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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우리는 훨씬 가난해졌다” 영국은 브렉시트 후회 중?

국제· 미국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12. 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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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우리는 훨씬 가난해졌다” 영국은 브렉시트 후회 중?

유원중입력 2022. 12. 1. 09:00
 
 


늘 유럽 1위였던 영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프랑스에 추월당했다. 관련 데이터를 측정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그 원인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에서 찾은 전문가들이 많다.

최근 블룸버그는 프랑스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2조 8천 230억 달러(약 3천755조 원)로 영국(2조8천210억 달러)을 앞섰다고 보도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2016년에는 영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프랑스 보다 1조 5천억 달러 더 많았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마이클 손더스는 "영국 경제 전체가 브렉시트로 인해 영구히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트러스 전 총리의 낙마로 등장한 수낵 정부가 세금을 올리고 정부 지출을 삭감할 수밖에 없는 것도 "브렉시트로 인해 잠재 생산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영국에서 벌어졌던 주유소 대란


영국에서 벌어진 주유 대란과 물류대란 등은 브렉시트로 유럽 본토와의 교역이 약화 됐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영국 대기업들은 해외 사업으로 충격을 일부 흡수했지만, 규모가 작거나 소비자를 겨냥한 유통 기업들이 입은 타격이 더 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싱크탱크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인해 영국이 훨씬 가난해졌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높은 세 부담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재정연구소(IFS)의 폴 존슨 소장은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이 발표한 중기 재정계획에 관해 "진실은 우리가 훨씬 가난해진 것"이라며 "브렉시트, 교육 지출 삭감,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안 등으로 인해 영국 경제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존슨 소장은 세금과 물가가 함께 오르면서 중산층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영국 경제의 하락세에 대한 분석이 잇따르면서 브렉시트에 대한 반대 여론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달 초 영국 여론조사에선 평균적으로 약 57%가 브렉시트를 바꾸고 싶어 하고, 43%만 여전히 옳은 결정이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시 수낵 총리, 트러스 전 총리가 일으킨 금융 위기를 수습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브렉시트를 되돌리지는 못하더라도 EU와의 교역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는 일부 언론들이 수낵 정부가 유럽연합(EU)과의 무역장벽을 없애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스위스 사례를 들여다본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놨다.

스위스는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일련의 양자협정을 통해 유럽 단일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데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그렇게 하는 것이 양측 모두에 압도적으로 이익이 되므로 결국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도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유무역은 성장에 매우 유익하다고 본다"며 "앞으로 몇 년간 EU와의 무역 장벽 상당 부분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를 주도한 영국 보수당 정권 내부에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스위스 모델이든 무엇이든 간에 무역 혜택을 보기 위해서 EU 규정에 영국이 맞춰야 하는 그 어떤 방식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이 "스위스 모델 등과 관련한 보도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정부도 일단은 선을 긋는 모양이다.

 

영국 BBC 방송에 출연 중인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


한때 브렉시트 논란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특히 유럽이 난민 문제로 시달릴 때 영국 정치권에선 브렉시트가 영국사회를 더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서 영국 정부는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돌파구를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트러스 전 총리가 만든 금융 혼란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진정되고 있다. 그러나 영국 경제의 하강세를 멈추고 반전시킬 만한 카드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브렉시트를 되돌릴 수도 없는 형국이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유원중 기자 (i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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