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사법'이란 윤석열 후보의 거짓말에 속지 맙시다. 지금까지도 장모의 사법, 처가의 사법 유검 무죄, 무검 유죄였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 독재, 사법 독재가 될 것입니다. - 지난 14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페이스북글
한때 '추윤 갈등' 프레임의 주인공이었던 추 전 장관(민주당 선대위 명예선대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발표한 사법분야 개혁 공약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15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서도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는 독재를 하겠다는 의미"라며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40-50년 전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에 앞장섰던 추 전 장관 입장에선 그럴 만 했다. 윤 후보가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내놓은 관련 검찰 관련 공약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필두로, '검찰총장의 독자적 예산편성권 부여', '향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 검토',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등 책임수사체제' 등이었다.
추 전 장관은 물론 즉각 여당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완전한 폐기'라거나 '검찰총장 출신 대선후보의 검찰독재‧검찰공화국 공개선언'이란 날선 반응이 나왔다. 공약 자체만 놓고 봐도 이재명 후보와의 차이가 뚜렷했다.
이 후보는 언론 인터뷰 및 관련 답변서 등을 통해 현 정부 검찰개혁 기조를 계승하는 한편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완성', '검찰 및 법원의 자의적 법 적용을 처벌하는 법왜곡죄 신설', '검찰 국민평가제 도입', '공수처 강화' 등을 천명한 상태다. 이 후보 측은 조만간 발표가 예정된 정책공약집에 이러한 검찰개혁 기조가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15일 <"檢 힘빼야" "檢 독립을"…너무 다른 李·尹 공약, 법조계 평가는> 기사에서 "달라도 너무 다른 '여야 대선후보의 검찰개혁'"이라 표현했을 정도다.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을 반대한 전임 검찰총장이자 그 대립지점이 대선후보로서의 발판을 만들어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일간지 사설을 중심으로, 윤 후보의 검찰개혁 안을 바라보는 언론들의 시각은 어떨까.
중도 및 진보로 분류되는 세 일간지가 공히 15일자 사설에서 윤 후보의 검찰 관련 공약을 비판했다. 앞서 '적폐수사' 발언으로 '정치보복' 논란을 자처한 윤 후보가 검찰개혁 관련 공약을 통해 집권 시 '검찰공화국' 완성을 공개 선언한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이중 비판 수위가 가장 높은 것은 <한겨레>였다. 해당 사설을 통해 "윤 후보는 최근 당선될 경우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중용할 것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는데, 여기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넓히려는 이번 공약을 더해보면 수사권을 이용한 '검찰 정치'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며 "검찰총장에나 어울리는 검찰 중심적 사고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윤 후보의 이번 공약은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쏘아붙였다.
물론 반대 주장도 없지 않았다. 대부분 경제지가 이 사안을 외면한 가운데 <헤럴드경제>는 "검찰권력 복원에 방점 찍힌 윤석열표 사법개혁 공약"이라며 우호적으로 평했다.
윤 후보의 검찰개혁안은 16일자 사설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신문>은 <尹 후보, '검찰개혁'은 국민적 합의 잊지 말아야'>며 역시나 우려를 표명했다. 눈에 띄는 것은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조·중·동의 확연한 시각 차였다. 15일자 사설에서 침묵을 지켰던 조·중·동은 16일 사설을 통해 해당 사안을 언급했다. 압권은 <동아일보>였다.
민주화 이후 정치권력은 약화됐지만 검찰은 견제를 받지 않아 검찰공화국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수사지휘권마저 없어지면 검찰은 말 그대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이 된다. 대통령들을 상대로 해서까지 직권남용죄를 마구 적용하는 검찰이지만 그런 엄격한 잣대를 스스로에게는 적용하고 있는가.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검찰로 남고자 한다면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은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16일자 <동아일보>의 <尹 "수사지휘권 폐지" 대놓고 '검찰공화국' 선언인가> 사설의 결론이다. 특히 수사지휘권 폐지 문제를 언급하면서 윤 후보 측근 검사장의 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을 거명했다.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집중했지만 언론사 이름을 지워놓고 읽어 보면 <한국일보>나 <경향신문>, <한겨레>나 큰 차이가 없었다. <동아일보>가 불과 며칠 전인 지난 10일 객원논설위원인 김경수 변호사(전직 검사)의 입을 빌려 문재인 정권 마지막 검찰인사를 두고 '검찰개혁은 허구였다'고 비판한 것과는 사뭇 결이 달랐다.
오죽했으면 동아일보마저
공교롭게도 <중앙일보>도 <동아일보>와 비슷한 시각을 보여줬다. 이날 중앙일보는 '검찰 개혁 부작용 손질해도 과거 회귀는 안 돼' 라는 사설에서 윤 후보를 향해 "예컨대 문재인 정부의 왜곡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이 초래한 문제들은 반드시 손질해야겠지만, 또다시 '검찰 공화국'으로의 회귀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에 대한 비판을 전제로 깔았지만 <중앙일보>조차 "검찰의 권한을 다시 대폭 강화해 '검찰 공화국'으로 역행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이는 1-2위 후보 간 지지율 박빙 국면이 계속되면서 자칫 윤 후보가 검찰 관련 공약으로 인해 역풍을 맞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읽힐 수도 있다.
앞서 윤 후보는 집권하면 문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를 하겠다고 발언해 문 대통령과 집권당의 반발을 샀다. 이런 인식을 드러낸 상황에서 검찰권을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공약이 자칫 정치 보복 시비와 진영 갈등을 더 키울까 우려된다.
<조선일보>만 끝내 침묵했지만, 이정도면 진영을 떠나 다수 언론이 윤 후보의 검찰 공약에 우려를 표명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 '오죽했으면 동아일보마저'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