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겨냥해 "검찰총장 후보면접할 때 윤석열은 가슴 속에 배신의 칼을 숨기고 문재인 대통령을 속였고 국민을 속였다"고 직격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에 임명제청됐던 2019년 6월 당시 청와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고 있었다.
노 전 비서실장은 "검찰총장 면접 당시엔 윤 후보가 4명의 후보 중에서 공수처의 필요성 등 검찰개혁에 가장 강력하게 찬성했는데 총장이 된 후부터 태도가 바뀌었다"면서 "그때 거짓말을 했다", "정직한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 전 비서실장은 지난 12일 오후 <오마이TV>의 '오연호가 묻다' 생중계 코너에 출연해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전후 과정에 대한 비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노 전 실장은 진행자인 오연호 기자가 "<오마이뉴스>가 그간 취재한 바로는 면접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4명 가운데 윤석열 당시 서울지검장이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를 가장 강도 깊게 동의한 것으로 안다, 이것이 사실인가"라고 질문하자 "맞는 것 같다"면서 다음과 같이 자세히 설명했다.
"면접 땐 공수처·수사권 조정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 당시 면접 문서 남아있다"
노 전 실장은 "제가 듣기로는 당시 윤 후보는 4명의 후보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관련 수석실들에서 진행된 다층 면접과정에서 "윤 후보는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공수처는 반드시 필요하다', '검찰의 수사 지휘 조항이 없더라도 검경 간의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찰의 수사 축소에 대해서도 찬성한다'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해서 완전한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어 노 전 실장은 "윤 후보는 오히려 정부보다 더 앞장서서 (검찰개혁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당시에 그렇게 보고받은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적힌 면접보고서가 지금도 문서로 남아 있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당시 (면접 등의) 문서가 남아 있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2019년 당시 검찰총장추천위원회(위원장 정상명 전 검찰총장)가 추천한 4명의 후보는 윤석열(서울중앙지검장), 김오수(법무부 차관), 봉욱(대검 차장), 이금로(수원고검 검사장)였다. 그리고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은 6월 17일 네 명의 후보 중 윤석열 후보를 검찰총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노 전 실장은 "그때 박상기 장관이 공식적으로 그 이유를 밝혔다"면서 "첫 번째가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에 대해서 의지가 있는가, 두 번째는 검찰조직 쇄신 작업에 대해서 필요한 검찰개혁 의지가 있는가를 핵심으로 두고 적합한 후보를 검토한 결과, 윤석열 후보를 임명제청한다고 발표했다"고 회고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노 전 실장 인터뷰 전에 당시 청와대에서 검찰총장 후보 면접에 관여한 또 다른 인사를 통해서도 "윤석열 후보는 정부의 검찰개혁안보다 훨씬 더 강도 높게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면서 "특히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서는, 검찰의 반대정서가 강했음에도 4명의 후보 중에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었음을 확인했다.
당시 여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다른 인사는 "(당시) 윤석열 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 임명 직전 청와대 안팎의 다양한 통로를 통해 검찰개혁 지지와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되기 위해 이른바 '충성맹세'를 했다는 것이다.
"취임하자마자 180도 다른 모습, 결국 거짓말... 좀 정직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노 전 실장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하자마자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배신의 칼'을 품은 시점이 2019년 9월의 이른바 '조국수호 촛불집회' 때부터였다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 노 전 실장은 "아니다, 처음부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총장이 된)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을까 의심도 한다"면서 "검찰총장에 임명된 직후부터 소위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든지, 공수처법과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검찰의 이해를 대변하는 주장을, 국회에 대검 간부들을 파견해서 계속 했다"면서 "(총장 후보로서 면접할 때의) 발언과 태도와 전혀 달랐다. 그런 것을 보면 저 양반은 처음부터 그랬나, 이런 의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노 전 실장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후보 면접 때 거짓말을 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생방송 말미에 오연호 기자가 '마지막 질문이다, 이 자리에 윤석열 후보가 앉아 있다면 개인적으로 뭐라고 하고 싶은가'라고 묻자 상기된 표정으로 짧게 대답했다.
"좀 정직했으면 좋겠다. 그 말을 꼭 하고 싶다."
"문 대통령 대응 예상못해... 정말 화가 많이 나셨다는 뜻"
노영민 전 실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사과를 요구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노 전 실장은 "문 대통령께서는 엄정하게 대선 과정에서 중립을 지키고 계신 상태인데, 아무리 대선 국면이라고 하더라도 도를 넘은 정치공세에 대해서 '정말 화가 많이 나셨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사실 대통령께서 저 정도의 말씀하셨다는 것은 최고 수위의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시겠지만, 문 대통령은 유약한 분이 아니다"라며 "한 번 원칙에 어긋난다거나 도를 넘은 정치 공세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끝까지 대응을 하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 톤으로 대통령께서 대응할 거라고는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그만큼 화가 나셨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실장은 국민의힘의 '대통령의 선거개입' 주장에 대해서는 "있지도 않는 사실을 가지고 대통령을 공격하고 대통령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특권을 대선 후보에게 누가 줬냐"면서 "(문 대통령이) 침묵했다면 그것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에 침묵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버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윤 후보의 발언 배경에 대해 "윤 후보가 경제를 아느냐 외교안보를 아느냐, 그런 주제가 형성되면 실수 연발"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잘 아는 쪽인 남 욕하고 수사하는 쪽으로 집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윤 후보의 이른바 '적폐수사' 관련 발언이 대선민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정치보복과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해 우리 국민들께서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명확하게 전선이 그어졌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