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지난해 3분기 수입 가격이 2배 가까이 급등하자 7월과 10월 각각 6.3%, 15.9%(합계 24%) 인상했다. 6개월동안 인상률은 38.5%에 이른다.
▲ 최근 1년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 추이. 2022년 7월 이후 수입 단가가 35.5% 다시 급등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 정보) ⓒ 산업통상자원부
이처럼 난방비 폭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라는 데는 여당과 야당, 정부의 의견이 모두 일치한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난방비 폭등 관련 언론 보도 설명자료에서 "올 겨울 가스요금 급등은 국제 LNG 가격이 상승했던 2021~2022년 요금인상 시기를 놓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LNG 가격이 폭등한 결과"라면서 '이전 정부 탓'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에도 힘을 실었다.
산업부는 "지난 정부에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2021년 3월부터 요금 인상이 이뤄진 2022년 4월 전까지 총 7차례의 요금 조정 시기가 있었으나, 인상된 국제가격을 반영하지 아니하고 모두 동결했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윤석열 정부도 "겨울철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여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1분기 요금 동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의견] "지난해 3분기 가스가격 급등했지만 윤석열 정부도 올해 요금 동결"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 LNG 가격이 가장 크게 폭등한 시점이 윤석열 정부 때임을 감안하면, 난방비 폭등 책임을 이전 정부에 돌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25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도시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한 건 맞지만 국제 LNG 가격이 가장 폭등한 건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3분기였다"면서 "도입비용이 가장 폭증했을 때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현 정부가 이전 정부를 탓하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도 26일 "(문재인 정부가 요금 인상을 억제한 것처럼) 윤석열 정부도 지금 요금을 올려야 하는데도 겨울철을 피해서 올린다고 하고 있지 않나"라면서 "현 정부 들어설 때부터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를 거라고 예상됐고 외국에서는 이미 에너지 지원금으로 국민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없던 일이 벌어진 것처럼 여당에서 이전 정부를 탓할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도 이날 "이전 정부에서든 현 정부에서든 도시가스요금을 많이 올리면 이번 겨울철 난방비에 반영되게 돼 있었다"면서 "지금 난방비가 많이 올라 힘들어하는 서민들을 위한 대책을 만드는 게 문제의 본질인데, '이전 정부 탓'은 국민의 삶과 무관한 여당의 정치 논리"라고 말했다.
[검증결과] "난방비 폭등은 문재인 정부 탓" '대체로 거짓'
김기현·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LNG 수입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도시가스요금을 적게 올려 윤석열정부에서 난방비가 폭등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수입가격이 오르던 2021년 하반기 이후에도 요금을 동결한 건 사실이지만, 지난해 상반기 상대적으로 수입가격이 안정세일 때 두 차례에 걸쳐 가스요금을 12% 인상했다.
그러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난해 3분기 가스수입가격이 다시 폭등하면서 그 여파가 도시가스요금 24% 인상으로 이어졌다. 국제적인 수입가격 폭등을 반영해 도시가스요금이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서 요금을 12% 인상한 지난해 2분기는 수입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세였던 반면, 윤석열 정부가 24% 인상한 지난해 3분기는 수입가격이 2배 가까이 급등하던 때여서 둘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요금을 적게 올린 것이 '난방비 폭등' 원인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보론] "에너지 요금 현실화 필요" vs. "가정용 난방비 요금 통제 필요"
그렇다면 에너지 가격 인상 흐름 속에서 난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존 취약계층 대상 에너지바우처 제도를 확대한 에너지 재난지원금 도입, 냉난방에 취약한 불량주택 개선 사업(그린 리모델링) 등을 근본적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정부의 주택용 도시가스요금 관리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난방비 폭등은) 여야에 관계없이 기획재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에너지 원가를 요금에 반영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면서 "지금 같은 높은 에너지 가격은 최소 3~4년은 지속될 텐데, 공기업에게 적자를 내게 하고 회사채 확대로 채권시장과 금융권의 부담을 키우며 요금을 할인하는 방식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택용 도시가스는 단가가 저렴한 장기도입물량을 적용해 요금이 낮은 반면, 가격이 폭등한 현물 물량을 발전용에 전가하며 전기요금 원가가 폭등해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들의 적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요금 할인 방식이 당장 여론을 달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제에너지가격이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맞지 않다"면서 "요금에 시장 가격을 정상적으로 반영시켜 가스 수요를 체계적으로 줄이되 에너지 재난지원금을 취약계층뿐 아니라 모든 가구에 지급해 충격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주택단열 개선 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재각 집행위원은 "원가 반영도 필요하지만 가정용과 산업용을 묶어서 올리면 빈곤층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필수재인 가정용 전기나 난방비는 정부에서 요금을 통제해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기업 적자는 국가 재정과 비필수적인 산업용 요금 인상으로 분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 요금에 반영할지는 정책적으로 판단할 문제지만, 한꺼번에 많이 올리면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가정용 난방은 여름철에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요금을 할부 형태로 내게 하거나 일시적으로 에너지 요금 인상분을 경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요금을 현실화하려면 독일의 '9유로 티켓'(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한시적으로 한 달 동안 우리 돈으로 1만 2천 원 정도인 9유로에 전국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기자 주)처럼 지원금도 같이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지원은 고사하고 서울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이 크게 오르는 걸 그냥 지켜보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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