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을 바라보는 기독교인의 시각과 속내... "좀 더 생산적으로 드라마 읽어야"
오마이뉴스(시민기자), 21.11.02 11:33l최종 업데이트 21.11.02 11:33l
[뉴스M=마이클 오 기자]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바라보는 일반 대중과 기독교인의 온도 차가 인상적이다.
이미 국경을 넘은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대중의 다양한 관심과 문화 현상을 만들고 있다. 추억 속에 봉인되어 있던 달고나와 전통 놀이가 지구 반대편 사람까지 즐기는 문화 체험이 되고, 드라마에 등장한 복장과 소품은 다가오는 핼러윈에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이 될 전망이다.
단순한 소비와 흥미 차원을 넘어 진지한 비판과 성찰도 일깨우고 있다. <오징어 게임>을 떠받치는 모순을 한국만 겪고 있는 특수한 비극이 아니라 현대 문명의 보편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자본주의, 인간성, 공동체, 역사 등 보다 본질적인 주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불편한, 너무나 불편한 <오징어 게임>
하지만 상당수 기독교인에게는 이런 현상에 대한 관심과 논의 보다는 <오징어 게임>에 비친 기독교의 모습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모양새다. 특히 일부 한국 기독교 매체가 내놓은 반응에는 불쾌한 감정이 역력히 드러나 있다.
'오징어 게임 기독교 악질적 묘사, 대응책은'이라는 제목으로 <기독일보>와 <크리스천투데이>에 실린 칼럼은 드라마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노골적인 기독교 비하", "악질적인 묘사", "오로지 악하고 위선적인 측면만을 부각" 등의 표현을 쓰면서 드라마가 기독교에 대해 매우 편향되고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아예 기독교 신앙 자체가 거짓과 위선의 산물이라는 식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처방은 "기독교계도 교회 바깥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교회의 선한 면과 부족한 면을 납득되도록 소개해 줄 수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 제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일보>가 소개한 한국 기독교계 리더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청년사역연구소장 이상갑 목사는 "오징어 게임에 나타나는 기독교인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그려져서 안타까웠다"라는 평을 냈다. 진짜 기독교는 이와 매우 다른데 너무 일방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도 "분하기도 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국내와 세계에서 기독교의 모습이 어떻게 이미지화됐을지 생각하면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는 평을 냈다.
물론 이들 평가는 기독교가 부정적으로 그려지게 된 이유와 자성의 목소리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비판의 초점은 여전히 세상 밖에 내비쳐진 기독교의 모습이 불편하다는데 모인다.
이런 불편한 감정은 결국 이들의 신앙이 교회와 세상, 신자와 불신자 등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세계관 위에서 작동한다는 방증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나마 붙들고 있는 신앙마저 끊임없이 외부의 시선과 평가에 휩쓸리고 흔들리는 빈약한 자존감의 표현처럼 보인다.
한국 기독교와 다른 해외 기독교 반응
특이한 점은 미디어와 사회 일반의 기독교 비판과 평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한국 기독교에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현상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에 나타난 기독교 비판에 대한 해외 기독교 반응을 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Christian Today> 기사 '재기발랄, 도발적, 그리고 위험한 새로운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다음과 같이 드라마의 기독교 비판을 바라보고 있다.
"근면·성실을 강조하는 기독교 노동 윤리에 힘입어 이룩한 한국 경제 발전은 한국 교회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부와 권력의 팽창으로 인한 교회 부패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되었다."
온라인 매체 <Conversation> 역시 <오징어 게임>에 나타난 기독교 비판을 1970, 1980년대의 한국 경제 성장과 연결해 파악하고 있다.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룬 시기를 거쳐오면서 세상적 성공은 축복의 상징처럼 비춰졌고, 대형 교회는 성황을 이루었다. 교회에서 리더로 추앙받으면서 뒤로는 돈을 빼돌리고 자신만의 성을 쌓던 정치인과 재벌가는 부패의 온상이 되었다. 놀라울 것도 없이, 이들의 뒤틀린 욕망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를 위한 기독교 정신을 훼손하고 지극히 속물적인 종교로 둔갑시켜버렸다."
두 매체 모두 드라마에 비친 뒤틀린 기독교 이미지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이러한 현상 배후에 놓인 원인에 접근하려는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미셔널처치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클 프로스트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오징어 게임>에 대한 글을 남겼다.
그는 '오징어 게임에 나온 한국 목사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라는 글에서 "참가자 244번은 대중문화가 기독교에 대해 잘못 묘사하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묘사의 부당성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이런 이미지가 출현하게 된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캐나다 기자 데이브 하잔이 <The Diplomat>에 기고한 칼럼을 소개하면서 한국 기독교가 (공격적인) 복음주의와 미국 문화 제국주의에 강력한 영향을 받은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결과 때문에 한국은 거리 곳곳마다 네온 십자가와 전도지가 넘쳐나는 한편, 호화로운 삶을 즐기거나 각종 비리와 범죄에 연관된 목회자와 교회 소식이 일상을 채우고 있다고 했다.
이런 결과로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단순히 대중 매체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다고 분석하면서, 드라마를 통해 오히려 한국 기독교와 사회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또한 '오징어 게임 복음'이라는 글을 통해 드라마에 나타난 기독교적 메시지와 은유를 읽어내려는 창조적인 시도도 한다.
참가번호 처음(1번)과 끝(456번)인 오일남과 성기훈의 관계를 분석하면서 이들을 성부와 성자 이미지를 통해 드라마를 읽어 볼 것을 제안한다.
또한 드라마의 주제인 자본주의 비판을 통해 기독교적 죄의 본질과 구원의 의미를 환기 시기키도 한다.
물론 이런 시도가 분명 드라마가 위치한 한국의 역사 문화적 맥락에 대한 오해나 도식적인 해석의 오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 가운데 기독교 비판이라는 현상 앞에 단순히 감정적이고 방어적인 접근이 아니라, 주어진 이미지와 현상을 통해 종교가 위치한 세계의 진실과 그 가운데 참된 신앙적 가능성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분명 값진 것이다.
좀 더 자존감 높은 기독교, 가능할까?
앞에서도 지적했듯 대중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기독교 비판에 대해 한국 기독교계가 단순하게 감정적인 반응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성찰과 반성 그리고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각고의 노력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일련이 기독교계의 반응을 보면 자기중심적이고 폐쇄적인 자의식에서 벗어나야 할 숙제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교회와 신앙을 둘러싼 세계와 함께 호흡하고 그 가운데 하나가 되는 정체성을 찾지 못한다면 기독교를 향한 조롱과 비난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M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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