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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사면

◆의사결정학

by 21세기 나의조국 2021. 12. 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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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사면

구조론연구소  김동렬  2021. 12. 24

 

 

역사에 흔히 나오는 장면이다. 길에 떨어진 지갑은 주워야 한다. 하늘이 권력을 주는데 받지 않으면 화가 3대에 미친다. 체면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정치적 계산 때문에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재앙이 일어난다. 하늘이 내게 기회를 주면 그 기회를 냉큼 잡아야 한다. 

    여론의 눈치를 살펴 양보하면? 죽는다. 서울시장 양보한 안철수를 보면 알 수 있다. 한신은 괴철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았다가 쓸쓸하게 죽었다. 반면 장이는 주는 것을 낼름 챙겼는데 우여곡절 끝에 살았고, 홧김에 장이에게 준 진여는 죽었다. 

    권력은 냉정한 것이다. 핸들은 하나 뿐이고 가능하면 그 핸들을 내가 잡아야 한다. 핸들을 양보하면 상황은 알 수 없게 흘러가고 대응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오판이든 실수든 내가 판단하고 내가 결정하고 내가 핸들을 틀어쥐어야 나중 변수에 대응할 수 있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상대방의 자비에 운명을 맡기는건 미친 짓이다. 상대가 착한 사람이라도 여러 돌발변수에 의해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마련이다. 유방은 부하를 챙기는 착한 사람이지만 여후는 그렇지 않다. 한신은 유방을 믿고 건방 떨다가 여후에게 죽었다. 

    박근혜의 사면은 이낙연의 복귀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려고 한 것이다. 어쨌든 이낙연이 등판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낙연과 이재명 관계를 봉합해서 정치판의 변수를 줄이려고 한 것이다. 판을 단순화 시키는 효과.

    권력의 딜레마다. 권력은 쓰라고 있는 거다. 권력을 쓰지 않으면 재앙이 일어난다. 사면하든 사면하지 않든 여론에 끌려가면 안 되고 내가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뒷감당이 된다. 가장 어리석은 짓은 대통령 권력을 깎겠다. 영부인 없애겠다. 하면서 제 손발을 자르는 짓.

    역이기의 고사를 떠올려도 좋다. 역이기가 6국의 왕을 부활시키고 봉건제로 되돌리자고 건의하자 유방이 묘수다 하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장량이 말렸다. 6국이 부활하면 유방 부하들은 모두 6국의 왕에게 가버릴텐데 당신은 누구하고 항우에 맞서 전쟁을 하겠는가? 

    자기 스스로 자기 권력을 깎으면 잠시 칭찬을 듣지만 제 목이 달아난다. 유방이 뒤늦게 깨닫고 만들어놓은 6국왕의 도장을 녹여` 없앴다고 한다. 자기 팔을 자르면 자신이 죽는다. 여론에 밀려 전혀 사면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사면권은 없는 것과 같으니 위태로운 거다.

    여론에 밀려 사면해도 역시 사면권은 없는 것과 같다. 가장 좋은 것은 내맘대로 사면하는 것이다. 그래야 결과가 좋든 나쁘든 후속대응이 가능하다. 내맘대로에 권력의 의미가 있다문재인이 충분한 검토 끝에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려고 권력을 써먹은 걸로 봐야 한다. 

    선거는 힘 대 힘이 부딪히는 현장이다. 냉정하게 우리가 힘에서 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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