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반도체 신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 확충으로 IT(정보기술) 제품 위주의 반도체 수요 증가가 기대되면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인도 정부 차원의 반도체 지원책도 성장세에 힘을 더하고 있다.
20일 인도 전자반도체협회(IESA)에 따르면 인도의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272억달러 수준에서 2026년엔 64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성장률이 16%다. IESA는 2030년엔 인도가 전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1000억달러 규모를 담당하는 중요 공급망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사업 매출 규모는 5559억달러였다.
인도는 중국과 같은 대표적 인구 대국이지만 제조시설 인프라가 부족하고, 디지털화가 더뎌 반도체 산업 수요도 다소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반도체 기업들은 충분한 반도체 수요, 세제혜택 등 투자 지원, 풍부한 노동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장 위치를 선정하는만큼 인도가 선택지가 되긴 힘들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인도 정부가 본격적인 반도체 자립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120억달러(14조83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 계획을 승인했다. 자국에 투자하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업체에 투자 비용의 최대50%를 재정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올해 하반기 인도가 5G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예상도 인도 반도체 시장 개화를 앞당기는 요소 중 하나다. 인도 반도체 산업의 총 매출 가운데 80%가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노트북 등 IT 기기 등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기준 인도의 모바일 가입자 수(2G, 3G, 4G)는 11억5000만명 이상으로 세계 2위다. 인도 정부가 적극적 디지털 인프라 확대 정책을 펼치면서 5G 상용화 후 3년만인 2025년에 전체 모바일 가입자 중 11%가 5G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글로벌 통신장비 제조업체 에릭슨은 내다봤다.
반도체 기업들이 노동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인도에 IT 인재가 포진한 것도 강점이다. 반도체 설계 분야의 전세계 인력 가운데 20%가 인도 출신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인도엔 삼성전자와 인텔, 마이크론, NXP 등 유명 반도체 기업들의 R&D(연구개발)센터가 여럿 들어와있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사진제공=삼성전자
투자 지원과 노동력,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 전망 등을 앞세워 인도는 여러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 대만의 폭스콘이 인도 정부의 반도체 인센티브 수혜 기업 1호로, 인도의 다국적기업인 벤단타와 함께 반도체 제조 합작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일주일 전엔 IESA가 미국반도체협회(SIA)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양국 간 반도체 분야 협력을 약속했다. 인텔과 AMD, 엔비디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퀄컴 등 유명 반도체 기업이 SIA 회원사다.
삼성전자도 인도로부터 생산공장을 세워달란 요청을 오랫동안 꾸준히 받아왔다. 삼성전자는 한국 외에 미국과 중국에 각각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 공장을 갖고 있는데, 미국에는 유명 팹리스(반도체설계) 회사가 많고 중국은 주요 메모리반도체 수요처다. 인도가 추후 충분한 반도체 수요를 충족한다면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새로운 전략기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 유치엔 반도체 수요뿐만 아니라 국가 지원, 인력 수급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인도에 반도체 공장 건설 시 기대되는 효과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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