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국제 유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전략 비축유 방출에 나선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략 비축유(SPR) 방출을 시작하는 것에 발을 맞추자는 취지다. 전략 비축유란 석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비상상황을 대비해 미리 구매해 쌓아둔 원유를 말한다.
23일 정부는 미국이 제안한 전략 비축유 공동방출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방출에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ㆍ일본ㆍ인도 등 중요 경제권 국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1975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주요 에너지 소비국은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필요한 석유를 따로 확보하기 시작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한국을 비롯한 29개 회원국은 90일 치 원유수입분을 비상용으로 보유해야 한다.
이번 전략 비축유 방출을 주도한 것은 미국이다. 최근 치솟는 물가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떨어지자, 전략 비축유 방출이라는 비상수단까지 동원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인 7억27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비축유를 방출한 경우는 걸프전이 있었던 1991년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쳤던 2005년, 그리고 리비아 전쟁이 발발한 2011년 총 3차례였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비상 상황이 없는데도 전략 비축유를 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한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방국은 물론 15일(현지 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전략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었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전략 비축유가 많은 나라다. 다만 정부는 이번 전략 비축유 방출에 중국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최근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국제 유가 우려에 비축유 방출에 동의했다. 국제 유가는 22일 두바이유 기준 배럴 당 78.42달러를 기록 했다. 올해 1월 5일(50.5달러/배럴) 가격과 비교하면 55.2%가 급증했다. 한국 정부는 치솟는 유가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근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전략 비축유 방출이 결정되면 원유를 정부가 정유사에 대여해 준다. 정유사는 이를 받아 일단 판매하고 나중에 국제 유가가 쌀 때, 같은 양을 사서 갚는다. 시장에 더 많은 물량이 풀리면서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방출 물량 및 시기 등 구체적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와 관련 미국을 비롯해 전략 비축유 방출에 동참하는 다른 우방국과 협의할 예정이다. 다만 방출 규모는 지난 2011년 리비아 사태 당시 방출했던 수준이 될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당시 정부는 전략 비축유 4% 수준인 346만7000배럴을 풀었다. 국내에서 5~6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미국의 뜻에 따라 전략 비축유 방출에 동참하는 원유 소비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이에 대해 전략 비축유 방출이 현재 석유시장 여건에 비춰 정당화될 수 없다며 다음 달 2일 예정된 석유장관 회의에서 증산 계획을 재고할 수도 있다며 맞서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비축유 합동 방출을 끌어낸다면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승리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미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움직임에 국제 유가가 최근 안정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향후 OPEC+ 대응 여부에 따라 유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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