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시스템이 먹통이 됐을 때 4시간내 복구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금융사와 공공기관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들이 비용을 이유로 IT 시스템 이중화를 경시해왔다. 다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이유로 이중화에 소홀했던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한 IT 인프라 서비스 업체는 최근 카카오 먹통사태이후 IT시스템 지출에 소극적이던 기업들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중화 또는 삼중화를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고있다는 것이다. 이중화는 주설비와 동일한 예비 설비를 다른 데이터센터에 복수로 마련, 주설비가 만일의 사태로 가동이 중단됐을 경우 실시간으로 예비설비가 작동해 서비스 중단을 막는 것을 말한다. 예비 설비에는 주로 운용하는 서버의 기능이나 스토리지에 저장된 데이터를 1일, 1시간, 10분, 5분 등 주기별로 자동으로 미러링(복사) 해야한다. 그래야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처럼 설비 전체가 셧다운(폐쇄) 되더라도 즉시 가용설비를 운용을 할 수 있다.
이중화·삼중화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결국 관건은 비용이다. 서버만 하더라도 사양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1대당 수억원을 넘어서는 게 보통이다. 특히 카카오처럼 단일 기업으로만 국내 최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이중화에 들어가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IT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카카오에 동정표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않은 것도 이때문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다수 서비스가 사실상 무료로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상황에서 카카오로서는 평소에는 쓰지않는 또다른 이중화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이중화는 다른 서비스 개발이나 고도화에 들어갈 비용과 리스소를 잠식하는 것이기도하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만큼의 전국민적 데이터를 다루지 않는 기업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중화 비용부담이 적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이 이중화에 소홀한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한 대기업 계열사의 CIO(최고IT책임자)는 "많은 기업들이 핵심 서비스에 대해서만 이중화 등 DR(Disaster Recovery, 재난대응) 시스템을 갖췄을 뿐 홈페이지 등 하루 이틀 멈추더라도 비즈니스에 타격이 없다고 판단돠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이중화를 안하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 "카카오 사태 직후 그룹사 차원에서 전 계열사의 IT시스템 이중화 실태에 대해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며 "이번 카카오 먹통사태는 다수 기업들이 이중화·삼중화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트리거(Trigger, 방아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기관들의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 행태에도 큰 변화가 감지된다. AWS(아마존웹서비스) 등 외국계 CSP(클라우드 서비스체) 뿐 아니라 KT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 국내 CSP들이 기본적으로 권고하는 서비스 상품은 이 회사들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하는 고객사의 정보를 2곳 이상의 리전(데이터센터)에 분산저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클라우드 비용을 더 아끼기위해 리전을 분산저장하는 옵션을 택하지 않고 있다. 클라우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용을 이유로 데이터 분산저장 관련 서비스를 제외한, 가장 기초적 서비스만 이용하려는 기업들이 다수"라며 "자체 전산설비를 구축하는 곳이든, 퍼블릭·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곳이든 이중화에 대한 수요는 기본적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2014년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나 2020년 KT의 강남 IDC(인터넷데이터센터) 화재 등이 있었을 때도 기업들이 전산설비 확충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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