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최근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 '펀블'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펀블은 상업용 건물을 주식처럼 쪼개서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이다. 펀블은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받았으며, 이달 관련 플랫폼을 개발했다.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사진=정소희 기자]
키움증권은 펀블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관련 전략적 협력 ▲증권형토큰(STO·Security Token Offering) 시장 협업 과제 발굴과 수행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가상자산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신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기존 사업모델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STO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STO는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자산이나 주식·채권 등 비유동자산을 토큰화한 것이다. STO를 보유한 투자자는 해당 실물자산에 대한 지분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이자·배당금 등에 대한 권리도 받을 수 있다.
SK증권도 지난 1월 펀블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DABS)'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앞서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 운영사 '피어테크'와 블록체인 기술 기업 '해치랩스' 등과도 협약을 맺었다. SK증권은 한국예탁결제원과도 STO 기술 관련 업무 플랫폼과 제도 개선을 위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새로운 디지털 기반의 사업 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핀테크 기업 '루센트블록'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략적 투자에 나섰다. 삼성증권도 STO 사업 진출을 위해 작년 STO 개발·운영 업무를 담당할 해외 석·박사급 인재 모집 공개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2021년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총 55조2천억원이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 말까지 가상자산 일평균 거래규모는 11조3천억원에 달한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에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감독당국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DABS를 허용하는 등 증권사들이 변화하는 흐름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향후 가상자산이 기초자산성을 인정받게 되면, 이와 연계해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 출시가 가능해지고, 청산결제 시스템이 탈중앙화하는 환경 변화에도 적응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 관련 사업은 플랫폼화될 것이기 때문에 선점 효과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현재 가시적인 영업 모델이 없더라도 여러 증권사가 관련 사업에 투자를 시도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