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반도체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하반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면서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되는 매출 실적을 방어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수요 둔화의 여파에 묻힐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삼성전자의 하반기 매출액 컨센서스는 157조7864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22조4775억원으로 추산됐다.
3개월 전인 상반기 말에 예측한 하반기 컨센서스와 비교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꺾였다. 당시 하반기 매출액 추정치는 167조135억원, 영업이익은 31조6287억원이었다. 매출액 컨센서스는 9조2271억원, 영업이익은 9조1512억원 감소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상반기 말에 추산한 하반기 컨센서스는 매출액의 경우 32조9153억원, 영업이익은 9조713억원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기준 매출액 24조2697억원, 영업이익 3조7652억원으로 급감했다. 특히 영업이익 추정치는 58% 이상 줄어드는 등 반토막이 났다.
컨센서스 하락은 반도체산업이 침체기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을 촉발한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마트폰 수요가 저조하다. 아울러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글로벌 고금리 기조로 경기 둔화가 우려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원자재 가격 상승도 반도체 수요를 감소시키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이처럼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상품인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떨어져 하반기 실적에도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15%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낸드 플래시 역시 13~18%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에도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13~18%, 낸드 플래시는 15~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석자료를 내고 “태블릿과 노트북의 역성장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고 스마트폰 수요도 예상보다 너무 저조하다”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동반돼 수요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메모리반도체 구매업체 재고 수준도 높아져 수요가 급속도로 냉각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달러당 1400원을 돌파하는 등 고환율 효과로 실적을 방어할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환율로 인한 플러스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 원자재를 수입하는 가격 역시 상승하는데다 수요 감소의 여파가 더 크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도 현재는 마냥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며 “원자재를 들여오는 가격 역시 비싸지고 수요 자체가 적어 실적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수요 악화에 따른 실적 감소의 여파가 더 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라인. (사진=삼성전자)김응열 (keynew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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