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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론의 철학

◆의사결정학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5. 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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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론연구소  김동렬  2022. 05. 03  

 

과학이 객체의 사정이라면 철학은 주체의 사정이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은 정답에 도달하면 끝난다. 집을 짓는 것은 다르다. 자신이 답을 정해야 한다. 집을 크게 짓든 작게 짓든 건축주 마음에 달려 있다. 크게 지으면 큰 기준에 맞추게 되고 작게 지으면 작은 기준에 맞추게 된다.

 

    집을 짓기는 잘 지었는데 내가 원하는 집이 아니면? 과학의 성공은 내가 결정하는게 아니다. 제시된 목표에 도달하면 승인된다. 철학은 반대다. 설계대로 정확하게 지어놓고도 살아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 버려둘 수도 있고 반대로 허접하게 지어놓고 만족할 수도 있다. 하이힐처럼 내게는 불편한데 남들이 칭찬하니 만족할 수도 있고, 연비 좋은 소형차처럼 나는 만족하는데 남들이 무시해서 화가 날 때도 있다.

 

    과학이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이라면 철학은 문제를 내는 것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근거 따위는 없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문제를 출제하는 자는 정답이 있는 문제를 내야 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정문이 있다. 인생에 바른 대답은 없지만 바른 질문은 있다. 

 

    많은 자손을 낳고 오래 사는게 좋다는 식의 생각은 부족민의 호르몬의 반응이다. 유치한 거다.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잘 사는 것인지 내가 만족해야 좋은 것인지 중에서 정답은 없다. 도시로 나가서 명성을 얻든 자연인으로 시골에 숨든 결과의 차이는 없다. 원인의 차이는 있다. 원심분리기에서는 각자 비중대로 간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오해다. 김치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나는 김치를 싫어해 하고 단정한다면? 나이가 들면 입맛이 변한다. 맛없는 것이 맛있게 느껴진다. 어린시절 비린내를 맡고 충격받아 이후 생선을 먹지 않게 되었다면? 트라우마라면 좋지 않다. 

 

    철학은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게 뭔지 알아야 한다. 인간이 원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길들여진 것이라면? 중독된 것이라면? 내가 술과 담배를 원하는가 아니면 거기에 중독되어 끌려가는 것인가? 

 

    철학은 계속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과학이 탄도미사일이라면 철학은 순항미사일이다. 탄도미사일은 정해진 목표대로 날아가면 되고 순항미사일은 레이더로 표적을 찾아야 한다.

 

    철학의 정답은 권력이다. 권력은 일관성이다. 그것은 객체에 대한 주체의 우위다. 인생에 객관적인 정답은 없지만 지켜야 할 일관성은 있다. 주체가 우위에 서야 일관성을 지킬 수 있다. 우위에 서지 못하면 끌려다닌다. 이랬다 저랬다 하고 변덕을 부리게 된다. 정상까지 와서 이 산이 아닌게벼를 반복하며 개고생 한다. 

 

    외력의 작용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당하지 말아야 한다. 씹히지 말아야 한다. 수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남 좋은 일 시키지 말아야 한다. 줏대가 있어야 한다. 중독되지 말아야 한다. 참여한 게임에는 이겨야 한다. 내가 의사결정권을 장악해야 한다. 효율을 추구해야 한다. 신과의 일대일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해하게 된다. 퇴행하게 된다. 이용당하게 된다. 객체가 주체를 이긴다. 사는게 아니라 사육되는 것이다. 환경에 길들여지는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집단에 맞추어져 있다. 무의식은 집단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킨다. 인간의 마음은 환경에 의해 조종된다. 내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니다. 상황에 말려드는 것이다. 세 사람이 바람잡이 짓을 하면 인간은 속는다. 말려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된다.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방법으로 사람 바보 만들기 쉽다. 

 

    인생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다. 칼은 손잡이가 있고 칼날이 있다. 손잡이가 주체라면 칼날은 객체다. 부러진다면 무엇을 먼저 수리하겠는가? 손잡이가 부러지면 그 칼을 쓸 수 없다. 칼날이 부러지면 숫돌에 갈면 된다. 연필심이 부러지면 깎으면 된다. 손잡이가 부러지면 버려야 한다. 

 

    과학이 칼날을 예리하게 갈아서 써야 하는 문제라면 철학은 손잡이를 놓치지 않는 문제다. 언제라도 주체가 객체에 대해 우위에 서야 한다. 사람이 먼저라야 한다.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전제와 진술은 일치해야 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과는 대화하지 않는다. 그게 옳은게 아니고 현실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망부석과 대화를 시도하는 자는 어리석다. 나는 말이 통하지 않는 자와 대화하지 않는다. 나와 대화하려면 구조론을 배워야 한다.

 

    집을 작게 지으면 개미와 친해지고 크게 지으면 코끼리와 친해진다. 작게 짓든 크게 짓든 상관없지만 작으면 작은대로 맞춰가게 되고 크면 큰대로 맞춰가게 된다. 나는 큰 집을 지었으므로 작은 집을 짓는 자와 대화할 수 없다. 기둥이 되면 가지를 흔들게 되고 가지가 되면 바람에 휘둘리게 된다. 자기 게임을 하는 자가 끝까지 간다. 이기든 지든 상관없지만 판이 진행중인데 중간에 일어서는 자는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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