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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에는 절대 없는 그것..그들을 챔피언으로 만든 한 가지 [김은진의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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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21. 11. 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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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는 절대 없는 그것..그들을 챔피언으로 만든 한 가지 [김은진의 다이아몬드+]

스포츠경향. 김은진 기자 입력 2021. 11. 19. 08:01
 

[스포츠경향]

KT 박경수가 지난 15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회초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지 않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선발 투수 소형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겨울 한화에서 방출된 뒤 KT에 입단한 안영명은 스프링캠프에서 “여기 선수들은 좀 다르다”고 했다. 1984년생인 안영명은 투수 중 두번째 고참인 김재윤보다 6살이 많다. 안영명은 “재윤이가 나를 되게 챙겨준다. 내가 혼자 밥 먹을까봐 항상 같이 가자고 먼저 얘기를 한다. 보니까 여기 애들이 전부 그런 것 같다”고 했다.

팀의 막내인 선발 투수 소형준은 투구 뒤 이닝을 마치고도 항상 그냥 들어가지 않는다. 야수 선배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같이 더그아웃으로 향한다. 호수비로 도움 받았을 때는 더 그렇다. 선배 투수 배제성이 하는 모습을 보고 배웠다.

야수 막내 그룹인 강백호는 팀내에서 인사를 제일 잘 하기로 유명하다. 야구장에 출근하면 늘 선배들 자리를 다 돌며 인사부터 하고 일과를 시작한다. 선배들은 “제일 붙임성 좋고 살가운 후배가 백호”라고 한다.

박경수와 장성우에게는 매일 커피가 한 잔씩 배달된다. 커피를 무척 좋아하는 두 선배를 위해 후배들이 돌아가며 한 잔씩 전한다. 특히 투수 주권이 가장 앞장선다. 평소 많이 챙겨주는 선배들에게 후배들이 자발적으로 전하는 작은 마음이다.

KT에는 슈퍼스타가 없다. 2015년 1군에 합류하며 중소형 FA들을 영입했고 방출 선수,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단을 꾸렸다. 선배 그룹 중 야구를 특출나게 잘 했던 리그 톱급 선수는 없다. 대신 신생구단 우선지명권과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 등으로 좋은 신예들을 많이 영입했다. 강백호, 소형준 등 스타는 막내 그룹에서 나오고 있다. 팀 성적도 늘 하위권이었으니 말썽 생기기 쉬운 환경이지만 오히려 KT의 팀 분위기는 단단하다.

1990년생, 선·후배 사이 딱 중간인 장성우는 “우리 팀에 없는 게 하나 있다. 누구 라인이라는 것이 없다. 최고참인 (유)한준이 형과 (박)경수 형이 서로 제일 친하기 때문이다. 경수 형이 한준이 형한테 무지 잘 한다. 그걸 후배들이 항상 본다. 그런데 그 두 형이 정말 바르다. 한준이 형은 완전 바른 생활 사나이고 경수 형은 모범적인 스타일의 군기반장이다. 두 형이 뭐라고 하면 내가 딱히 잘못한 것 같지 않다가도 ‘저 형이 저렇게 얘기할 정도면 내가 잘못한 거 아닐까’ 어느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KT 선수들이 18일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그라운드 위에서 목발을 짚고 걸어나오는 선배 박경수와 유한준을 함께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어느 선수단에든 크고 작은 분란이 있다. 잘 나가는 선수 몇을 중심으로 친한 선수들끼리 ‘라인’이 나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잘 던졌는데 뒤에서 날리거나 실책을 하면 불만이 나오는 일도 흔하지만 KT에 그런 불화는 일어난 적이 없다. 이미 고교 시절 슈퍼스타 대우를 받은 투·타 막내들조차 팀 성적 꼴찌였던 이 팀에서 삐그덕대지 않는 것은 베테랑들이 만들어낸 단단한 팀 분위기 덕분이다.

리그 전체가 젊고 재능있는 선수 위주로 재편되고 있을 때 KT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감독은 “베테랑은 반드시 필요하다. 경기 중 실수하더라도 받쳐줄 선배들이 있어야 어린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을 3년 내내 지켰다.

2019년 시즌 말미, 박경수가 깜짝 놀랐던 일을 이야기한 적 있다. “감독님이 고참들에게 옵션을 다 채웠는지 물어보셨다. 경기에서 빼야 될 상황 때문에 그러신 건데 그런 감독님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유한준은 올해 스프링캠프 전 이강철 감독에게 면담을 청했다. 계약 마지막해, “올해 기용하지 않으셔도 저는 괜찮다”고 했다. 최고참인 자신의 존재가 감독의 팀 구성에 부담이 될까 먼저 꺼낸 이야기였다. 이강철 감독은 그 마음씀씀이를 매우 고마워했다. 한국시리즈의 마지막까지 유한준은 4번 타자로 기용됐다.

꼴찌였던 KT는 이강철 감독과 새로 출발한 3년 동안 급격히 성장해 결국 통합우승까지 이뤄냈다. 뛰는 선수들 모두가 3년 내내 한마음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 몸을 날린 박경수의 투혼과 다친 선배를 위해 마지막까지 뭉친 후배들의 모습에서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감독이 고참들을 아끼고 그 고참들이 후배를 위한 버팀목이 돼 줬다. KT가 단기간에 초고속 성장한 가장 큰 이유, 2021년 챔피언 KT는 잘 다듬어진 진짜 ‘원 팀’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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