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아시아증시 중 가장 못난 이유
지난주 월요일부터 진행된 하락장은 연일 증시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증시의 조정 분위기는 비슷한 시간대에 증시가 열리는 아시아증시와 비교해 낙폭이 큰 편입니다. 오히려 중국 상해 지수는 지난주 월요일 장 초반 이후 되려 상승을 기록하고 있는데, 반하여 코스피 지수는 8% 넘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한국증시를 유독 심하게 억누르는 것일까요? 장 초반 흐름 속에서 그 힌트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 자비 없는 무차별적인 급락 : 오전장 쏟아지는 기계적인 악성 매물들
지난주 월요일 아침부터 거의 매일 증시가 개장하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매도물량이 증시가 일방적으로 미끄러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장 시가 후 몇 분 후부터 쏟아지는 매도물량은 마치 감정이 없는 기계적인 매물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 빚투 강제청산은 특히 코스닥 및 스몰캡에서의 급락을 만들다 ]
이러한 매물은 지난 1월 증시 그리고 작년 2021년 가을 증시 조정장에서 경험한 바 있습니다. 바로 빚투 자금들이 마진콜 당하면서 쏟아지는 강제청산 매물이지요. 특히 아침 초반(동시호가 전후)에 쏟아지는 물량은 신용융자 강제청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후 다양한 형태의 레버리지 투자자금들(CFD, 선물옵션 파생시장 관련, 주식 담보대출, 스탁론 등)이 기계적으로 강제청산 매물을 쏟아냅니다.
지난 1월 약세장 때도 관찰되던, 매시 정각의 무자비한 강제청산이 이번 6월 급락 때는 시간을 정하지 않고 쏟아내는 것 같더군요.
(※ 매시 정각마다 매물을 쏟아내던 것이 너무 노출되어, RMS 내 청산 로직들을 바꾼 듯합니다.)
그 결과, 한국증시는 매일 오전장 악성 매물로 인해 호된 급락을 지난주부터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얇을 수밖에 없는 코스닥과 스몰캡은 매물이 쏟아질 때마다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종목 가리지 않고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지요.
▶ 유독 급하게 하락하는 한국증시, 모든 것은 빚투에 있다.
요즘 들어 거의 매일 아시아권 증시 내에서 한국증시는 오전장에 유독 큰 하락을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 증시나 일본증시가 1% 수준 하락률을 보일 때 코스피 지수는 2% 넘게 하락하는 상황이 자주 반복되기도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글 초반에 언급해 드린 무자비한 빚투 자금 강제청산에 있다고 필자는 보고 있습니다. 마치 1980년대 후반 강세장 때처럼 2020년 이후 불과 2년 만에 한국 투자문화에서 빚투는 당연한 투자 방법으로 고착화되었습니다. 레버리지를 안 쓰면 바보 취급받을 정도로 빚투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은 당연시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증시 조정기에 크게 줄어들어야 할 신용융자 규모가 6월 16일(금융투자협회 자료 기준) 아직도 20조 원대인 20조6,863억에 이릅니다. 물론 작년 최고치 대비하여서는 5조 원 가까이 감소하였다고는 하지만 그사이 줄어든 고객예탁금과 함께 비교하여 보면 현재 예탁금 대비 신용융자 비율은 높은 수준입니다.
[ 예탁금 대비 신용융자 비율, 계산 : lovefund이성수 / 원데이터 : 금융투자협회 ]
위의 자료는 필자가 계산하여 추적하고 있는 예탁금 대비 신용융자 비율입니다. 빚투 자금이 많더라도 예탁금이 풍부하다면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견딜 수 있지만, 예탁금이 빚투 자금인 신용융자에 비해 과도하다면 부담이 클 수 있지요.
대략 40% 레벨을 넘어가면 시장에 부담이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30% 수준까지 내려가면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되지요. 만약 20% 레벨까지 내려갈 때 증시는 진짜 바닥을 만들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런데, 최근 예탁금 대비 신용융자 비율은 36.3%(6월 16일 자료 기준) 레벨에 있습니다. 빚투 자금으로 인해 증시가 출렁이면서 악성 매물이 쏟아질 때 매물을 받아줄 잠재적 매수가 낮은 상황입니다.
▶ 추가 : 주말 사이 코인 시장 급락도 원인이 되었을 수 있어.
주식시장에 직접적으로 참가하는 빚투 자금도 있지만, 엮이고 엮인 금융시장 환경 속에서 다른 투자 대상들에 의해 발생한 레버리지도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지난 주말 사이에 발생한 코인 시장의 급락과 변동성 확대는 주식시장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필자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빚을 내어 코인을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강제청산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식을 대규모 매도.
둘째,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주식을 매도하여, 크게 하락한 코인을 물타기.
이러한 현상들이 주식시장 내 빚투 청산에 따른 악영향에 더하여 오늘 아침 악성 매물이 증폭되게 한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대외적인 긴축 및 인플레이션 그리고 경제 우려가 있다 보니 빚투 자금과 레버리지가 한국증시를 억누른 단 하나의 원인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1% 하락할 것을 2%, 3% 하락시킨다면 상대적인 아쉬움은 커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매도물량을 맞아 어이없는 가격으로 밀린 좋은 종목들은 빚투 자금이 증시를 왜곡시킨 중요한 증거일 것입니다. 그리고 시장 왜곡은 반대로 중요한 기회가 되어주지요. 물론 투자자들은 이제 주가 하락만 바라보고 있지만 말입니다.
2022년 6월 20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및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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