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반중국 연대’ 강화를 노리고 워싱턴에서 개최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특별정상회의가 12일(현지시각) 만찬을 시작으로 이틀 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미국은 금전적 지원과 함께 중국 어선 단속을 위한 해안경비대 함정 파견을 약속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타이·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캄보디아·라오스·브루나이 정상들에게 백악관에서 만찬을 베풀며 양쪽의 관계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미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것이다. 아세안 10개국 중 군사정부가 통치하는 미얀마는 초청받지 못했고, 임기가 끝나가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오지 않았다.
백악관은 아세안 국가들의 기후, 해양, 보건 문제 대응을 위해 1억5천만달러(약 1933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 선박들의 불법 어로 행위 단속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해양경비대 함정 1척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가장 크게 갈등을 빚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아세안을 확실히 편들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순방(이달 20~24일) 직전에 개최된 점에서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강조와 중국 견제 의지가 도드라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서도 중국 견제와 관련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에서는 중국 견제를 위한 협의체인 쿼드(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견제를 위해 고안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출범을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는 현재까지 미국·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필리핀·싱가포르가 참여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아세안과의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더 많은 아세안 국가들을 끌어들이려고 막판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아세안 정상들을 수행한 각국 장관 및 차관들과 집중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이 11일 “미국 행정부가 출범 때는 동아시아나 인도-태평양에 초점을 두다가 나중에는 다른 급박한 과제들로 빠져든다는 인식도 있었지만 이제 더는 그러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태평양에 분명히 방점을 두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이 미-중 사이에서 얼마나 미국 쪽으로 밀착할지는 불확실하다. 무엇보다 이 국가들이 중국과의 교역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로 최근 대선에서 당선된 마르코스 주니어는 친중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이번에 미국이 밝힌 지원 규모의 10배에 달하는 15억달러를 아세안에 지원하겠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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