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10년물(장기채권) 금리가 3% 밑으로 떨어질 때 본격적으로 주식 비중을 높이면 될 것이다. 이때는 적극적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더라도 크게 지기 어렵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가 1월 4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진행한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경기침체 국면이 2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면서 한 말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여름쯤 주식시장이 저점을 찍고, 이후 추세적으로 저점이 올라가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연초 주식과 안전자산(현금, 채권) 비중을 3 대 7로 가져가고, 장기채권 금리가 2%대에 도달했을 때 주식 비중을 늘려 연말까지 주식과 안전자산 비중을 7 대 3으로 재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김 이코노미스트는 성장주 위주의 투자를 주문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성장주 주가가 많이 하락해 주가수익비율(PER) 등 지표가 '착해질' 예정인 만큼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매수 시점에 관심이 많이 쏠리는 성장 테마에 올라타길 추천한다"며 "로봇,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 당시 상황에 맞춰 선택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가 1월 4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그는 코스피를 300부터 3300까지 경험했다. 37년간 주식시장에 몸담으며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초대형 사건을 모두 겪었다. 1998년 6월 외환위기로 코스피가 300 선마저 붕괴됐을 때 기관을 돌며 "코스피가 1000을 향해 반등할 것"이라고 세미나를 한 일화가 유명하다. 주식시장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그이지만 지난해 인플레이션 국면에 대해서는 "생소한 해였다"며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 국면이었는데, 40년 전에는 내가 주식을 하지 않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역시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국면에 대한 결과물이 나오는 해로 이례적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주식시장 화두는 무엇이 될까.
"지난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엄청나게 올렸다. 금리 상승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역금융 장세가 펼쳐졌다. 올해는 시장에서 기업 실적이 더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경기가 예상보다 덜 나쁘냐, 더 나쁘냐 역시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경기는 주로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할까.
"경제성장률이다. 지난해 이맘때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4%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지금은 컨센서스가 2% 초반대에 형성됐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전망치가 2.2%인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유사한 수준으로 굉장히 낮다. 올해 2.2% 성장률을 달성하느냐, 하향 조정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2.2% 선을 방어한다면 해볼 만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 국면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보나.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게 전개되겠지만 뭉뚱그려 보자면 경기침체가 2년 이상 갈 것이다. 2024년까지는 거의 모든 나라가 경기침체 구간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률을 보이는 것을 경기침체로 정의할 경우다. 전 세계가 동시에 불황을 겪고 있는 만큼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거의 모든 전문가가 2023년 시장이 '상저하고'(상반기 약세, 하반기 강세)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주식시장은 다수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나.
"맞다. 주식시장은 모두가 생각하는 방향으로는 흘러가지 않는다. 다만 매크로 환경을 주의 깊게 보는 입장에서는 하반기에 경기가 개선될 여지가 있는 만큼, 그렇게(상저하고) 볼 수밖에 없다. 만약 연초 주가가 빨리 조정을 받아 상반기에 주가가 오르면서 끝날 경우 하반기에 부진한 박스권을 보이거나 아래로 흘러내리는 모양이 나올 수도 있다."
코스피 위험 프리미엄 차트를 볼 때 아직 주식을 매수하기에 매력적인 시기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그래프1 참조).
"2006년 이후 코스피 위험 프리미엄의 평균값이 7.6% 선에서 형성됐다. 지금(1월 4일)은 4% 정도로, 강세장 전환에는 살짝 미흡하다. 금리가 떨어지거나 주가가 추가적으로 조정을 받거나, 기업 이익이 좋아져야 위험 프리미엄이 올라간다. 경기침체 국면이라서 기업 이익이 좋아지기는 어렵다. 결국 금리 혹은 주가가 하락해야 주식의 매력이 올라간다. 어찌됐건 1월 4일 기준으로 아주 매력적인 여건은 아니다."
지난해 9월 30일 기록한 코스피 전 저점(2134)이 깨질 수 있다고 보나.
"역실적 장세 국면에서 주가가 얼마나 하락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시장의 컨센서스를 대입해보자. 올해 코스피 추정 순이익은 150조 원 상당으로 2017~2018년 당시와 유사하다. 따라서 적정 코스피는 2000 선 정도라고 본다. 지난해 9월 기록한 2130 선이 의미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하며, 전 저점을 살짝 깨면서 지수가 2000 선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고는 본다. 미국 S&P500 지수의 경우 코스피보다 하락 위험이 큰 것으로 보이며 3500 선까지 갈 수 있다. 하락 국면에서 패닉셀이 나타나 적정선보다 더 하락할 수도 있겠지만 코스피 2000, S&P500 3500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라."
"올 한 해 장기채권 금리를 기준으로 주식투자를 하면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으리라 본다. 장기채권 금리가 지난해 4%를 넘겼다 다시 3% 후반대로 떨어졌다(그래프2 참조). 경기침체가 반영되면서 채권 수요가 늘어나 장기채권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장기채권 금리가 3% 아래로 떨어진다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식 비중을 의미 있게 높이면 좋을 것이다. 채권시장만큼 경기를 선행하는 지표도 없다."
그 밖에 참고할 만한 지표가 있을까.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진다면 주목해야 한다.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가가 떨어지면 원가가 싸져 이익이 늘어난다. 환율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침체일 때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가 강하다. 사람들이 안전자산인 달러로 대피하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 국면이 펼쳐졌다가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 아래로 떨어지면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신호다."
장기채권 금리가 3% 아래로 떨어진다면 어떤 식으로 투자해야 할까.
"3월까지는 주식 비중을 30% 안쪽으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현금이나 채권 등 안정성 자산으로 꾸리는 것이 좋다. 이후 장기채권 금리 3%가 깨진다면 안전자산을 줄이고 주식을 늘려 연말에는 주식이 70%, 안정성 자산이 30%를 차지하도록 포트폴리오를 꾸려보라."
올해 담으면 좋은 주식은 어떤 주식인가.
"성장주가 유리할 것 같다. 지난 한 해를 보내면서 성장주들의 PER이 낮아졌다. 미국 빅테크 주식을 주목해서 보라. 반면 경기 방어주라고 할 수 있는 필수 소비재 관련주, 에너지주는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다. 빅테크 기업의 주가도 많이 하락했다. 주당순이익이 너무 높지 않은,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을 형성한 성장주 가운데 선택한다면 큰 손실이 없을 것이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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