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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쌓은 기술·노하우인데.."韓 OLED, 개발 보다 보안에 밤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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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2. 1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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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쌓은 기술·노하우인데.."韓 OLED, 개발 보다 보안에 밤 샌다

한지연 기자 입력 2022. 02. 18. 05:19 
 
[MT리포트] 갈림길 선 韓 OLED ②

[편집자주]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산업이 갈림길에 섰다. 거대 시장,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기술 베끼기까지 물불을 가리지 않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추격 때문이다. OLED 기술 보호, 적극적인 정책 지원 없인 허무하게 시장 주도권을 내줬던 LCD(액정표시장치) 산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기술 개발보다 유출 잡아내는 게 더 큰 숙제" 최근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나오는 씁쓸한 농담이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굴기'를 목표로 잡은 중국이 핵심 인력과 기술 흡수에 전력을 기울이면서다. 중국이 글로벌 OLED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넓혀가며 LCD(액정표시장치)에 이어 또 한번 한국 기업들의 텃밭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국가정보원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 6개월 동안 해외로 한국의 주요 디스플레이 기술이 빠져나가려다 적발된 사례는 총 17건이다. 이 가운데 국가 안보와 경제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기술도 5건이 포함됐다. 업계는 정확한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 유출이 더 있을 것이라 보고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1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OLED 공정 기술을 중국 기업에 팔아 넘기려던 삼성디스플레이 수석 연구원과 장비협력 업체 대표 등이 지난해 초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연봉 2~3배 약속 등 노골적 인력 유출 계속

중국의 OLED 핵심 인력과 기술 빼가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 초기엔 알음알음 헤드헌팅 업체 등을 이용해 개인에게 접촉을 해왔다면 이제는 공개된 채용 사이트에서 대놓고 인력을 모집한다. OLED패널 분야에서 10년 이상 연구개발 경험을 쌓은 경력자를 찾는다는 한 공고문은 중국 내 주택 제공과 억대 연봉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리서치 업체를 이용한 정보 수집, 산학협력 식의 자료 요청 등 그 방식도 다양하다. 최근 들어 링크드인과 같이 해외에 서버를 둔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한 접근도 늘어나 적발은 더욱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들의 서버가 해외에 있는데다가 일대일 다이렉트 메시지 등으로 지능적으로 접근하면 들여다보기가 어렵다"며 "팀 단위가 한번에 넘어간다고 하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과 같은 장비나 재료를 사용해 따라해도 수년간 축적된 노하우는 따라가기 어렵다. 때문에 중국이 짧은 기간 내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력 빼가기에 심혈을 기울인다는계 업계 전언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사용되는 중소형 OLED부터 TV용 대형 OLED까지 전방위적으로 인력 유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의 1위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에 삼성과 LG, SK하이닉스 출신 한국 직원만 100여명이라고 전해진다.

한국이 독점했던 중소형 OLED 시장…2년뒤 중국 역전 우려

중국의 파상공세는 곧 시장 점유율로 나타나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대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중소형 OLED 패널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17년까진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패널 시장 점유율을 90%이상 차지하며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73.2%, LG디스플레이가 14.3%, BOE가 7.3%, 차이나스타(CSOT)가 2.4%다. 옴디아는 올해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60%대까지 떨어지고 중국 점유율이 27%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BOE가 OLED 첫 양산에 시작한 2018년이 한국 기업들의 중소형 OLED 점유율 90%가 깨진 시점과 맞물린다. 이후 단숨에 점유율을 끌어올린 BOE는 2020년엔 애플에 아이폰 패널을 공급하면서 품질까지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그간 아이폰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양분해 독점해왔다.

BOE는 중국 청두와 몐양에 6세대(1500㎜×1850㎜) OLED 생산라인을 갖고 있는데, 충칭에 공장 3곳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2025년엔 월 18만장을 생산해 지금의 삼성디스플레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인 DSCC는 2024년엔 모바일 OLED 시장 점유율이 중국 50%, 한국 49%로 역전될 수 있다고 봤다. 2020~2025년 OLED 시장 연평균 성장률을 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12%, 19%인 데 비해 중국 BOE가 25%, CSOT가 52%로 추정된다.

대형 OLED도 위협…정부 나서 대책 강구해야

LG디스플레이가 99.9% 점유율을 독점하고 있는 대형 OLED 패널 시장도 안심하긴 어렵다. 이미 한차례 인력과 기술을 쓸어갔던 중소형보다 최근엔 대형 패널쪽 유출 시도가 거셀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 말엔 LG디스플레이 직원이 재택근무 중 내부망에 접속해 대형 OLED 패널 공정설계도 등 기밀자료를 중국 업체에 넘기기 직전 수사기관에 검거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기술 유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보안서약서 작성 등 자체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기획팀 부사장은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기술 도용 사례에 적극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최 부사장은 "OLED는 당사가 처음 양산에 성공해 개척한 시장으로 수십년간의 투자와 연구개발, 양산 과정을 통해 수많은 특허와 노하우를 축적해왔다"며 "전 임직원의 노력으로 쌓아올린 지적재산권을 정당히 인정받기 위한 방안들을 적극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가 나서 중국의 인력과 기술 유출을 막을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OLED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있지만 최근 정부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만든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대상에선 제외됐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추격에 대응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통합적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며 "연구개발(R&D)전략과 산업 인력 확보 등 기업 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제와 금융 지원, 규제 완화 등 포괄적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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