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제가 살아있는 동안 일본의 노동 환경이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탈조선’과 비슷하게 고국을 떠나 해외로 이주하고 있는 흐름이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임금 인상이 동결됐던 일본의 노동 환경, 처우, 교육 등의 문제에서 해외 이주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25일 아사히신문은 '내가 일본을 떠난 이유'라는 기획을 통해 일본에서 해외로 이주해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첫 번째 사례자인 40대 미키씨는 캐나다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재작년 영주권도 획득해 뿌리를 내리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가 일본을 떠나게 된 이유는 노동 환경 때문이다. 호주 병원에서 간호사 초청 연수를 다녀왔던 미키씨는 간호사와 의사, 자원봉사자와 청소 인력들이 격식 없이 자유롭게 대화한다는 점에 놀랐다. 미키씨는 아사히신문에 “상하 관계없이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팀으로 협력한다는 점에 해외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13년 동안 근무한 병원에 퇴직을 통보하고 캐나다로 이주했고, 캐나다의 노동환경에 매우 만족한다고 전했다. 12시간 순환 근무는 무조건 지켜지며, 한 간호사가 맡는 환자 수도 일본에서의 정도기 때문이다. 또한 채혈, 식사 배식, 검사실까지 환자 동행 등의 업무는 조무사 등이 분담하기 때문에 간호 자체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임금문제도 이주를 부추기는데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일본은 사실상 30년째 임금 동결 중이다. 일본 간호사의 경우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미키씨는 일본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연휴를 제대로 챙겨본 적이 없었고, 수당을 받지 못한 잔업이 있었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는 일주일에 37.5시간 근무하고 공휴일 출근, 야근 등의 수당을 모두 받기 때문에 일본보다 2배 이상의 월급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캐나다 물가는 비싸지만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교육을 목적으로 이주를 결심한 사례도 있다. 도쿄에 살던 40대 남성은 지난해 6월 대기업에서 퇴직한 뒤 아내와 다섯 살 짜리 딸과 함께 말레이시아로 이주했다. 그는 아사히신문의 이주의 첫 번째 목적이 교육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고려했을 때 딸이 대학을 졸업할 시기에 좋은 일자리는 적어질 것 같았다”며 “딸이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일본은 대학입시에 치중된 교육으로 암기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주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가 적은 학교 분위기도 문제였다. 말레이시아에 취업해 일본에서 받던 것의 절반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지만, 물가 등이 싸 생활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 경제 미래가 밝고, 교육 방식에 만족했다면 나는 이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처럼 일본에서 이어지는 해외 이주 행렬은 현재 일본이 처한 경제적, 사회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편집자 주에서 “일본을 떠나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흐름이 조용히 늘고 있다”며 “그 결단의 배경에 무엇이 있었는가를 따라가다 보면 일본의 현재 위치가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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