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부동산 하락장을 예감한 매도인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심리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과 예대율 규제가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면서 대출여력이 낮아져 대출금리 인상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보다 0.8포인트(p)하락한 89.4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수치다. 통산 100이상으로 지수가 높아질수록 매수 심리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5월 첫째주 91.1 이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5월 둘째주 91, 5월 셋째주 90.8, 5월 넷째주 90.6, 5월 다섯째주 90.2로 지속적으로 낮아지다가 6월 90대 이하로 떨어졌다.
집값 선행지표로 꼽히는 서울 아파트 경매지표도 하락했다. 지지옥션이 발간한 ‘5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전월(55.3%) 대비 19.7%p가 떨어진 35.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6년 2월 35.1%를 기록한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낙찰가율도 전월대비 8.3%p가 낮아진 96.8을 기록했으며 평균 응찰자수도 올해 들어 가장 낮은 3.8명으로 집계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낙찰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유찰이 많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면서 “과거에는 감정가보다 높게 쓰거나 첫 회 때 낙찰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라면서 “다만 최근 시장에 매물이 계속 나오는데 그걸 받아주는 매수층이 없다보니 매매시장에서의 호가가 낮아지고 그 호가를 기준으로 낙찰가 역시 낮게 산정해서 한두 번 이상 유찰이 돼야지 낙찰이 된다던가 등의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서울 아파트 부동산 심리 하락이유로 금리인상에 따른 빚 부담을 원인으로 꼽았다.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 범위가 이미 최고 6%대 후반에 올라섰다. 20년 만기 상품 중 우리은행의 분할 상환식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최저 4.16%에서 최고 6.46% 수준이다.
수협은행도 최저 5.26%~최고 6.46%로 6%대를 넘었다. 신한은행은 고정금리 상품이 최저 4.48%~5.38%로 5%대를 넘었으며, 하나은행도 최고 5.98%로 6%대에 육박한 상황이다. 만약 4억원을 20년 만기로 빌릴 경우, 매달 300만원에 가까운 원리금을 부담해야 한다.
특히 최근 은행이 금리인상으로 대출수요가 줄어들자 대출금리를 소폭 낮췄지만 LCR비율과 예대율 규제를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리면서 대출영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즉 LCR비율은 유동성 자산을 의미, 기존에 100%를 권고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85%로 낮아졌다. 비율이 낮아진 만큼 대출에 활용할 자금 규모도 커진 셈이다.
하지만 다시 LCR비율이 100%로 정상화되면서 대출영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도 줄어들어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하면서 연말 주담대 7~8%대로 오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인상으로 단기적으로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더 확산하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간 급등했던 서울 주요지역 내 아파트 값도 억단위로 하락하고 있다. 잠실에 위치한 전용면적84㎡ 아파트는 지난 4월 26억5000만원에 거래가 됐지만 한달 뒤인 5월 22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84㎡ 역시 지난 2월 18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14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무려 4억1000만원이 하락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기준금리가 더 오른다고 하고 대출규제도 완화가 된 것이 아니고 7월에 DSR 강화 등의 영향으로 돈줄이 마른 상태에서 매물이 계속 나오는데 그걸 받아줄 사람이 없다”라면서 “향후 전망 역시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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