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경기도 분당 서현동에 사는 30대 주부 김해정(37) 씨는 최근 마트만 가면 한숨부터 나온다. 최근 밥상 물가가 너무 오른 탓에 꼭 필요한 식자재만 장바구니에 담아도 가격이 금세 10만원은 훌쩍 넘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 마트에 가면 물건을 들었다 놨다를 몇 번이나 하는 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밖에 나가서 사먹는 게 싸다고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최근 밥상물가와 함께 생활필수품·서비스 등 민생과 밀접한 품목들의 물가가 급격하게 뛰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민생물가의 급등은 특히 저소득층과 은퇴자 등 취약계층에겐 치명적일 수 밖에 없어 이들을 타깃으로 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물가관리를 위해 52개 생필품·서비스로 묶어 구성한 'MB물가지수'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식자재 가격이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MB물가지수 상위 10개 품목 중 전 세계적인 공급 대란으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에너지 품목 4개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식자재였다. 무는 1년 전보다 31.3% 뛰어 등유(60.8%), 경유(45.8%)에 이어 세 번째로 상승폭이 컸다. 밀가루는 26.0%, 배추는 24.0%, 식용유는 22.7%, 돼지고기는 20.7%나 급등했다.
물가 상승폭이 10% 안팎인 식자재들도 적지 않았다. 쇠고기는 15.3%, 마늘은 11.6%, 라면은 9.8%, 빵은 9.1%, 설탕은 8.9% 상승률을 기록했다. 퇴근 후 고단함을 덜기 위해 반주로 겸할 소주는 9.4%, 성장기 아이들이 매일 마셔야 하는 우유는 6.9% 뛰었다.
식자재 외에도 샴푸(21.9%), 생리대(8.8%), 바지(5.5%) 등 공산품 가격도 뛰었고, 전기 요금(11%)·도시가스 요금(11%) 등 서비스 가격 상승률도 높았다.
밥상물가를 비롯해 민생과 밀접한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과 취약계층이 느끼는 고통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올해 1분기 기준 84만7039원으로 이 중 식료품·외식비 명목 지출이 42.2%인 35만7754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소득에서 세금 등 필수 지출을 뺀 가처분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식비로 쓰고 있는 것이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 식비 지출 비중(13.2%)과 비교하면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물가 급등세가 당분간 진정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글로벌 공급 제약, 코로나19 사태 진정에 따른 소비 회복으로 물가 상승 압력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며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확산 또는 장기화 방지에 통화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21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도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은 하방 경직성이 커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관련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민과 저소득층의 실질 구매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만큼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고물가 대책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과거와 같은 전 국민에 대한 보편적인 재정 지원은 물가 상승으로 취약계층을 더욱 어렵게 하는 만큼 앞으로는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한 핀셋 재정 지원을 포함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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