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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본질

◆의사결정학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5. 1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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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론연구소  김동렬  2022. 05. 15

 

인류의 문명은 의외로 허술한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화려한 건물이 기초공사도 없이 모래 지반 위에 세워져 있는 셈이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 플라톤의 이데아론, 유클리드의 원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뉴턴의 역학이 인류의 문명을 떠받치는 다섯 기둥이라 하겠다.

 

    이들은 공통점이 없다. 인류 문명은 누더기로 짜깁기 된 것이다. 하나의 근본에 꿰어져 있지 않다. 급한 대로 돌려막기 하고 있다. 위태롭기 짝이 없다. 유인 우주선이 달을 찍고 화성으로 날아가는 시대에 여전히 종교와 주술과 음모론이 판치는 이유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다. 일관성이 없다.

 

    용케 여기까지 왔지만 오래는 못 간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출발점을 생각할 일이다. 출발점은 도구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면서 침팬지의 묵은 때를 벗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인간의 강력한 도구는 언어다. 문제는 언어의 결함이다. 말이 똑바로 서고 난 다음이라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

 

    언어는 전제와 진술로 조직된다. 말을 똑바로 하는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그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전제 없이 진술하는게 보통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간들이 함부로 구사하는 위하여다. 위하여는 미래다. 후건이 전건을 결정할 수 없다. 논리학의 첫 단추다. 결과가 원인을 결정할 수 없다. 

 

    답이 문제를 결정할 수 없다. 질문에 맞춰 대답하는 것이며, 원인이 결과를 결정하는 것이며, 전건이 후건을 결정하는 것이며, 현재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위하여는 말이 안 되는 말이다. 이와 비슷하게 말이 안 되는 수작이 타임머신이다. 시간은 없는데 어떻게 여행을 하지? 무한동력도 비슷하다. 

 

    이런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개소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생각을 하고 일을 해야 한다. 일은 과학으로 하면서 생각은 주먹구구로 한다. 그런데도 용케 망하지 않고 여기까지 굴러온 비결이 무엇일까? 일본 만담을 보고 알게 되었다. 일본 만담은 보케와 츳코미가 역할을 분담한다. 

 

    혼자 스탠드업 코미디로 해도 되는데 굳이 둘이서 만담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보케는 바보짓을 하고 츳코미는 보케를 때린다. 달인 김병만이 류담에게 얻어맞는 것과 같다. 노우진은 일본 만담과 차별화하려고 끼워준 듯하다. 언어 안에서 전제와 진술이 대칭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니 밖에서 대칭을 세운다. 

 

    인류의 문명은 혼자 사유하지 못하고 누가 밖에서 때려줘야 한다.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때려준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 때려준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 때려준다. 공격팀과 수비팀이 서로 때린다. 히어로와 빌런이 서로 때린다. 인류는 나름 문제를 우회하는 기술이 있었던 거다. 그러나 꼼수다. 정공법이 아니다. 

 

    사유 안에서 전제와 진술이 메커니즘을 일구어야 한다. 한동안 기세를 올리던 인류 문명이 위기에 봉착한 이유는 밖에서 때려줘야만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침략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지만 막강한 미국을 때려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구의 200개 국가 중에서 민주국가 30개국을 빼고 나머지 독재국가 170개 국가는 푸틴을 편들고 있다.

 

    인류는 도무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신 외부에 때려줄 누군가를 섭외한다.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이인삼각처럼 뒤뚱대며 걸어가고 있다. 깨달음이란 것은 외부의 도움을 구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그런 상호작용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이 도구의 발전이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지만 문명의 본질이 도구의 발전이라는 본질을 깨닫지 못한다. 도구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 도구로 누군가를 때리는 데만 관심이 있다. 그렇게 때려주고 얻어맞는 상호작용이 그 자체로 하나의 도구이며 그 도구가 세련되어지는 것이 문명임을 깨닫지 못한다.

 

    밖에서 때리는 것이 망치라면 안에서 때리는 것은 피스톤이다잘 되는 듯하던 인공지능이 안 되는 이유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여전히 밖에서 때리고 있다. 알파고는 이세돌이 때려줘야 작동한다. 스스로 때리지 못한다. 올바른 길은 무엇인가? 상호작용이 존재다. 언어는 발전기와 모터처럼 둘이 세트로 작동해야 한다. 

 

    발전기가 모터를 때리고 모터가 발전기를 때린다. 둘이 연결될 때 비로소 존재가 된다. 그것이 안에서 때려주는 것이다.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다. 인류 문명은 잘못되었다. 발전기는 있는데 모터가 없다. 모터는 있는데 발전기가 없다. 안으로 집어넣어 자동화하지 않고 위태롭게 밖에서 망치로 때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온 것은 외부에서 억지로 그것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전쟁과 경쟁과 차별은 필연이다. 때려주지 않으면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 전쟁하고 경쟁하고 차별하게 된다. 밖에서 때리지 말고 안으로 들어와서 상호작용해야 한다. 

 

    인류는 환경과 싸워왔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다. 인류가 환경을 때리고 환경이 인류를 때린다. 그 과정에 발전하는 것은 도구다. 옛날에는 맨주먹으로 때리다가 이제는 현악기로 튕기고 타악기로 때린다. 보다 좋은 소리가 난다. 붓으로 때리고 펜으로 때리고 필름으로 때린다. 더 좋은 그림이 쏟아진다.

 

    보케와 츳코미처럼 받쳐주는 사람이 있어야 자연스럽다. 혼자서 생쇼하는 것은 어색하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혼자 두 사람 역할을 한다. 미국식 스탠드업 코미디는 혼자 보케도 하고 츳코미도 하는 것이다. 한국 코미디가 몰락한 데는 이유가 있다. 상황극은 대본을 쓰는 작가가 따로 있어야 한다.

 

    대본이 안 되고 연기가 되는 임하룡이 개그를 주도하게 된다. 연기는 되는데 아이디어가 없는 임하룡과 아이디어는 있는데 연기가 안 되는 박승대가 합작을 하면 심형래가 되는 것이다. 즉 수준이 낮은 것이다. 선배가 후배의 아이디어를 약탈하는 구조로 가다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 개콘의 몰락이다.

 

    왜 스탠드업을 못 할까? 생각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혼자 발전기도 되고 모터도 되어야 한다. 인류 문명은 여전히 발전기 따로 모터 따로 노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때려줄 중국이 필요하다. 때려줄 러시아가 필요하다. 때려줄 기후위기가 필요하다. 때려줄 ISIS가 필요하다.

 

    때려달라고 하니 때려주는 것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 난 진보만 하겠다는, 나는 보수만 하겠다는 식의 편향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얻어맞는 것이다. 진보든 보수든, 도구를 휘두르지 말고 도구를 발전시켜야 한다. 상황극 코미디를 졸업하고 스탠드업 코미디로 가야 한다. 

 

    진보는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다. 우주는 디지털이다. 연속이 아니고 불연속이다. 입자가 아니고 양자다. 아날로그는 대칭은 있는데 축이 없어서 밖에서 누가 연속적으로 조절해줘야 한다. 디지털은 불연속의 대칭이 축에 꿰어 있어서 내부에서 자동으로 조절된다. 아날로그 언어를 디지털 언어로 바꿔야 한다. 

 

    축이 없는 위하여를 축이 있는 의하여로 바꾸어야 한다. 왼발은 뒤로 가고 오른발은 앞으로 간다. 아니다. 두 발 다 앞으로 간다. 뒤로 가는 발은 없다. 단지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진보는 앞으로 가고 보수는 뒤로 가는게 아니다. 진보가 전진할 때 보수는 뒤에서 받쳐준다. 오른발을 내밀 때 왼발이 뒤에서 받쳐준다. 서로 때리고 차별하고 미워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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