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독일,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러시아산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CNN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로·달러화 결제를 고수했다가 폴란드·불가리아처럼 러시아산 가스 공급을 전면 차단당하면 피해가 너무 크다는 판단이다.
독일 에너지기업 우니퍼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산 가스 대금 지급 방식과 관련해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경제에 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EU 제재를 준수하면서 결제 방식을 바꿀 수 있다"며 루블화 지불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니퍼는 일단 "유로화로 계속 지불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결제 방식에 대해 계약 상대방과 논의 중이며 독일 정부와도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신문 라이니쉐포스트는 우니퍼가 '유럽 소재 러시아 은행이 아닌, 러시아 현지 은행에 유로로 지불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전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55%에 달했고 최근에는 35% 정도다. 독일은 급격한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 적어도 내년까지는 러시아산 가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오스트리아 에너지업체 'OMV'도 이날 루블화 결제 요구를 받아들일 방법을 검토 중이라며 "EU 제재를 준수하는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80%에 이른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하고, 이들 국가는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폴란드·불가리아는 이 요구를 묵살했다가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차단됐다. 다른 EU 국가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NN은 가스 구매자들이 유로·달러화를 러시아 '가스프롬은행'에 입금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스프롬은행이 입금된 달러·유로화를 루블로 바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에 이체하는 식이다.
CNN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도 최근 회원국에 관련 지침을 발표하면서 "EU 법령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새로운 규칙을 따를 수 있는 방식이 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재 우회'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에너지 관련 싱크탱크 '리스타드에너지'의 거셜 라메시 선임연구원은 "루블화 환전 과정에 제재 대상이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스를 구매하는 쪽에서는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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