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4일 회동했다. 두 사람은 삼성전자와 세계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ARM이 중장기적으로 협력관계를 맺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 부회장과 방한 중인 손 회장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코퍼릿클럽에서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사장), 노태문 MX(모바일경험)부문장(사장) 등 삼성 측 최고경영진과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 등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만찬을 겸해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손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일본 도쿄에 머무르다 3년 만의 첫 해외 출장지로 서울을 택했다. 이 부회장과 이번 회동을 통해 삼성전자와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손 회장은 ARM 지분 매각이나 프리 IPO 투자(상장 전 지분 투자)가 아닌, 삼성과의 장기적 포괄적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ARM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의 구조 방식을 설계해 삼성전자·퀄컴·애플·엔비디아 등에 판매하고 있다. 모바일 AP 설계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손 회장은 수년 동안 공을 들여 2016년 310억 달러(약 44조원)에 ARM을 인수했다. 소프트뱅크가 모회사로 ARM의 지분은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각각 75%, 25%를 보유하고 있다.
한때 시장에서는 당초 손 회장이 비전펀드 손실로 ARM 지분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몸값이 최대 80조~100조원까지 거론되는 데다 주요 국가에서 반독점 이슈가 제기되면서 삼성의 인수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으로 돌아섰다. 소프트뱅크 측은 매각보다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영국 런던증권거래소 등에 상장을 검토해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RM 상장 시 프리 IPO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인수해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면담에 대해 “확인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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