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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다 잡아먹힌다"..EU가 애플, 구글, 페북 때리는 이유는 [뉴스 쉽게보기]

IT·가전·통신·과학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4. 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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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다 잡아먹힌다"..EU가 애플, 구글, 페북 때리는 이유는 [뉴스 쉽게보기]

박재영, 임형준 입력 2022. 04. 30. 09:03 수정 2022. 04. 30. 09:54 
 
매일경제 '디그(dig)'팀이 연재하는 '뉴스 쉽게보기'는 술술 읽히는 뉴스를 지향합니다. 복잡한 이슈는 정리하고, 어려운 정보는 풀어서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미국 거대 IT기업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의 로고/사진=연합뉴스

카카오톡 메시지 하루에 몇 개나 받으시나요? 이제 카톡 없는 일상은 상상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하지만 늘어나기만 하는 단톡방 개수와 끝없이 오는 메시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분들도 많죠.

여기에 텔레그램과 페이스북 메신저, 라인,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애플 아이메시지(iMessage)까지 메신저 종류도 계속 늘어나고 있잖아요. 하나만 사용하고 싶어도 메신저마다 사용 목적이 달라서 쉽지 않죠.

 

그런데 어쩌면 앞으로는 다른 메신저끼리 메시지를 주고받게 될 수도 있다고 해요. 페이스북 메신저나 아이메시지로 보낸 메시지를 카톡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된다는 거예요.

 

게다가 아이폰 사용자들은 앱스토어에 들어가지 않아도 앱을 내려받을 수 있고, 유튜브 프리미엄 같은 구독형 서비스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해요. 들어보니 좋을 것 같긴 한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IT 공룡을 벌벌 떨게 한 EU

지난달 말(3월 24일) 유럽연합(EU)은 법안 하나를 도입하기로 합의했어요. 이를 두고 외신들은 '역사적인 법이 탄생했다'며 흥분했죠. 앞서 말한 변화들도 다 이 법안 덕분에 가능한 거예요.

이 법의 이름은 '디지털 시장법(DMA, Digital Markets Act)'이에요.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덩치도 큰 IT 플랫폼 기업들이 더 이상 디지털 시장을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큰 기업에만 적용되는 법이에요.

 

디지털 시장법은 전체 주식 가치가 750억유로(약 100조원) 이상이거나 EU 내 연매출이 75억유로(약 10조원)를 넘고, EU 내에서 월간 사용자가 4500만명 이상인 IT 플랫폼 기업에 적용될 예정이에요. 구글과 메타(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미국을 대표하는 IT 기업들은 모두 이 기준에 해당한다고 해요.

 

※주식가치·연매출 중 1개 조건에 해당하고, 동시에 사용자 수 조건도 해당하면 적용.
 
디지털 시장법 시행되면 달라지는 것들

① 페북으로 보내고 카톡으로 받기?

우리에게 가장 와 닿는 부분은 아마 '메신저 통합'이 아닐까 싶어요. IT 플랫폼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핵심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건데요.

 

디지털 시장법은 이런 연결 서비스에 '인프라 사업'의 성격이 일부 있다고 보는 거예요. 인프라는 우리의 일상생활이나 기업 활동의 기반이 되는 시설을 의미하는데요. 대표적인 게 도로나 항만, 철도 같은 것들이죠. 예전에는 도로 등을 통한 물리적인 연결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메신저 같은 '디지털 연결'도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됐다는 논리예요.

 

그리고 그 어떤 자동차라도 안전 규정만 지키면 도로 위에서 달릴 수 있는 것처럼, 어떤 메신저를 쓰는지에 구애받지 않고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거죠. 이 법이 시행되면 독창적이고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용자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메신저도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여요.

 

한국에선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유럽에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카카오톡도 이 법이 시행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유럽에서 많이 사용하는 페이스북 메신저나 왓츠앱에서 보낸 메시지를 카톡으로도 받을 수 있게 되는 거니까요.

 

② 앱 마켓 독점 금지

 

애플과 구글이 사실상 독점해오던 스마트폰 앱 마켓도 디지털 시장법의 규제 대상이라고 해요. 지금까지 애플과 구글은 각각 고유의 앱 마켓을 만들고 스마트폰 사용자가 여기서만 앱을 내려받도록 유도해왔는데요. 특히 애플은 자사 앱 마켓인 '앱스토어' 외에서 스마트폰 앱을 다운로드받는 것을 아예 금지해왔죠.

 

또 애플과 구글은 자사 앱 마켓에서 다운로드받은 앱을 통해 소비자가 디지털 상품을 결제할 때, 결제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걷어 갔어요. 앱 안에서 결제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이를 '인앱 결제'라 부르는데요. 구글과 애플은 많게는 30%까지 수수료를 부과했어요.

 

디지털 시장법이 시행되면 애플이 만든 앱 마켓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해요. 또 '인앱 결제' 역시 더 이상 강제할 수 없게 돼요.

 

구글의 앱마켓인 `구글 플레이`와 애플의 앱마켓 `앱스토어` 로고

③ 스스로 추천도 금지

또 이제 IT 플랫폼 기업들이 검색 결과에 무조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먼저 띄우는 것도 불가능해져요. 구글로 검색했을 때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의 콘텐츠를 우선순위로 올라오게 하면 안 된다는 거죠. 또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도 자체 제작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할 수 없게 되는 거예요.

 

④ 스마트폰 기본 앱 선택도 자유롭게

 

지금은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기본 서비스나 앱이 탑재되는데요. 디지털 시장법이 시행되면 스마트폰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나 앱을 탑재할 수 있게 된다고 해요. 예를 들어 아이폰의 인공지능 비서인 '시리'를 삼성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거죠.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할 수 있고요.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었던 스마트폰 기본 앱 또한 사라진다고 해요.

 

디지털 시장법, 왜 만들어졌을까

디지털 시장법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에요. 규정을 위반하면 EU는 해당 기업 전 세계 총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물게 한다는데요. 반복해서 걸리면 2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해요. 구글의 작년 매출이 315조원 정도 됐으니까 벌금으로만 63조원을 물릴 수도 있다는 거죠.

물론 기업 입장에선 우리가 공들여 만든 서비스를 왜 정부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하느냐고 불만을 가질 수 있어요. 엊그제(12일) 애플 CEO인 팀 쿡은 디지털 시장법이 시행되면 아이폰의 보안이 취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죠.

 

그런데도 EU가 앞장서서 이번 법을 도입하려 하는 이유가 있어요. 디지털 시장법의 주요 적용 대상인 구글과 메타(페이스북), 애플, 아마존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미국 기업이란 점이죠.

 

유럽에는 덩치 큰 IT 플랫폼 기업이 딱히 없잖아요. 미국 기업들이 유럽에 들어와서 돈을 벌어가면서 유럽 사람들의 개인정보까지 다 가져가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죠. 게다가 이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보니 새로운 기업이 등장해 성장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요. 심지어 이 기업들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다 보니 독과점의 부작용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요.

 

이게 끝이 아니다...'디지털 서비스법'까지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유럽연합(EU) 깃발/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EU는 디지털 시장법 외에도 거대 IT 기업을 겨냥한 새로운 규제를 추가로 마련하고 있어요.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허위·유해 정보나 온라인 광고 등을 감시하는 '디지털 서비스법(DSA, Digital Service Act)'이 대표적이에요. 디지털 서비스법은 IT 플랫폼 기업들의 부정적 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될 예정이에요.

이 법에 따르면 IT 기업들은 허위 정보나 편파적 발언을 담은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서 제공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해요. 또 자사 플랫폼에서 종교, 인종, 성, 정치 성향 등의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없게 돼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타깃 광고'도 원칙적으로 금지되고요.

요즘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추천 알고리즘'은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바뀌는데요, 어떤 원리로 사용자에게 콘텐츠가 노출되는지를 투명하게 알려야한다는 거예요. 이 외에 알고리즘을 따라가지 않고도 업로드 시간 순서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해야 하고, 정부 전문가들이나 연구기관들이 온라인 플랫폼의 위험 요소를 연구할 수 있도록 플랫폼의 핵심 자료도 제공해야 한다고 해요.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위반하는 기업엔 총매출액의 최대 6%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어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매출 규모가 천문학적인 기업들은 1건당 수조원의 과징금을 물게 될 수도 있는 거죠. 이 법안은 2024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래요.

 

유럽에서 만든 규제, 우리와 상관 있을까?

머나먼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요. 요즘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미국 IT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태인데요. 지금까진 이 기업들의 입김이 너무 세고 미국 눈치도 봐야 하니까 가만히 있었던 것뿐이죠. 하지만 이제 EU가 먼저 총대를 멨으니 너도나도 비슷한 법을 만들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사실 우리나라는 적용되는 범위는 작지만, 디지털 시장법과 비슷한 법안을 이미 만들어서 지난달 15일부터 시행하고 있어요. 앞서 설명했던 '인앱 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인데요. 이런 법을 만든 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라고 해요. 세계적으로 불기 시작한 '대형 플랫폼 기업 견제' 바람은 우리 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박재영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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