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육성 중인 국유 메모리 반도체 기업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강화된 미국의 제재로 2년 내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미 제재 장기화로 YMTC 사업은 중국 내수용 저가 메모리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 1위 삼성전자와 3위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 추가 제재로 美 기업발 장비·기술 못 들여
20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YMTC는 2년 내 3차원(3D) 낸드 시장에서 사양될 위기에 처했다. 낸드는 스마트폰·PC 등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로 YMTC는 중국 최대의 3D 낸드 제조사다. 3D 낸드 기술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cell)을 위로 쌓아 올리는 방식을 뜻한다. 층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으로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데, 세계 6위 후발주자 YMTC는 올해 232단 낸드 양산을 선언하면서 국내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여왔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YMTC를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추가했다. YMTC는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하이크비전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제재에 따르면 YMTC는 미 상무부 허가 없이 미국 기업으로부터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을 구매할 수 없고, 미국 기업의 장비를 사용한 외국 업체의 제품도 들여올 수 없다. 지난 10월 미국이 적용한 128단 이상 낸드 관련 기술 및 생산 장비 수출 금지 제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이로써 YMTC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심자외선(DUV),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은 물론,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 등도 수급도 어려워졌다.
YMTC가 양산하고 있는 128단 낸드플래시 모습. /YMTC 제공
◇ 신기술 개발 사실상 불가…내년 7% 역성장 예상
낸드 개발에 꼭 필요한 장비와 기술 공급망이 막히면서 YMTC의 생산 능력은 크게 악화할 전망이다. 특히 128단 이상 낸드 수율(양품 비율) 개선을 비롯한 차세대 적층 기술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구형(레거시) 공정인 평면(2D) 낸드 생산으로 퇴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해 온 YMTC는 미국 장비에 고도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중국은 독립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호언하고 있지만, 첨단 장비를 새로 못 들여오는 한 YMTC 등은 신기술 개발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미 앞선 미 제재로 글로벌 고객도 YMTC에 등을 돌리고 있다. 애플은 중국 정부 지원을 받아 주요 경쟁사 대비 최소 20% 저렴한 가격에 YMTC 메모리를 공급받아 아이폰에 탑재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미 의회의 반발로 이 계획을 철회했다. 또 YMTC로부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공급받아 온 전 세계 PC 제조사들도 납품 계획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렌드포스는 내년 YMTC의 비트당 생산량 증가율(비트그로스)이 올해보다 60%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현재 이 전망을 완전히 뒤집어 7% 역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YMTC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다. 지난 몇년간 중국은 2025년까지 자국 제조업을 독일과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중국제조 2025 기조 아래 반도체 산업에 170조원을 쏟아부으며 자국 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를 등에 업고 2016년 공식 설립된 YMTC는 4년 만인 2020년 128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2년 전 세계 시장 점유율 0.8%에서 지난해 2.3%, 올해 3.4%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런 굴기가 미 제재에 막혀 꺾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YMTC 낸드플래시 공장 전경. /YMTC 제공
◇ 경쟁 심화·공급 과잉에 국내 기업 호재
YMTC의 사업 축소는 국내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낸드는 기술 난도가 D램보다 낮아 경쟁이 치열한데다 코로나19 특수 이후 메모리 수요 급감으로 업황이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제어할 경우 국내 기업을 무섭게 쫓아오는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메모리 공급 과잉 상태를 완화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낸드 가격은 지난 6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128Gb 16G*8 MLC) 고정거래 가격은 4.14달러로, 2019년 9월 4.11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메모리 업체들은 원가 절감폭보다 가격 하락폭이 커, 팔아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내년 전 세계 낸드 매출도 올해보다 13.7%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 비중이 90% 이상(낸드 비중은 30%)인 SK하이닉스는 경쟁사 YMTC의 상황에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4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 적자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19.9%에서 18.5%로 하락하면서 순위도 2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내년에도 연간 적자를 지속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규제로 중국 기업 YMTC 등의 첨단 공정 반도체 생산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것이다”라며 “이런 상황은 중국 기업과 잠재적 경쟁 관계인 국내 기업에 장기적으로 호재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도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전체 출하량 중 약 40%를 생산하고 있고, 쑤저우에서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도 D램 생산의 약 50%를 중국 우시 공장에서 만들고 있고, 지난해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도 중국 다롄에 있다. 엄재철 반도체 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정책부회장(영진전문대 반도체전자계열 교수)은 “우리에게 호재가 되려면 미국의 별도 허가 없이 1년 동안 중국 공장에 장비를 들이도록 한 유예 기간을 계속 연장해나가는 동시에 국내 중소 장비업체 수출까지 모두 막지 못하도록 정부가 미국 측과 지속적으로 추가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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