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길에 나섰는데
운명이란 게 정말 있는지 궁금했다, 어릴 적에. 그럼 책을 봐야지 해서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처음으로 책을 한 권 샀다. 1971년의 일이었다.
대학 진학 후 제법 궁금해져서 시중에 나온 책을 거의 다 읽었다. 여전히 궁금했다,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았다. 더욱 궁금해져서 직장에 들어가 수입이 생기자 큰 맘 먹고 월급 6개월 치를 털어 중국 청나라 시절에 편찬된 四庫全書(사고전서) 子部(자부) 안의 術類(술류) 부분을 통째로 사서 읽었다. 중학시절 어쩌다가 한문공부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影印本(영인본)으로 된 수 백 권의 책이었는데 지금은 없어진 인사동 거리의 동문선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중국 책방에서 구입했다.
다 읽어보았지만 여전히 애매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耳懸鈴鼻懸鈴(이현령비현령) 식이었다. ‘文字(문자)의 나라’ 중국답게 말은 멋있고 뭔가 있어보였지만 기본적으로 논리가 약했다. (모든 동양학은 논리적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호기심이 많다 보니 무진장 책을 읽었는데
나 호호당, 책이란 거 참으로 엄청나게 읽었다. 한자로 된 책만 해도 앞에서 말한 四庫全書(사고전서) 안의 운명학 관련 책을 포함해서 子部(자부)에 속한 방대한 책들의 1/3 정도는 훑어보았다. 그것만 해도 무지막지 엄청나서 우리가 두툼한 5백 페이지짜리 책으로 치면 수천 권은 족히 될 것이다. 서양의 책들 역시 그보다는 못 하지만 엄청나게 읽었다.
과거 50여 년의 세월 동안 각종 소설이나 무협지, 시집, 역사서적, 과학서적 등등 읽은 것을 합치면 정확히는 모르지만 2만권은 되지 않을까 싶다. 정말이다. 이 모두 호기심이 많아서였다.
현학오술
사고전서 子部(자부) 術類(술류)의 책들이 담고 있는 내용을 이르길 玄學五術(현학오술)이라 한다. 현학에 속하는 다섯 가지 術學(술학)을 말한다.
玄學(현학)이란 원래 노자와 장자 그리고 周易(주역), 이렇게 세 가지를 뜻하던 말로서 달리 三玄(삼현)이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道敎(도교)의 道士(도사) 즉 方士(방사)들이 행하는 각종 술법들인 方術(방술)을 뜻하는 말로 변했다.
그런 현학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뉘기에 玄學五術(현학오술)이라 한다.
한 번 소개하는 것도 그런대로 재미있을 것 같아서 얘기해본다.
山(산), 醫(의), 命(명), 卜(복), 相(상), 이렇게 다섯 가지이다.
먼저 山(산)에 대해 알아보자. 山術(산술)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심신을 단련하고 수행을 통해 신선이 되고자 하는 공부를 말한다. 양생술과 연단술, 氣功(기공)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부적 쓰는 술법과 呪文(주문) 거는 술법 등도 포함된다. (소설 “해리 포터”에 나오는 마법학교인 호그와트에서 배우는 것들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이를 山(산)이라 부르는 이유는 주로 入山修道(입산수도)를 하기 때문이다. 무협지 속의 엄청난 무술들도 기본적으로 여기에 속한다.
다음으로 醫術(의술)이다. 문자 그대로 사람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맥을 보고 침을 놓고 약을 쓰고 뜸을 뜨는 기술로서 오늘날의 한의학이다. (예전엔 물론 외과적 수술도 했지만 그건 오늘날 서양 의술에 비교가 되질 않는다.)
그 다음으로 命學(명학)이다. 대표적으로 사주명리학 그리고 紫微斗数(자미두수)와 같은 운명학을 말한다.
네 번째로 占卜(점복)이다. 太乙神數(태을신수)라든가 奇門遁甲(기문둔갑), 六壬(육임), 六爻(육효), 梅易(매역), 그리고 글자를 그때그때 분해해서 점을 치는 破字占(파자점)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相学(상학)이다.
여기에도 여러 분야가 있으니 먼저 하늘을 본다 해서 天相(천상), 달리 星相(성상)이라 하는 분야가 있으니 별의 이동을 보고 앞의 일을 내다보는 술학이다. 가령 삼국지연의의 제갈량이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아, 내 수명이 다 되었구나! 하고 탄식하는 게 그런 내용이다.
그리고 땅의 형상을 보는 地相(지상) 즉 風水(풍수)학이 있으며 사람의 얼굴이나 손금, 발금 등을 보는 人相(인상)에 관한 술학이 있다. 三才(삼재) 즉 天地人(천지인) 각각의 모습과 형태를 보고 앞일을 예측하는 술학이다.
이처럼 玄學五術(현학오술)에는 다섯 가지의 方技術數(방기술수) 줄여서 方術(방술)이 있다.
즐거운 상상!
이 대목에서 상상을 한 번 해본다.
나 호호당은 현학오술 전반에 대해 두루 공부를 해본 사람이란 점이다. 좀 뻥을 치면 꿰고 있다고나 할까! 이에 즐거운 공상을 할 것 같으면 가령 나 호호당이 별로 그럴 것 같진 않지만 왕창 돈을 벌거나 또는 기특한 후원자의 후원을 받아 方術文化綜合大學校(방술문화종합대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다. 현학오술 즉 방술에 관한 모든 분야를 종합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이나 학교 말이다.
그러면 나 호호당은 그 학교의 초대 교장이 될 것이니 해리 포터의 학교 호그와트 교장인 덤블도어(dumbledore) 격이라 하겠다. 나이도 올 해 예순하고도 여덟이니 제법 지긋한 나이, 뭐 그렇게 빠지지 않는다. 방술문화종합대학교의 교장 호호당, 크! 생각만 해도 신난다. 학생들의 복장을 옛날 도사 복장으로 한다? 그건 싫다, 그냥 현대 복장으로 한다. 모던하게.
공상 뚝! 다시 현실.
동양학은 논리성이 약해서
명리학이나 자미두수 기타 동서양의 점성술 등등 운명학에 국한해서 얘기인데 방대한 내용들을 ‘두루’ 살펴보고 현실에 적용해봤으나 역시 ‘두루’ 신통치가 않았다. 간단히 말해서 아주 헛것도 아니었지만 논리적 정합성과 과학적 정확성을 추구하는 내 성격 상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았다.
이에 생각했다. 엉터리는 아니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하거나 빠진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길 없는 길에 나서다
이에 1982년 말 또는 1983년 1월 무렵 그렇다면 내가 한 번 발견되지 않고 미처 알려지지 않은 그 무엇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방법은 두 갈래였다.
먼저 하나는 일단 중국 쪽의 운명학 책은 다 읽어보았지만 서양 점성술은 原典(원전)을 읽지 않았다, 그러니 고대 바빌로니아 시절부터 생겨나고 고대 그리스와 헬레니즘 시절에 만들어진 원 텍스트를 최대한 찾아서 읽어보자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방법은 기존에 섭렵한 것은 그대로 두고 제로베이스에서 한 번 원리를 탐구해보자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길 없는 길에 나서 보자는 결심이었다.
앞의 길은 멀고 험했고 뒤의 길은 아예 길 자체가 없었다.
앞의 길은 이러했다.
시작은 저쪽에서 거의 원조로 인정받는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 영어권에선 프톨레미라 부르는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점성술사가 남긴 책에서 시작했다. 천동설을 주장했다는 그 사람 말이다.
국내엔 당연히 없는 책이다. 그래서 처음에 그간 남긴 천문학서인 “알마게스트(Almagest)”를 읽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책이었는데 교보문고 해외서적 담당자를 통해 구매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점성술 서적인 “테트라비블로스(Tetrabiblos)” 역시 어렵사리 해외 주문을 통해 사서 읽었다.
문제는 점성술서인 테트라비블로스의 경우 그가 남긴 원전은 소실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 있는 책은 나중에 후학들이 다시 편집한 책들이어서 그게 얼마나 프틀레마이오스의 것인지 전혀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천문학 책인 알마게스트는 그리스 기하학에 기본을 두고 있어 너무나도 어려웠다. 이에 다시 유클리드의 ‘원론’으로 알려진 책에서부터 미분법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아르키메데스, 페르게의 아폴로니오스 등등 또 다시 어려운 古典(고전)들을 만나서 몇 년간 씨름해야 했고 여기에 다시 티코 브라헤나 케플러, 뉴턴 등의 원전을 읽었다. 그들 역시 점성술사였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헛되진 않았다, 다만 노력에 비해 얻은 것이 적었을 뿐.
두 번째 길은 이러했다.
일단 이런저런 假說(가설)을 세운 뒤 검증해보는 방식이었다. 혹시 이런 게 아닐까? 하면서 만들어낸 수백 개의 가설을 아니다 싶으면 뒤엎고 하는 ‘노가다’ 방식이자 마구 ‘찔러 보기’였다.
게다가 특히 기초 데이터, 즉 실재 검증해볼 수 있는 사주의 개수가 절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전혀 엉뚱한 방면에서 해결이 되었으니 바로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생겨난 구글과 위키피디아의 등장이었으니 2000년대 초반이었다.
또 그를 통해 놀란 사실은 서양인들의 경우 생년월일은 물론이고 생시까지 잘 기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그 덕분에 기초 데이터는 무진장 얻을 수가 있었다.
구글과 위키의 등장, 그리고 결정적인 힌트들
결국 구글과 위키의 등장으로 인해 가설을 만들고 지우고를 무수히 반복할 수 있었고 그 결과 2007년 초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얻은 결정적인 힌트를 얻은 몇 개의 소스가 있으니 얘기하면 중국의 淮南子(회남자),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 그리고 아이작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가 그것이다.
2007년에 발견한 단서를 기본으로 해서 세부적인 가설과 내용들을 보더 정밀하게 검증하고 확인한 결과 2012년 초에는 전체 이론의 틀이 완비되었다.
하지만 혹시 생각하지 못한 오류가 없나 확인하느라 2년을 더 보냈고 그 결과 2014년에 이르러 나 호호당은 ‘자연순환운명학’이라고 하는 과학적 정확성을 가진 새로운 운명학이 탄생했다는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다.
10년이 더 흘렀기에
올 해 2022년은 자연순환운명학이 만들어진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오늘 이런 글을 올리게 되었다.
이제 남은 일은 그간의 연구를 개론과 각론, 사례집으로 엮어내는 일이다. 이 또한 얼마나 걸릴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출처: https://hohodang.tistory.com/ [희희락락호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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