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입력 2021. 11. 03. 09:50
의원 7명 등 대표단 20명 타이베이 도착..행정원장 면담 예정
중국-EU의회 갈등 심화..유럽서 '대만 중시' 기류 강해져
대만 타이베이(台北)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에 도착한 유럽연합(EU) 의회 대표단. [대만 중앙통신사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유럽연합(EU)이 중국의 반발에도 보란듯 대만과의 밀착을 과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EU의회 대표단이 처음으로 대만을 공식 방문하면서다.
3일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라파엘 글뤼크스만 의원을 단장으로 한 EU 의회 의원 7명과 수행 인원 13명 등 총 20명이 이날 오전 7시(현지시간)께 타이베이(台北)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글뤼크스만 의원 일행의 대만 방문은 EU 의회 내 '외국의 EU 민주주의 절차 간섭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이뤄졌다.
중국의 제재 명단에 오를 정도로 대표적 대중 매파인 글뤼크스만 의원이 주도하는 이 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거짓 선전 활동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작년 9월 출범했다. 현재 33명의 EU 의원이 속해 있다.
EU 의회 의원들의 공식 방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운 중국의 압박 탓에 극도로 좁혀진 외교 공간을 조금이라도 넓히려 안간힘을 써온 대만에는 고무적인 일이다.
중앙통신사는 “EU 의회 차원의 공식 방문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이는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 중인 중국으로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앞서 EU 주재 중국 대표부 대변인은 “EU 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EU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기로 한 약속을 어기는 것이며,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고, 중국-EU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지난 9월 초 프랑스 상원 대만 교류연구위원회 알랭 리샤르 위원장 등 4명이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등을 만나는 등 중국의 압력에도 대만을 공식적으로 방문하는 유럽 정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EU 의원들의 공식 방문으로 이런 흐름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대표단은 이날 오후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총리)과 면담하는 등 수일간 대만에 체류하면서 대만 최고위 당국자들을 두루 만날 예정이다.
EU의 행정부인 EU 집행위원회는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개별 국가와 정당들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민심에 더욱 민감한 EU 의회는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글뤼크스만 의원 일행의 대만 방문이 보여주듯이 EU 의회 내 반중 기류 확산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다수 유럽 국가 국민들 사이에서 중국의 이미지가 악화한 것과도 관련이 깊다.
아울러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 세계 반도체 산업의 핵심 지역인 대만과의 경제협력 필요성이 높아지는 등 대만의 전략적 위상이 강화된 것도 EU 의회의 대만 중시 기류가 강해지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12월 EU와 중국은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면서 서로 제재를 주고받았고, EU 의회는 중국의 제재 해제 전까지 투자협정을 비준하지 않기로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EU 의회는 이어 지난 21일 대만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대만과의 투자협정을 위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EU 의원들은 대만에 있는 EU의 ‘타이베이 대표부’를 ‘대만 대표부’로 변경할 것도 요구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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