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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TECH REVIEW] 카카오 '관심사' 타고 모든 지구인 연결..세계관 확장된 만큼 수익성도 넓어질까

IT·가전·통신·과학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6. 2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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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TECH REVIEW] 카카오 '관심사' 타고 모든 지구인 연결..세계관 확장된 만큼 수익성도 넓어질까

오대석 입력 2022. 06. 21. 04:03 
 
베일 벗은 '카카오 유니버스' 대해부
카톡 한계 뛰어넘어 공간 확장
오픈링크로 자유로운 취향 소통
카톡서 다양한 부캐 활동 가능하게
메타버스 플랫폼 '컬러버스'에선 3D 즐겨
5년만에 첫 역성장..수익성 시급
이용자들이 콘텐츠로 돈 벌 수 있게
광고 늘리고 유료후원 등 수익모델 강화
'우주통신규약' 야심 해외서도 통할지 관건
플랫폼에 '정체성'의 변화는 대단한 모험이다. 특히 이미 거대 플랫폼이 된 상황에서 정체성을 흔드는 것은 제국의 영화를 지속하려는 기민한 전략일 수도 있지만,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카카오가 최근 '비(非)지인 기반'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 '메타버스'라는 카드를 꺼낸 것도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대변혁이라 할 수 있다. 카카오의 메타버스 선언은 지인 기반 메신저 카카오톡의 성공으로 '국민 메신저'를 차지했지만, 플랫폼으로서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냉철한 현식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카카오가 한국이라는 지리적 경계와 사적 소통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 서비스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카카오식 메타버스 '카카오 유니버스'를 구성하는 세 개의 축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7일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식 메타버스 '카카오 유니버스(Kakao Universe)'를 발표했다. 카카오 유니버스는 단순히 카카오톡뿐 아니라 카카오가 제공하는 플랫폼 전반에 걸친 큰 변화를 담고 있다. 채팅, 뉴스, 게임, 음악, 지도, 웹툰 등 카카오가 보유한 다방면의 서비스에서 지인 기반이 아닌 관심사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을 탑재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 메타버스 전략의 선봉은 문자 기반인 '오픈링크'가 맡는다. 오픈링크는 카카오 유니버스의 첫 단추이자, 다양한 카카오의 서비스를 관심사 기반으로 하나로 꿰는 채팅 플랫폼이다.

오픈링크는 같은 취미를 갖고 있거나, 같은 아파트에 살거나,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등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이 모여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카카오톡의 비지인 관심사 기반 채팅인 '오픈채팅'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카카오 본사뿐 아니라 카카오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에도 오픈링크로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한다. 남궁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오픈채팅을 카카오톡과 별도 앱으로 분리해 핵심 서비스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필 영역을 중심으로 카카오톡 자체도 변화의 한 축을 담당한다. 카카오톡 이용자가 지인과의 실시간 채팅뿐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다. 올해 하반기 카카오톡에는 이용자가 고유의 캐릭터를 만들어 자신을 다채롭게 표현하고, 나만의 애완동물(펫)을 키울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된다. 프로필의 상태 메시지도 일방향으로 적어두는 것에서 탈피해 프로필에 방문한 친구들과 이모티콘·응원메시지·선물같이 다양한 소통 기능을 통해 교감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싸이월드'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으로 변화를 격는 셈이다. 카카오는 향후 멀티 프로필에서 더 나아가 프로필을 통해 '멀티 페르소나(다중적 자아)'를 표현하도록 지원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는 3차원(3D) 공간'이라는 가장 일반화된 메타버스 플랫폼은 카카오의 계열사 넵튠의 오픈형 메타버스 플랫폼 '컬러버스'가 담당한다. 오픈채팅이 텍스트 기반 연결을 담당한다면, 넵튠은 3D 공간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컬러버스는 모바일과 온라인 생태계를 넘나들며 누구나 쉽게 들어와 즐기고 창조하는 메타버스 공간이다. 특히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웹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문자도 메타버스가 될 수 있나
카카오 유니버스에 대해 제기되는 가장 뜨거운 논쟁은 과연 문자(텍스트)도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3D 공간에서 만화에 가까운 캐릭터나 실사에 가까운 디지털 휴먼 등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일반적인 메타버스 서비스 형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발표 현장에서 가장 많이 겹친 질문 중 하나도 이 같은 의문이었다. 가장 일반적인 메타버스의 정의는 3D 아바타에 가깝지만, 본질에 초점을 맞추면 문자가 메타버스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메타버스는 단순히 가상현실(VR)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라는 말은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작가 닐 스티븐슨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는 주인공 피자 배달원이 아바타로 구현돼 전사이자 영웅으로 활약하는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라 불렀다. 이를 고려하면 가상공간에서 현실과 다른 나, 제2의 페르소나를 구현하는 것이 메타버스의 본질에 가깝다. 현실이 아닌 온라인 공간인 오픈채팅을 기반으로, 기존에 구축된 카카오톡 기반으로 제2의 자아를 제공한다면 가장 현실적인 메타버스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남궁 대표는 "페르소나를 생성하는 배경이 텍스트다. 메타버스는 눈으로 보이는 것이지만 스스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체계는 텍스트를 근간으로 발전시킨다"며 "카카오는 텍스트에 강한 회사고, 거기에 집중하는 게 메타버스 시대에 접근하는 좋은 방법론"이라고 했다.

◆ 광고 성장과 상거래까지 메타버스는 거대한 비즈니스 공간

 

남궁훈 대표
 
남궁 대표가 카카오 유니버스를 추진하는 근거로 '우주통신규약'이 되겠다는 꿈을 거론했지만, 문맥을 들여다보면 메타버스로의 전환은 좀 더 사업적인 판단에 가깝다.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카카오가 이용자에게 '관심사'라는 제2의 페르소나를 요구하는 것은, 반대로 카카오가 메신저의 한계를 넘어 성장하기 위해선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성향의 이용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시장 상황은 심상치 않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5년 만에 첫 매출 역성장을 겪었다. 2017년 1분기 4400억원을 시작으로 작년 4분기 1조7800억원까지 19분기 연속 매출이 늘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약 1조650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그동안 카카오 실적 성장의 일등공신은 카카오톡에 삽입된 광고였다. 그러나 1분기 사업부문별 매출 증감률을 보면 광고가 이끄는 플랫폼 부문이 전 분기 대비 -12%를 기록했다.

카카오 유니버스는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카카오는 6월 초 열린 애널리스트데이에서 카카오 유니버스의 한 축인 '오픈링크'로 오픈채팅을 활성화하면 광고 수익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링크로 비지인 기반, 익명으로 운영되는 오픈채팅이 활성화되면 개인정보 보호 등의 장벽 탓에 수익화 모델을 도입할 수 없었던 채팅방에도 광고를 확대할 수 있다. 카카오톡 대화방과 달리 소통보다 여가를 즐기려는 목적이 큰 오픈채팅은 대화방에 광고에 대한 이용자의 심리적 저항감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카카오 측의 설명이었다.

이용자 성향이 달라지면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는 것도 용이해진다. 새로운 3D 공간뿐 아니라 기존 공간의 이용자도 전자상거래로 유입이 활성화될 수 있다. 남궁 대표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채팅 외에도 많은 서비스가 잘 준비돼 있지만 대화하기로 마음먹고 카카오톡에 들어온 이용자들은 목적이 달성되는 순간 이동한다"며 "프로필 내에서 나만의 캐릭터와 펫을 키우거나, 내 프로필에 상태 메시지를 올려놓으면 친구들이 건강식품이나 기분 전환용 방향제를 선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관심사 기반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관심사 기반 공간은 기본적으로 광고 타기팅이 용이하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공동구매를 제공할 수도 있다.

 

◆ "이용자가 돈 벌 수 있게" 맥 잡았지만…

시장에서는 비관론도 있지만, 이용자가 수익을 올리는 'B2C2C'를 전면에 언급한 전략이 메타버스뿐 아니라 플랫폼 활성화의 본질을 잘 이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톡과 연결된 카카오스토리를 국내 최대 SNS로 키웠지만, 결국 페이스북에 밀린 뼈아픈 경험이 있다. 국내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당시 카카오스토리가 지나치게 수익화를 제한하며 콘텐츠 창작자들이 상대적으로 수익화가 용이한 페이스북으로 이동한 게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전략을 바꾼 카카오는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제작한 콘텐츠로 경제 활동이 가능해지도록 서비스 전반에 수익 모델을 강화할 계획이다. 오픈채팅방 방장은 구독모델을 적용해 정보 제공에 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창작자도 콘텐츠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될 예정이다. 1인 미디어와 미디어 스타트업은 광고, 유료, 후원, 전자상거래 등 사업 도구를 활용해 수익화가 가능해진다.

또 메타버스라고 해서 3D 공간에 아바타 캐릭터가 돌아다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도 사업적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분석이다. 콘텐츠를 제외하고, 메타버스로 엮이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국내향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 성과도 주로 콘텐츠에 치중돼 있다. 광고 관점에선 국가가 분산된 이용자들은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지털광고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국가로 나뉜 글로벌 이용자를 향한 광고가 카카오톡 광고의 성장에 준할 정도로 매출에 영향력을 보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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