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대상] "총리·국정원장 공석이라 NSC 소집 안 했다" 일부 언론 보도
북한이 12일 오후 6시 29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세 발을 발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미사일 발사여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긴급 소집이 예상됐지만,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안보상황점검회의에 그쳐 논란이 일었다(관련 기사 : 국가안보실 "북한 미사일 발사는 도발행위, 강력 규탄" http://omn.kr/1yw5x).
이에 일부 언론은 국무총리를 비롯해 국가정보원장, 통일부 장관 등 NSC 위원 공석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뉴스1>은 이날 "만약 대통령이 의장을 맡아 NSC를 소집한다면 외교부·통일부·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등과 국무총리,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해야 하는데 각 부처 장관이 신속하게 회의에 참석하기 어려운 데다 국무총리·국정원장이 공석인 상태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파이낸셜뉴스>도 "NSC 상임위 긴급회의 형식이 아닌 안보상황점검회의로 형태가 바뀌면서 그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면서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진행중이었고, 국무총리와 국가정보원장 모두 공석인 상황에서 무리하게 NSC를 개최하기보다 안보실장 주재 점검회의로 신속히 소집한다는 의도로도 해석됐다"고 보도했다.
실제 NSC 위원 공석이 긴급 회의 소집에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문재인 대통령, 박근혜 정부 장관들과 첫 NSC 상임위 주재
▲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2017년 6월 8일 오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도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문 대통령 옆) 등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위원으로 참석했다. ⓒ 연합뉴스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에도 내각 구성이 안 된 상태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북한은 문 대통령 취임 나흘만인 2017년 5월 14일 오전 5시 27분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에서 긴급 NSC 상임위를 소집하고 직접 주재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5월 10일 당선과 동시에 취임한 탓에 내각 구성이 안 된 상태여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이병호 국정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 인사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참석했다.
한 달 뒤인 6월 8일 북 미사일 발사 직후 소집한 첫 NSC 전체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등 문재인 정부 인사 숫자가 늘었지만, 한민구, 윤병세, 홍용표 장관 등 박근혜 정부 인사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NSC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군사정책과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국무회의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헌법 제91조와 '국가안전보장회의법') 두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NSC는 의장인 대통령과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등으로 구성되고, 대통령령('국가안전보장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NSC 사무처장, 국가안보실 제2차장도 위원을 맡는다. NSC는 재적위원 2/3 이상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기 때문에 반드시 위원 전원이 참석할 필요는 없다.
NSC 상임위원회는 안보회의에서 위임한 사항을 처리하는데, 국가안보실장이 상임위원장을 맡는다. 외교·통일·국방 장관과 국가정보원장, 대통령비서실장, 사무처장과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상임위원으로 참여하고 국무조정실장도 참석할 수 있다.
현재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지 못했고,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도 아직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았지만, 이들이 없다고 해서 NSC 상임위나 전체회의 소집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문 대통령 'NSC 불참' 비판해온 보수언론, 윤석열 정부엔 '침묵'
정작 그동안 문 대통령이 북 미사일 발사에 대한 NSC 긴급회의 소집과 주재에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해온 보수 언론은 정작 취임 후 첫 북한 미사일 발사에도 NSC를 소집하지 않은 윤 대통령에 대해선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지난 3월 23일 기사에서 "문 대통령은 임기 중 북한 미사일 도발에 NSC를 직접 주재한 경우가 적어 논란이 됐다"면서, 북한 도발 등으로 열린 긴급 NSC 및 관계장관회의 64번 가운데 17번(26.6%)만 문 대통령이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12일 기사에서 오히려 윤석열 정부가 북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표현한 점을 강조하면서 "문 정부의 '로키(low key)'와 달리 강경대응"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도 지난 2017년 6월 8일 처음 열린 NSC 전체회의에서 "외교안보 부처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해 나가고,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떠한 무력도발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말했고, 이후에도 북 미사일 발사를 수차례 '도발'로 규정했다(관련 팩트체크 : YTN [팩트와이] 文 정부 '북한의 도발' 표현 한 번도 안 했다?).
이에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의 대응은 '첫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최소한 NSC 상임위원회라도 개최했어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NSC 상임위원회도 '솜방망이 대처'라고 비난했던 언론이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실 내부회의인 상황점검회의도 '강경한 대응'이라고 제목까지 뽑아 준 지점에서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도발 수준 경미, NSC 필요한 상황 아냐"
윤석열 정부는 전날 NSC 상임위 긴급 회의를 소집하지 않은 건 북한의 도발 수위가 그만큼 높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3일 오후 "어제와 같은 경우는 (북한이) 늘상 하던 비슷한 종류의 방사포"라면서 "이것은 대통령이나 모든 장관이 모여서 그것을 새롭게 규정하고 새로운 조치가 필요한 사안은 아니고"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 수위를 놓고 회의체를 정하는 것이 기존의 관행이었다"면서 "지금은 북한의 도발 성격도 고려하지만 이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가, 이 조치를 결정할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서 그 회의체를 정하겠다"라고 말했다.
[검증결과] "총리·국정원장 공석이라 NSC 소집 안 했다" 언론 보도는 '대체로 거짓'
NSC 전체회의나 상임위를 긴급 소집하려면 관련 법률과 법령에 규정한 위원 참석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내각 구성이 안 된 상태에서도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인사와 함께 긴급 NSC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도발 수위를 낮게 평가했기 때문에 NSC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무총리, 국정원장 등 일부 당연직 위원의 공석 때문에 NSC를 소집하지 않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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