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몇 년간 금융권에서 대한민국 부자들에 대한 연구가 유행하고 있다. 한국사회와 경제에 영향력이 큰 1% 부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조사를 통해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려 애쓴다. 은행들은 다양한 형태의 부자 보고서를 만들어 고액자산가의 투자행태를 분석해 제공하며 특히 최고레벨의 부자들뿐만 아니라 신흥 부유층의 자산 축적 현황까지 데이터로 만들어 공유한다. 이들을 칭하는 이름은 대중부유층, 준부자, 중부자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 중산층에서 고액자산가로 가는 길에 있는 계층이다.
2021년 대한민국 부자들은 어디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고, 올해는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을까. 금융권뿐만 아니라 한국의 자산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플레이어의 관심사일 것임이 틀림없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이후 부자들은 부동산을 이용해 자산 규모를 확대했고, 주식투자 비중도 늘렸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공격적인 투자를 했고 막대한 자산 증가를 경험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 중 부자들에게 가장 배워야 할 점은 현금 유동성을 항상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격적 투자를 하면서도 일정 비중의 현금을 한쪽에 쌓아두고 미래에 나타날 위험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발간된 KB금융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은 총자산뿐만 아니라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을 부자의 자산 기준으로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순자산 50억~100억의 부자들의 경우 현금 없이 부동산만 가진 건 의미가 없고 현금과 수시입출금, MMF(머니마켓펀드) 등 유동성 자산을 20억원 가량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처럼 부자들은 타고난 동물적 감각과 반복된 훈련으로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몸에 밴 습관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의 이러한 태도는 올해 시장참가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이 될지 모른다. 2022년 금융시장을 전망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어디를 살펴봐도 안정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의 테이퍼링 가속화와 금리 인상 이슈는 글로벌 자산 가격의 추락을 우려하게 한다. 글로벌 중앙은행들도 잇따라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형국이며, 한국은행도 전 세계적인 물결의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국내 유력 후보들간 엎치락뒤치락하는 대선 판세도 불확실성을 자극하는 요소다. 일각에선 퍼주기식 재정투입 공약이 국내 경제 펀더멘털을 훼손하는 건 아닌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율과 금리, 주가 등 각종 시장 변수들은 불안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유수의 증권사에서 내놓은 올해 주식시장 전망을 보면 전부 제각각이다. 상저하고를 예상한 곳도 있지만, 상고하저를 예측한 곳도 있다. 그만큼 올해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는 방증일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2년간 모든 자산 가격이 오르며 호시절을 보내왔으나 올해부터는 자산 가격의 하락이 본격화되는 첫해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앞으로는 '현금이 최고다'라는 말이 유행할지도 모른다. 최근 2년간 자산시장 상승국면에서 현금만 쥐고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받았던 세상과는 확연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시장의 굴곡은 많을 것이며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리스크 관리를 할 것인지가 올해 마켓플레이어들의 성패(成敗)를 가를 전망이다.(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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