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오히려 줄었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 "국제정치, 어느 쪽 이야기가 승리하는지 중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 작전을 개시하는 등 향후 강대국들의 군사 팽창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조셉 나이 하버드 대학교 석좌교수는 오히려 이번 사태로 인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19일 최종현학술원과 미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CSIS)가 발족한 '동북아-한반도 공동위원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를 주제로 마련한 논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가진 조셉 나이 교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작전을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한 상륙 강습 작전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대만 정부는 아마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같은 분석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아시아에서 중국의 역할이 달라졌는데, 중국은 러시아와 다소 거리를 둘 수 있지만 이미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며 전반적으로 러시아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중국 국력에 타격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이 교수는 "중국은 오래 전부터 각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보존한다는 원칙을 준수하며 아시아 국가들을 포섭해왔다"며 "그런데 이런 주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국이 지지하면서 설득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정치에서는 군대를 통해 승리를 얻는 것뿐만 아니라 어느 쪽의 이야기가 승리하는지가 중요하다"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지지는) 미래는 권위주의 진영의 것이라는 스토리 자체에 타격을 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나이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를 합하면 전 세계의 20% 정도다. 반면 미국과 유럽, 한국, 호주, 일본 등을 합하면 50% 정도"라며 "민주주의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함께 버틸 여력이 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상식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더 공고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처해 있는 현 상황도 대만 침공에 유리한 조건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나이 교수는 "중국의 인구 구조와 생산성 저하로 인한 요인과 함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실패하고 있는 문제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의 대상이 된다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이 교수는 "이렇듯 중국은 자국의 경제적 입지를 생각해서라도 러시아를 지나치게 지지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향후 행보에 대해 그는 "러시아가 인구 구조나 경제 특성으로 쇠퇴하고 있는 국가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국가가 오히려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세계 1차대전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이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전히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서 러시아의 군사력은 '신화'라는 점이 드러났고 경제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으며 소프트파워도 형편없이 무너졌다"며 "이는 미국과 서방에 유리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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