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왜 빠지냐고요? LG에너지솔루션 공모금액 보세요.
얼마 전부터 출퇴근길 여의도역 5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양쪽 벽으로 LG에너지솔루션 공모에 관한 광고가 벽 전체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 일정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한편 저는 주식시장에 고혈이 쭉 빨려 나간다는 생각이 들어 불편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냥 “공모주가 공모주” 일뿐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이번 LG에너지솔루션 공모는 시장이 감내할 선을 많이 넘었습니다.
▶ 2021년 유가증권 시장 공모금액 16조 원, LG에너지솔루션은?
[ 연도별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서의 공모금액과 LG에너지솔루션 공모금액, 단위 : 억 원 ]
[ 자료 참조 : KIND 전자공시 및 DART 전자공시 ]
KIND(한국 거래소 전자공시)에는 신규공모주에 관한 통계가 잘 정리되어있습니다. 신규공모주에 관한 자세한 공모 정보뿐만 아니라 상장된 기업 수 공모금액, 신규상장 주의 시가총액 및 공모가 대비 수익률 등이 친절하게 정리되어있지요.
필자는 이 자료를 연 단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예년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이례적인 공모 활황 속에 놀라운 통계 수치가 만들어졌습니다.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의 공모금액 16조 4천여억 원
이는 그 이전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횟수로 8년 동안의 공모금액 18조9천여억 원과 비등한 수준의 공모금액입니다. 아무리 증시가 뜨거웠다고는 하지만 단, 한 해 만에 8년 치 공모금액이 쏟아졌던 것입니다.
이 중 2021년 전체 코스피 공모금액 16조4천여억 원 중 73%인 12조 원이 하반기에 집중되었습니다. 작년 2021년 하반기 증시가 여름 이후 맥없이 무너졌던 현상 여러분들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 당시 증시 토크를 통해 일시에 쏠린 초대형 공룡급 신규공모주들의 연이은 상장으로 인하여 증시에 결정타를 날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강하게 피력해 드린바 있습니다.
아무리 맷집이 좋은 권투선수라 하더라도, 강한 펀치를 연이어 맞게 되면 순간적으로 주저앉을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 1월 중순에 진행되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금액은 10조 9천여억 원이 넘습니다. 현재 공모가가 확정된 것은 아니기에 12조 8천억 원까지도 예상되기도 합니다. 2016년~2020년 5년 동안의 코스피 총공모금액 12조 4천여억 원을 그냥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 2022년 증시가 연초부터 왜 이러냐고요? 고혈이 곧 빨리는데 버티겠습니까?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받혀지기 위해서는 고객예탁금이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1월 3일 기준 고객예탁금이 71조 원대로 늘어나기는 하였습니다만, 이 자금 중 상담 부분은 곧 LG에너지솔루션 공모로 빨려 들어갈 것입니다.
단, 한 건의 LG에너지솔루션 공모금액이 작년 코스피 시장의 총 공모금액에 2/3나 됩니다.
”공모 투자자금은 다른 곳에서 오니 문제없음? “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돈이 그냥 증시에서 움직인다면 어떠했을까요? 적어도 증시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을까요?
큰 신규 상장주 IPO가 지나가고 나면 증시는 마치 피를 빨린 듯 힘을 쓰지 못합니다. 체력이 회복되어야지만 다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작년 여름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등이 공모/상장되던 전후 증시에 어떠했는지 복기해보시면 공모에 따른 증시 악영향이 어떤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 선배 개인투자자의 업보 : 개인투자자가 가만히 있으면 변하지 않는다.
2020년 동학 개미 운동 이후 증시에 들어온 대다수 개인투자자분은 바로 위에 제가 적은 중간 제목이 이해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상황 중 상당 부분이 선배 개미투자자들의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동학 개미 운동 이전 선배 개미들은 주주의 권익보다는 대주주와 오너의 이익을 더 우선하는 괴이한 문화가 있었답니다. 믿기지 않으시지요?
수년 전 모 대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에도 당시 선배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반대하는 투자자들을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들로 취급하였고 자발적으로 대주주의 이익을 위하여 개인투자자 본인의 이익을 포기하였지요.
그리고 주주총회에서 발언권을 얻기보다는 귀찮아서 주주총회에 신경도 쓰지 않아 왔던 것이 현실입니다. 대주주님과 경영진님께서 하시는 일에 따르는 것이 주주로서의 덕목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반복되는 물적분할 후 상장.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피해는 무시되어왔지요.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도 ”아 몰라~! 소액주주 닥쳐! “라는 심보로 강행하는 상장기업들. 그리고 멍하니 있는 개인투자자들.
개인투자자가 변하지 않으면 그렇게 부러워하는 ”미국 상장사와 같은 주주 우선 정책“은 자리하기 힘듭니다. 적어도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전자주주총회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한 표 던져야만 세상은 바뀝니다.
작년 주총 시즌 소중한 한 표 던지신 분들 손드세요! 올해도 우리 작은 힘이지만, 또 노력 해야지요?
2021년 1월 5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및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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