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극히 평범했는데
세상은 사람의 머리를 넘어선다. 2019년 여름 한 달 간격으로 이루어진 두 번의 人事(인사)가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던 정권을 교체했으니 이게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문 대통령은 2019년 6월에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에 지명했고 (7월에 취임), 8월 9일 조국을 법무무 장관 후보로 지명한 뒤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9월9일에 취임을 강행시켰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의 취임 인사를 받으면서 미소와 함께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윤석열은 ‘진짜 그런 사람’이었다. 조직에 충성할 뿐이란 생각, 즉 주어진 임무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흔히 하는 얘기로 정무감각이 없는 윤석열이었다.
이에 윤 총장은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조국이란 사람은 수상한 혐의가 있다고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진작부터 언변이 좋고 인물도 좋은 조국이야말로 검찰개혁을 완수할 것 같으면 그 공을 내세워 차기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인물로서 점찍어 놓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양반 눈치 없이 왜 이럴까?
조국 사태, 문 정권 몰락의 시발점
그로서 이른바 “조국 사태”가 시작되었다.
엄청난 국론분열과 함께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들 간에도 편이 갈라져서 무지막지한 비방전과 프로파간다가 진행되었다.
운석열 총장이 지적한 것은 조국의 사모펀드 건이었지만 그 이후 정작 국민들의 심기를 건든 것은 조국 일가, 자녀들의 불공정 시비였다.
그 이전까지 옳고 바른 말만 하던 조국이란 유명인사가 한순간에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로 전락했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의 대통령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 취임사 문장을 읽은 나 호호당은 머리가 아찔하고 띵-했다. 현실과의 엄청난 괴리를 어떻게 메우려고 저런 말을 할까? 하고 걱정이 앞섰다. 저런 이상이 현실과 부합하는 나라는 지구 상 그 어디에도 없다고 여기고 있건만 아무리 문장이 멋있다 해도 그렇지 너무 큰 얘기를 저처럼 태연하게 하고 있다니! 하고 허탄해했다.
말은 씨가 되는 법, 역시 그랬다. 지킬 수 없는 약속으로부터 2년 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압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조국 임명에 반대하는 야권과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었고 대학가에서도 촛불시위가 연이어졌다.
말로 하는 선전과 비방의 일대 전쟁에서 정권 측 진영은 기세에 밀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 그간에 쌓아올린 모든 정치적 자산을 깡그리 투입했고 소진했다.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 등등의 시위가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정권 측에 서 있던 영향력 있는 인사들, 이른바 ‘인플루언서’들이 대거 나섰다. 소설가 황석영과 공지영, 시인 안도현 등의 ‘셀럽’들이 대거 성명을 발표하고 선전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결과 그들은 ‘사회적 영향력’이라고 하는 각자의 소중한 자산을 거의 소진하고 말았다.)
그래도 우린 많이 좋아진 세상에 살고 있다.
2019년 가을에 벌어진 거대한 정치 사회적 투쟁을 지켜보면서 나 호호당은 그래도 안도할 수 있었다. 아, 정말 다행이다, 우리가 이제 데모크라시란 것을 하고 있어서 칼부림할 일은 없겠거니 싶어서 진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민주주의 만세! 만만세!
권력을 가진 측에선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름 갖은 방법을 다 쓴다. 은밀히 조작도 하고 공작도 한다. (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 다만 쓸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되어 있는 차이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어딘가! 대놓고 노골적으로 하진 못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게 어딘가 말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독재와 전횡을 예방할 수 있는 나름의 제동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은가.
정권 교체는 예상되었으나 인물이 문제였는데
그러면 이제 본론이다. 지금부터 자연순환의 관점에서 나 호호당의 속내를 약간 털어놓고자 한다.
조국 사태를 지켜보면서 계산을 해보았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것은 2019년 9월 9일이었다. (퇴진은 10월 14일이었다.)
당시 생각하기로 이번 일로 인해 자칫하면 정권이 바뀌겠구나 싶었다. 왜냐면 차기 대통령 선거가 2022년 3월 초인데 이는 2019년 9월로부터 계산하면 30개월 뒤가 되기 때문이었다.
2019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는 30개월이다. 30개월은 60개월의 절반 되는 자리, 그렇다면 이번 조국 사태로 인해 민주당 정권이 다시 야당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추산이었다. (늘 얘기하지만 30은 60의 절반이기에 정반대가 되는 사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당 인사를 살펴볼 것 같으면 도무지 가능성 있어 보이는 얼굴이 떠오르진 않았다. 전혀!
작년 3월로서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었으니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권으로부터 직무정지 등의 핍박을 받으면서 유망주로 순식간에 정치인으로 성장했고 마침내 작년 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임기 몇 달을 남겨놓고 사퇴했을 때 앗, 그렇구나! 하고 깨달았다. 차기 대통령은 윤석열이구나! 하고.
퇴임사에서 했던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던 그 말은 이제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는 사실상의 출마 선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윤석열 스스로 대통령이 되리란 자신감을 가진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의욕보다는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하도록 몰아넣었기에 어쩔 수 없이 갈 길을 간다는 생각이 더 컸을 것이라 본다.)
단서를 얻은 나는 윤석열이란 사람의 과거 행적에 대해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는 심증을 굳혔다.
(이제부터는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호칭을 바꾸겠다.)
대통령으로 가는 길목
윤 대통령이 명성을 얻게 된 것은 2013년 4월부터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것이 계기였다.
당시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왔을 때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박근혜 정권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2014년 2월의 검찰 인사에서 대구고등검찰청 검사로 좌천이 되었는데 이게 바로 대통령 윤석열의 시발점이었다.
세상은 저마다 이득을 다투는 곳이지만 그렇기에 義(의)로운 사람은 빛이 난다. 미처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로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게 ‘미래의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개인이든 세상이든 뭐든 운의 흐름에 있어 7.5년은 60년의 1/8이고 15년의 1/2 이다. 은근슬쩍 상황이 변화하는 기간이다. (가령 독자님이 현재 죽을 지경에 처했다고 하자, 그러면 나 호호당은 그저 7.5년, 90개월만 이를 악물고 견뎌보라고 권고하고 싶다. 이상하고 희한하게도 죽을 지경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義人(의인)의 이미지를 가졌으니 문재인 정부는 당연히 당겨서 쓰고 싶었을 것이다. 義人(의인)을 쓰면 그를 쓰는 자 역시 의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를 할 줄 알았지만 의인을 쓰는 법을 알지 못했다. 정치란 것은 숫자를 모으는 일이고 의리는 도리를 따지는 일이니 결이 다르다.
야당으로선 사실상 유력 후보가 없던 판에 문재인 정부가 급속도로 성장시킨 윤석열이란 사람을 후보로 내세웠고 결국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다.
2014년 2월에서 7.5년 즉 90개월 뒤를 계산해보면 2021년 8월이 된다. 그렇기에 나 호호당은 작년 가을부터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이냐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었다. 그냥 윤석열 저 분이 대통령이 되리란 생각을 해왔을 뿐이다.
달성하기 힘든 포부는 속으로만 간직하시길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에선 “공정과 상식”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권이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는 카운터 슬로건이다.
당선된 직후엔 쿨(cool)한 어투로 민주주의 체제에서 여소야대는 늘 있는 일이기에 야당과 협치를 하겠다는 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울까?
현실의 세상은 그다지 공정하지 않다. 과거에 비해 공정해진 건 사실이지만 사람들의 기대치는 늘 훨씬 앞질러서 높아져가기에 어렵다.
개인적으로 바라건대 이번 윤석열 대통령만큼은 취임사에서 너무 무리한 목표나 포부는 내세우지 않았으면 한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를 내걸었던 문 대통령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벌써 다시 정치평론가들의 다양한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다 좋은 말이지만 실은 다 별 쓸모가 없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그저 네 그렇지요, 좋습니다, 하면서 해갔으면 한다. 재임 중에 공정과 상식의 수준이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바람직한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국민통합, 현재로선 무리한 목표
제법 오래 전부터 국민통합이란 주제가 자주 언급되곤 한다. 그건 분열되었기 때문이다. 기억하기로 우리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었던 시점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통합이란 기본적으로 공동의 목표가 명확하거나 또는 공동의 적이 있을 때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그런 게 없다. 그러니 통합은 어려운 얘기이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 역시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3년 뒤가 되면 레임덕이 오고 비난을 받기 십상일 것이다. 여태까지의 경과가 그랬듯이 말이다.
권력이란 으레 주기적인 청소가 필요한 법이라서
권력이란 기본적으로 오래 가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차기 정권 또한 바뀌었으면 한다. 정권 교체는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예컨대 현 정권에서 힘을 가진 사람들은 차기 정권에선 퇴진하게 되길 바란다. 권력이란 늘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할 얘기는 이번 선거는 대단히 박빙의 승리였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우리가 현재로선 생각하기 어려운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180석의 거대야당이라고 자만했다간 일을 치를 것이고 정권을 잡았다고 국민의 힘이 우쭐대면 그 또한 한 방에 휩쓸려 나갈 것이다. 언제까지 호남이 민주당 편을 들진 않을 것이고 영남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처럼 정치 얘기를 하게 된 것은
몇 년 전부터 우리 정치에 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우선 나 호호당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기에도 부끄럽고 민망한 구석이 많아서이다. 아울러 나 호호당의 관심은 우리나라에게 대한 것이지 정권에 관한 것이 아닌 까닭도 있다.
하지만 모처럼 대선이 치러졌고 그 결과도 극적이어서 한 번 얘기를 했다. 흥미롭기에 앞서 우리 내부의 분열이 극도로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에게 드리는 말씀, 너무 상심할 일 아니라고 말이다.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 역쉬! 하면서 마냥 흥겨워할 일 아니라고 말씀드린다.
세상은 우리의 머리를 넘어선다. 세상을 좀 살다보니 이 세상이야말로 정말 경이로운 곳이란 생각이 든다.
출처: https://hohodang.tistory.com/ [희희락락호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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