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지나 섣달 긴긴 겨울밤에
동지 지나 섣달의 긴 겨울밤이다. 빛의 시간은 짧고 어둠의 시간은 길다. 눈은 바깥을 향하지 않는다. 바깥을 본들 눈이 내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잿빛의 주검들만 있다. 그러니 시선은 속으로 향한다. 기억의 창고를 뒤적거린다. 많은 폴더들이 있다, 태그를 확인한 뒤 지나가기도 하고 때론 열어서 내용을 확인해본다. 그러다가 아, 이런 것이 있었지! 하면서 가벼운 탄성을 뱉기도 한다.
오늘은 당장 눈앞의 현안이나 이벤트가 아니라 훨씬 긴 세월에 걸쳐 진행되는 운의 흐름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가끔은 기적과도 같은 일도 만난다
사람이 살다 보면 갑자기 잡자기 많은 일들이 마치 奇蹟(기적)처럼 술술 풀려나가는 때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비단 사람만이 아니라 나라 역시 그렇다.
대영제국의 출발점이 된 7년 전쟁
이에 그 얘기를 해보자. 아주 오래 전, “7년 전쟁”이라고 훗날 이름이 붙은 거대한 규모의 전쟁이 유럽의 강대국들 사이에 벌어졌다. 1756년에 시작되어 1763년에 끝났으니 지금으로부터 259년 전의 일이다.
이 전쟁을 두고 역사학자들은 “최초의 세계대전”이라 여기기도 한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이 전쟁의 여파로 인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이 독립하고(1783년), 프랑스 혁명(1789년)이 일어났기에 그 파급력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까지도 미치고 있다. 나 호호당 역시 7년 전쟁을 近代(근대)의 진정한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참전국들의 규모도 엄청났다. 한 쪽에선 당시의 영국인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과 오늘날 독일의 前身(전신)인 프로이센 왕국을 중심으로 여타 자잘한 유럽의 나라들이 연합했으며 반대쪽엔 신성로마제국의 핵심국가들인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국과 작센 왕국, 바이에른 선제후국, 헝가리 왕국, 프랑스 왕국, 러시아, 스웨덴, 스페인, 폴란드, 네델란드, 인도의 무굴 제국 등의 나라가 편을 먹고 벌인 그야말로 글로벌 규모의 일대 전쟁이었다.
유럽의 모든 강대국과 군소 국가들이 다 끼어들었고 심지어는 인도의 무굴 제국까지 관여했으니 전쟁의 승패에 걸린 판돈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야말로 일대 覇權(패권)전쟁이었다.
전쟁과 전투는 유럽 대륙은 물론이고 대서양과 인도양, 아메리카 식민지와 인도 아대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곳에서 펼쳐졌다.
(“7년 전쟁”은 유럽사 그리고 근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기에 관련된 학술 서적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국내엔 단 한 권도 번역 소개되지 않고 있다. 오래 전 나 호호당은 어쩔 수 없이 비싼 돈을 주고 교보문고 외국서적 코너를 통해 영어판 책을 몇 권 구해서 영한사전을 옆에 끼고 읽었다. 요즘엔 구글, 아마존 닷컴, 직구, 이것이면 되니 세상 좋아졌다.)
전쟁의 결과 영국 연합 측이 승리를 했다. 가장 이득을 본 나라는 역시 영국 즉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이었다. 북 아메리카 대륙에서 프랑스와 스페인을 물리치고 전 지역을 장악했으며 카리브 해의 쿠바와 필리핀의 마닐라까지 수중에 넣었다. (나중에 플로리다를 받는 조건으로 스페인에게 다시 넘겨주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은 인도의 전 지역도 프랑스를 물리치고 사실상 이때 모두 수중에 넘었다.
영국 연합 측에 가담해 싸운 프로이센 역시 이 시점을 계기로 유럽 중앙부의 강대국으로 발돋움했으니 그 주역이 바로 독일의 위대한 계몽군주이자 大帝(대제)라고 불리는 프리드리히 2세였다.
여하튼 영국이 사실상 전 세계 해양을 지배하는 글로벌 세력이 되고 나아가서 대영제국, 즉 ‘팍스 브리타니카’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7년 전쟁에서의 승리가 기점이었다.
실패를 거듭하다가 갑자기 한 방에 급반적의 기적이 일어났으니
그런데 전쟁의 경과는 처음부터 영국 연합 측에 유리하게 진행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1756년에 시작된 전쟁은 영국 측의 거듭되는 패전과 역병으로 인해 1758년에 이르러 사실상 패배의 궁지로 내몰렸다. 그 바람에 다음 해인 1759년엔 급기야 프랑스 대군이 도버 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직접 침공한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돌았다. 그야말로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영국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1759년에 들어서자 모든 상황이 전망과는 정반대로 진행이 되었다.
자세히 열거하긴 그렇고 아무튼 1759년 들어 영국과 그 연합국들은 모든 곳에서 일제히 승리를 거뒀다. 북 아메리카의 퀘벡(오늘날 카나다), 쿠바와 푸에르토리코 등이 있는 서인도제도, 인도에 이르기까지 승리의 깃발을 치켜올렸고 마침내 유럽 중앙부에서 프랑스 연합을 일거에 무찌르면서 전쟁의 판세가 결정이 났다.
불리한 상황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던 영국으로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액면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에 영국 사람들은 그 해 1759년을 “기적의 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Annus Mirabilis of 1759.
앞에서 얘기하길 사람이 살다 보면 갑자기 잡자기 많은 일들이 술술 풀려나가는 때가 있다고 했는데 열심히 하다 보면 나라나 사회, 기업도 그런 때가 있음을 영국의 예를 들어 제시했다.
본론은 이제 시작이다
그런데 말이다. 얘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진짜 얘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대영제국과 팍스 브리타니카를 붕괴시킨 사건은 1939년에 시작되어 1945년에 끝난 제2차 대전이란 것이 국제정치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의 공통되고 일반적인 생각이다.
다만 대영제국은 그냥 궤멸되지 않고 영연방 즉 (British) Commonwealth of Nations 이란 형태로 남았으니 그야말로 영국이 체면을 구기지 않고 물러간 성공적인 사례라 하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로서 대영제국의 시대는 영원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뒤를 오늘날 글로벌 최강자인 미국이 이어받았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두 사건의 연관성
그런데 바로 이 대목, 1759년 기적의 해와 제2차 대전 간에 존재하는 기막힌 맥락을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맥락은 두 사건 사이에 사실상 180년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1759년 기적의 해”로부터 제2차 대전이 시작된 1939년을 보면 정확하게 180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약간 더 얘기하면 사실상 글로벌 패권을 차지한 때가 1759년이었고 그로부터 180년 뒤인 1939년 제2차 대전의 발발과 함께 영국은 패권을 상실했다.
(물론 7년 전쟁은 1756년에 시작되어 1763년에 끝이 났고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에 시작되어 1945년에 끝났으니 그 시차는 시작점으로 보면 183년이고 종말점으로 보면 182년이다.)
360년에 걸친 주기가 존재한다는 사실
왜 180년의 시차가 있는 걸까? 하고 묻는다면 그건 이 세상이 360년을 하나의 큰 주기로 해서 움직여가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다시 말하면 180년은 360년 흐름에 있어 對蹠點(대척점) 즉 정반대되는 위치인 까닭이다. 더 쉽게 얘기해서 하루는 24시간이니 오전 10시의 대척점이 오후 10시인 것과 같다.
나 호호당은 360년에 걸친 장기 흐름, 장기 주기를 60년씩 여섯 개의 작은 마디, 작은 주기로 끊어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가끔 글에서 얘기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운 제2기의 말미인 大寒(대한)에 위치해있다는 표현이 그런 예이다.
조금 더 얘기하면 이렇다. 우리나라의 360년 국운은 1904년에 시작되어 2263년에 마무리될 것이고 그러면 2264년부터 다시 360년 흐름이 이어져갈 것이다.
1904년에서 2263년까지 이어지는 360년을 60년씩 여섯 개로 끊어서 볼 것 같으면 1904년부터 1963년까지가 국운 제1기였고 제2기는 1964년에 시작되어 내년 2023년으로서 마무리가 된다. 그렇기에 현재 우리 국운은 국운 제2기의 말미, 한 해로 치면 1월 20일 경의 大寒(대한)의 때, 땅의 열기가 가장 차갑게 식어든 때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나라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희박해 보이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다.
영국의 저번 360년 국운은 1582년에서 시작되어 1941년에 끝이 났고 다시 1942년부터 새롭게 360년의 사이클이 시작되었다.
이에 1582-1941년 사이의 360년 흐름에 있어 그 중간지점, 즉 180년이 경과한 시점을 알아보면 1762년이 된다. 영국 국운 제3기의 말미인 것이다.
1673년에 끝난 7년 전쟁과 1945년에 끝난 제2차 대전은 둘 다 모두 영국에게 있어 엄청난 시련이었지만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7년 전쟁을 통해 영국은 글로벌 패권을 차지했고 그로부터 180년이 지나 제2차 대전으로서 그것을 상실했으니 이는 국운 제6기의 말미였던 것이다. 그 결과 대영제국은 해체되었다.
나 호호당은 동서양의 역사 서적을 오랜 세월 참으로 무던히도 읽어왔고 그 과정에서 자연순환운명학과 관련지어 360년의 주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오늘의 글은 그간의 연구 중에 일부 샘플일 뿐이다.
대영제국의 출발점엔 엘리자베스 1세가 있다
영국의 저번 360년 국운의 시작을 연 사람은 저 유명한 엘리자베스 1세였다. 그녀는 로마 가톨릭과 아버지 헨리 8세가 만든 성공회, 그리고 개신교 간의 엄청난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함으로써 국가를 통합했고 정치와 종교의 역할을 분리했으며 당시의 강국인 스페인과 프랑스를 교묘하게 견제함으로써 강대국으로 가는 발판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동인도회사를 만들어 해양제국의 기초를 닦았다.
그녀의 재위는 1558년에서 1603년 사이였으니 1582년에 시작된 360년 국운 제1기의 영명한 군주였다. 아울러 특기할 영국을 침공하려다가 실패로 끝이 난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그것이다. 그 사건은 1588년이었으니 영국의 국운 제1기가 시작된 지 불과 6년 만에 맞이한 일대 시련이었던 것이다.
무적함대의 실패는 당시 패권국이던 해가 지지 않는 스페인 제국의 국운이 기울고 있음을 알린 상징적 사건이었고 영국은 힘들지만 이제 막 새롭게 융성의 길로 접어들던 교차점이었던 것이다. (프랑스는 그 사이에 끼어 있다.)
참고로 최초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즉 전 세계 바다를 지배했던 스페인 제국의 위용은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과 함께 시작되었고 엄청난 희생을 야기했던 30년 전쟁(1618년-1648년)으로 막을 내렸다. 내막을 살펴보면 여기에도 180년의 시차가 존재하지만 생략한다.
오늘날 글로벌을 지배 또는 리드하는 미국, 즉 미합중국의 등장이나 프랑스 대혁명은 7년 전쟁의 결과 생겨난 새로운 파생물이다. 다시 말해서 7년 전쟁을 통해 미국이 생겨났고 프랑스는 새로운 패자 영국을 따라잡기 위해 엄청난 체제 개혁 즉 혁명을 택했지만 결국 실패에 그쳤다. 여기에도 국운이 엄연히 존재한다.
오늘 얘기한 강대국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미국, 독일 그리고 러시아 등등 그 나라들의 360년 국운의 흐름에 대해 오랜 세월 연구해왔고 검증해왔다. 물론 우리나라는 당연하고 인근의 중국이나 일본에 대해선 소상하게 알고 있다.
오늘의 글은 이처럼 장기에 걸쳐 움직여가는 운의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려드리고자 썼다.
조금 어렵지만 양해를 바라면서
그간 개인의 운명에 대해선 많은 글을 써왔기에 이제 어느 정도 된 게 아닌가 여긴다. 이에 앞으론 조금 어렵더라도 나름 최대한 쉽게 풀이해가면서 보다 거시적인 운의 흐름에 대해서도 자주 얘기해보고 싶다.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독자들이 많진 않을 것이기에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공허한 울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에 많이 망설여왔지만 이제 좀 더 빈도를 올려보고자 한다.
다음 글에선 우리와 직접적 利害關係(이해관계)에 있는 미국 제국의 360년 흐름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긴 글 여기까지 다 읽어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깊은 감사의 마음 전한다.
출처: https://hohodang.tistory.com/ [희희락락호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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