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시대에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로는 지속가능한 수익을 내기 어렵다. 더군다나 소문에 따라 잠깐씩 들락날락하는 투자는 실패의 지름길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사람들은 모르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며 아는 것에만 투자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증시 등락은 알기 어렵다. 특히 최근처럼 변동성이 심한 증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는 "투자수익률은 반복돼야 신뢰할 수 있고 의미도 있다"며 "나는 투자수익률 4000% 미만인 투자에는 노동력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과연 김 교수의 수익률 4000% 투자전략은 무엇일까.
12월 8일 김 교수를 만나 경기침체 국면에서도 의미 있는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투자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김 교수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에든버러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 우리자산운용 운용총괄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 한국거래소 상장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2015년부터 한동대에서 창업 분야 강의를 하고 있다.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 [박해윤 기자]
"현대증권(현 KB증권) 애널리스트로 금융업계에 입문해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지냈고, 펀드매니저로 변신해 우리자산운용 CIO로 운용총괄을 맡았다. 그런데 2010년 후반 무렵부터 투자하고 싶은 국내 기업이 별로 없었다. 국내 기업들이 많이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퇴직한 후 스타트업을 공부해 투자해보니 수익이 괜찮아 벤처캐피털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국내 창업 부문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한 장순홍 한동대 전 총장이 교수직을 제안해와 한동대 ICT창업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학교 강의와 함께 유망한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일을 한다. 6개 기업을 설립해 상장을 준비 중이며, 회사 지분의 일정 부분을 학교에 기부하고 있다."
그동안 어떤 회사를 설립했나.
"바이오와 친환경, 배터리 소재, 핀테크 기업을 설립하거나 준비 중이다."
그중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암과 뇌질환 관련 질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이 분야를 주목했다. 특히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약효를 높이는 물질인 장내 미생물이 눈에 띄었다. 장내 미생물 전문가를 찾다보니 한동대에 빌헬름 홀자펠이라는 미생물학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세계 식품 미생물 및 위생 연합(ICFMH) 회장이자 장내 미생물 분야 세계 석학인 홀자펠 교수가 선교 목적으로 한국에 있었던 것이다. 2017년 홀자펠 교수를 설득해 '에이치이엠파마'라는 장내 미생물 회사를 만들었고 내년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 분야는 어떤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가.
"일본 도요타 측이 '폐배터리를 재활용하지 않으면 도저히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 말에 동감해 최근 폐배터리 스타트업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 안에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 금속을 채굴하는 인도네시아, 호주,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 관련 규제가 엄격해져 조만간 배터리를 재활용하지 않으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시기가 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배터리를 좀 더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서울대,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들과 함께 배터리에 사용한 금속들을 친환경적으로 분리, 정제하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구상하고 있다."
"비상장기업이나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에 투자한다."
비상장기업이나 SPAC은 리스크가 크지 않나.
"주식을 가장 싸게 사는 방법은 성공적인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다음은 상장 전 초기 지분 투자에 참여하는 것이다. 초기 기업가치가 20억~30억 원이던 회사가 상장되면 가치가 수천억 원으로 늘기 때문이다. 비상장기업 투자 수익은 1만 배가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SPAC도 비상장기업이 상장되기 전 투자하는 방식 중 하나다. 물론 위험은 있다. 그래서 그만큼 공부를 깊이 있게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비상장기업은 어떤 시기에 투자해야 하나.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은 4단계로 나뉜다. 첫 단계는 창업한 기업이 신기술이나 아이디어만 있는 상태에서 투자하는 '에인절투자'다. 에인절투자는 사업 기획이나 역량만 믿고 투자하는 단계다. 이때 기업가치는 30억~40억 원이다. 이후 기업 데이터가 입증돼 기업가치가 150억 원 정도로 상승했을 때 펀딩하는 것을 시리즈A라고 한다. 데이터를 구체화하고 제품을 만들어내면 시리즈B가 된다. 이때 기업가치는 600억 원 정도다. 이후 시리즈C나 프리IPO(기업공개)로 들어가면 기업가치가 1000억 원이 넘어선다. 상장하면 보통 기업가치는 4000억~5000억 원까지 치솟는데, 프리IPO 단계에서만 투자해도 4~5배 수익을 낼 수 있다. 나는 보통 시리즈A 단계에서 투자해 5년가량 기다렸다 상장 후 이익을 실현한다. 수익률은 기본 4000%(40배) 정도다. 1만~2만 배 수익이 나는 경우도 있다."
개인투자자는 시리즈A 정도에 들어가는 기회를 어떻게 잡을 수 있나.
"대형 벤처캐피털은 주로 시리즈C나 프리IPO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이른 단계에 투자에 참여할수록 기대 수익이 크다.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 개인투자자도 스타트업을 깊이 있게 공부해 이른 시기에 참여해야 의미가 있다. 보통 사모펀드는 49인 이하로 만들지만 대부분 기관투자자라서 10명 정도면 충분히 펀드 조성이 가능하다. 나머지 부분에서 개인투자자도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보통 구좌당 1000만 원 정도다. 나도 처음에는 전혀 모르는 벤처캐피털에 전화해 투자하기 시작했다. 물론 주식투자처럼 손쉽지는 않았지만, 의미 있는 수익을 냈다. 누구나 손만 뻗으면 얻을 수 있는 기회라면 고수익 기회가 남아 있을까. 인생은 노력하는 자의 것이다. 발품 팔고 열심히 공부해 준비가 돼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비상장기업 투자는 옥석을 가리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다.
"스타트업 투자에 성공하려면 두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 첫 번째는 그 분야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느냐, 두 번째는 남이 모방할 수 없는 핵심 경쟁 기술을 가졌느냐다. 나는 비상장기업에 투자할 때 이 두 조건만 본다."
비상장기업에 투자해 성공한 사례가 궁금하다.
"면역항암제는 몸에 무리가 덜 가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 그 이유는 TGF-β(전환성장인자 베타)라는 물질 때문이다. 이 물질은 상처를 아물게 하고 세포의 복원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암에 걸리면 이 물질이 암덩어리를 보호해 항암제 효과를 떨어뜨린다. TGF-β를 억제하는 성분이 개발되면 대박 나겠다는 생각에 2015년 TGF-β 개발 기업의 시리즈A 단계에서 5000만 원을 투자했다. 5년 후인 2020년 이 기업이 상장되고 20억 원 정도에 매도했다. 딱 수익률 40배였다. 이후 매도한 주가보다 3배가 더 올랐고, 현재는 매도한 주가보다 조금 낮아졌다."
어느 기업인가.
"그건 얘기할 수 없다."
"SPAC은 개인투자자가 비상장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문 투자자가 운용하는 펀드를 증권거래소에 먼저 상장한 뒤 비상장기업을 편입해 우회 상장시키는 방법이다. SPAC은 전문가들의 힘을 빌려 유망한 스타트업을 많이 상장시키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일각에서는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기업가치를 키운 뒤 상장 심사를 거쳐 상장하지 굳이 SPAC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SPAC 기업은 좀 모자란 것이 아니냐'고도 한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도 자금 조달이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에 SPAC을 통해 우회 상장하는 것이다. 일단 상장하면 자금 조달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저서 '김학주의 40배 수익클럽'에서 연 5%, 10%, 20%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전략을 소개했다. 연 10% 수익을 내고 싶다면 주가지수에 장기투자하라고 했는데, 약세장에서도 이 전략이 통할까.
"요즘 같은 약세장에서 단기투자를 하면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연수익률 10% 정도가 나온다."
그렇다면 코스피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에 장기투자하는 것도 괜찮다고 보나.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도 좋아 보인다. 최근 워런 버핏도 이런 이유로 TSMC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다만 코로나19 특수 후유증으로 내년 1분기까지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내년 1분기가 매수하기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1990년부터 1991년까지 미국이 쿠웨이트와 전쟁을 했는데 그 이름이 '데저트 스톰'(사막의 폭풍)이었다. 당시 미국은 전쟁 시작과 동시에 적 통신망을 전부 마비시켰다. 그야말로 전자전이었다. 이후 옛 소련은 1991년 12월 25일 연방을 포기했다. 당시 소련 장성들은 '미국 컴퓨팅 파워와 반도체에 졌다'고 말했다. 이후 반도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중국은 패권과 연결된 반도체를 포기하지 않을 테고,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성장을 막고 있다. 현재 중국이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를 차지하는데, 5년 내 메모리 공장 28개를 짓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이 5년 내 범용 제품은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범용 제품만 '메이드 인 차이나' 반도체를 사용해도 삼성전자는 타격이 클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나.
"과거 삼성전자는 일본 반도체업체 엘피다 메모리를 죽이려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낮췄다. 이때 일본 정부는 일본 은행들에 엘피다 메모리 구제 자금을 요청해 방어했지만, 삼성전자는 결국 기술력으로 이 싸움에서 이겼다. 이제는 중국 정부와 싸워야 한다. 미국이 중국 진입을 견제하고 있을 때 삼성전자는 현재 비메모리 반도체를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퀀텀닷 디스플레이, 자율주행 전기차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기술력에서 우위를 선점하지 못한다면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순간 삼성전자는 박살 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고착화된 저성장을 극복하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산업이 탄생해야 한다. 그 사업의 핵심은 바로 '데이터'다. 선진국들이 다시 제조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데이터 확보 때문이다. 타이어를 활용해 데이터를 얻고 싶다면 타이어를 제조해야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은 인건비가 비싸고, 노동 인구도 급속히 줄고 있다. 결국 로봇이 일하는 시대가 펼쳐지고, 사람은 가상 디지털 공간에서 작업만 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가상 세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초고속 통신 인터넷망과 로보틱스, 사이버 보안이 중요해진다."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하면 어떤 기업이 가장 먼저 수혜를 볼까.
"초고속 통신망은 미국 퀄컴, 로보틱스 하드웨어는 일본 야스카와 전기다. 사이버 보안은 미국 크라우드 스트라이크라는 업체다. 또한 반도체 팹리스(설계·개발) 기업 엔비디아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산업으로 주목하는 또 다른 분야가 있나.
"블록체인인데, 블록체인의 가장 큰 한계는 거래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보통 비트코인은 1초에 6건 거래된다. 비자코인은 1초에 6만5000건이다. 그래서 블록체인 거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테크놀로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 글로벌 경제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는 전문가가 많다. 이런 경제상황에서도 스타트업 투자가 성공할 것으로 보나.
"2008년에 주식을 샀어야 했나, 팔았어야 했나. 2007년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금리를 계속 내리고 돈을 풀었다. 그 돈은 전부 금융시장으로 유입돼 금융자산과 부동산 가격을 증폭시켰고 제도권 화폐가치에 대한 불신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그 유동성은 아마존이나 구글처럼 신성장 기업들로 들어갔다. 지금도 2008년과 비슷한 시기로 보인다. 인구는 계속 줄어 노동력이 부족하고 저성장 국면이라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극적인 생산성 개선을 위해서는 새로운 부가가치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스타트업은 돈이 필요하니 돈은 그쪽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내년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유동성도 축소되고 있는데, 시장 자금이 스타트업에 들어간다는 얘기인가.
"사실 내년 경기침체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게 유지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그러나 나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미국 노동 시장은 사람들이 이직할 수 없는 수준에서 최하 월급을 주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월급이 상승했지만 사람들은 일자리를 떠났다. 이제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있다.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언젠가 잡히고 경기침체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국이 금리를 올려 수요를 죽인다고 하는데, 수요는 원래 없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8%밖에 안 된다. 현재 우리는 인플레이션 시대가 아닌 디플레이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성장 스타트업의 등장이 더욱 필요하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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