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투자자들에게 가혹했던 2022년이 지나고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을 맞았다. 지난해에는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대립 등 지정학적 리스크 및 원자재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됐다. 새해에도 경기침체 우려와 고금리 공포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금리인상 기조를 접고 금리인하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우려는 사실상 현실화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불안한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새해에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투자해야 할까. 새해를 맞아 '주간동아'는 이태철, 남석관, 김영옥 슈퍼개미 3인에게 새해 투자전략에 대해 물었다.
슈퍼개미 3인은 올해 경기는 상반기에 둔화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으로 봤다. 지난해 내내 역대급 금리인상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은 만큼 올해는 지난해 같은 폭락장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증시에 이미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이슈가 대부분 선반영돼 향후 추가 하방 압력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철 스마트케이플랜 대표. [동아DB]
투자자 사이에서는 경기침체 우려가 크다.
"암담했던 1997년 IMF 사태(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결국 지나고 봄이 오지 않았나. 지수가 폭락한 지난해에도 3~4배씩 오른 종목이 있다. 투자자가 불안해하는 이유는 기업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부실기업이나 한계기업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면 믿고 기다려야 되지 않을까 싶다. 투자도 절망보다 희망이 있어야 된다. 올 한 해가 경기침체로 막막하다는 생각만 자꾸 하면 투자도 잘 안 된다. 희망을 갖고 투자하길 바란다."
올해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업종이 궁금한데.
"나는 반도체 종목을 좋아하지만, 분야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기업보다 월등한 실적이 기대 되는가'다. 앞으로 그 회사가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면서 본질 가치보다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농부가 봄에 씨를 뿌려야 가을에 곡식을 수확할 수 있는 것처럼, 기업은 투자를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돈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의 성과가 좋다. 따라서 어려운 시기지만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기업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올해 예상하는 코스피 밴드는?
"코스피 전망은 증권사에서 많이 하지 않나. 나는 지수를 전망하지 않는다. 지수는 맞힐 수 없을 뿐 아니라, 어차피 개별 종목은 지수와 별개로 움직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지수와 종목을 연계해 투자하다 보면 자주 매매하게 돼 수수료만 낸다. 주식투자는 지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투자한 기업에 믿음이 있다면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최근 증시가 폭락하면서 손절한 투자자가 많은데.
"불확실성에 따른 두려움으로 주식을 파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금리인상이 지속되면서 증시가 하락하자 손절매한 투자자가 많다. 하지만 언젠가는 금리를 인하할 테고, 그러면 다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증시는 올라간다. 물론 한번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쉽사리 내려가지 못하겠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주식 계좌를 덮어둔 채 생업에 집중하다 보면 주식은 올라가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주식 계좌를 덮어둬야 할까.
"나는 보통 한 번 투자하면 2~3년 이상 지켜본다. 현재 주식 수익률이 마이너스라고 해서 매도하면 손실이 확정된다. 만약 증시가 좋아져 주식이 갑자기 올라가면 더 비싸게 사야 된다. 지금 같은 시기에는 견디는 게 중요하다."
영끌족은 고금리로 견디기가 힘들다.
"하락장에서는 레버리지를 줄이면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데, 위기관리를 잘못한 것이다.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게 막연한 투자다. 다시 말하지만 미래 성과에 대한 확신이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남석관 베스트인컴 대표. [동아DB]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다면 증시 하방 압력도 크지 않다는 얘기인데.
"글로벌 경기침체는 예상보다 빠른 1분기 정도에 마무리될 수 있다. 지금이 제일 어려운 시기다. 물론 당분간 금리를 인하할 수 없겠지만, 각국에서 경기 연착륙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어 경기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지수가 떨어져 다시 저점을 깨고 내려갈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은 2분기 이후 좋아질 주식들을 선별해야 하는 시간이다."
올해 코스피 최저점과 최고점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올해 주식시장이 개장하고 코스피가 2200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코스피 2200 정도가 바닥이 아닌가 싶다. 올해 하반기 모든 악재가 사라지면 코스피는 최대 2800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성장주들의 주가 상승이 제한적이며, 실적 좋은 기업들만 선별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될 때 크게 오를 분야를 꼽는다면?
"반도체, 2차전지 대형주가 지수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테슬라가 폭락하면서 국내 2차전지 관련주도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삼성SDI의 경우 60만 원 이하에서 매수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반도체는 올해 내내 생산을 안 해도 될 정도로 재고 물량이 많지만 이런 악재도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실적이 나오는 4월 정도부터 분할매수하면 의미 있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틈새시장으로 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도 기대해볼 만 하다.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본격 전환하면 상승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자세로 투자해야 하나.
"조정기에 매수했다 10%가량 수익이 나면 익절매하고, 다시 조정기에 재매수하는 투자전략이 통할 것으로 보인다. 기관이나 외국인도 다 이런 식으로 투자한다. 대세 상승장처럼 큰 수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김영옥 공매도 투자 전문가. [김영옥 제공]
올해 증시에서 주요 변수는 무엇이라고 보나.
"금리가 제일 중요하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5.1% 정도까지 올릴 것으로 보이고, 한국은 3.5%쯤에서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금리를 언제부터 인하할지가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올해 주목해야 할 업종은?
"반도체는 아직 바닥이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분기는 SK하이닉스의 적자가 예상되고 삼성전자도 실적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하반기는 괜찮아 보인다. 2차전지는 지난해 고점을 찍고 내려왔기 때문에 당분간 고점을 넘기 힘들다. 지금은 조선주, 은행주, 신재생주가 괜찮은 것 같다."
올해는 어떤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까.
"올해는 종목보다 지수에 베팅하는 게 맞다. 종합지수가 많이 밀려 있어 종합지수가 상승해도 업종별로 등락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대세 상승장이 아니라서 어떤 분야가 올라도 또 어떤 분야는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종합지수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가 2700~2800까지 상승할 때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그만큼 오른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코스피가 2100~2200일 때 지수를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 1년가량 투자하면 의미 있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느 국가에 투자해야 유리할까.
"한국이다. 미국 증시는 그동안 쉬지 않고 상승했기 때문에 버블이 꺼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중국은 돌발변수가 생길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 코스피에 투자하는 것이 제일 나아 보인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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