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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K팝은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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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20. 12. 2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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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K팝은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좋은나라이슈페이퍼] 음악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K-Pop의 성공

박지민 파리정치대학 연구원, 김신동 한림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2020.12.28. 09:42:05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280925418544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음악산업의 디지털화가 앨범판매, 저작권, 수익 분배 그리고 외국 기업의 진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음악산업의 디지털화는 범세계적인 현상으로 특정 국가의 음악산업에만 국지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대응방식에 따라 다른 결과가 산출될 수 있다. 따라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의 성공요인을 잘 분석한다면, 음악산업의 성장을 위한 의미있는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케이팝의 세계적인 인기에 관하여 여러 국내외 학자들과 언론매체들이 다양한 분석과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들에는 나름의 한계나 문제점이 있다. 여기서는 케이팝의 성공요인에 대해서 간략하지만 심도 있게 다루어보았다. 디지털화는 음악산업의 각 주체인 생산자와 소비자를 포함하여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큰 관점에서 음악산업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앨범에서 곡 중심으로, 기업의 분업화에서 통합화로, 국내 배급에서 국제 배급으로, 음악 중심에서 이미지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음악 소비에 있어서는 소유에서 접근으로, 그리고 통합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 한국 음악산업은 기술발전과 디지털화를 포용하면서 국제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었고, 케이팝은 성공적인 세계 시장 진출을 이룰 수 있었다. (필자)

 

성공요인 탐색을 위한 올바른 첫걸음

 

지금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 케이팝은 1990년 후반부터 서서히 국제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케이팝이 주로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인기를 모았던 탓에 당시 다수의 미디어와 학자들은 유교문화의 공유를 성공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케이팝이 동아시아를 넘어 유럽, 북남미 및 아프리카에서도 유행하자, 이번에는 인터넷을 통한 케이팝의 전파로 시선을 돌려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의 확산 등을 성공요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케이팝을 일시적인 유행으로 치부하고 지속력이 없다고 판단했던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다르게 거의 이십여 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케이팝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나아가 케이팝의 팬층 또한 더욱 다양해지고 넓어지고 있다. 이리하여 전세계적으로 공고한 팬덤이 케이팝의 또 다른 성공요인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이 케이팝의 국제적 성공 이유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변수인지 아닌지에 관해서는 좀 더 숙고해야 한다. 또한, 이들이 원인변수인지 결과변수인지도 분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타국의 대중음악 현황과도 함께 비교해보면 좀 더 설득력 있는 성공요인을 도출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유교와 같은 문화적 요소를 케이팝의 국제적 인기요인으로 간주하는 주장이 옳다면, 제이팝(J-pop)이나 씨팝(C-pop)도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은 다른 국가에서 케이팝처럼 성공했어야 맞지 않을까? 이때 타국의 음악산업에 주는 함의는 “동일문화권(또는 비슷한 문화권) 시장으로 진출하라”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팝 음악이 다양한 문화권에서 인기 끄는 것을 보면, 케이팝의 국제적 인기를 문화적인 요소로만 설명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소셜미디어 또는 인터넷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기술 기반을 케이팝의 성공요인으로 주목하는 것도 잘 살펴봐야 한다. 먼저 이러한 인터넷 기반 매체들은 한국과 케이팝만 활용할 수 있는 특수한 매체가 아니다. 즉, 누구에게나 다 열려 있는 이들 매체는 음악생산자가 원한다면 아무나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일본의 연예기획사들은 한국의 연예기획사들보다 인터넷 활용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러한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일본의 최고 인기그룹 아라시(Arashi)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최근 자신들의 신곡들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국제적 인기는 BTS나 블랙핑크와 같은 케이팝 그룹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저조하다.

 

공고한 팬층을 케이팝의 국제적 인기요인으로 꼽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헷갈린 전형적인 예이다. 갓 데뷔한 케이팝 가수나 그룹들이 처음부터 팬층을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하다. 이들의 음악이 좋고, 멜로디와 가사가 청자들에게 의미있게 다가왔을 때 팬이 형성된다. 또한, 이들이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할 때, 팬층은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처럼 더 커지고 단단해진다. 세계 곳곳에 다양한 가수와 그룹들이 있고, 이들 역시 팬층을 가지고 있다. 만약 케이팝의 팬층이 다른 팬층보다 더 활동적이고 영향력이 있다면, 단순히 팬덤을 성공요인으로 다루기보다는, 팬덤의 내부 동학을 분석하는 편이 의미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케이팝의 초국가적인 측면을 성공요인으로 꼽는 것 역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 일본 및 중동국가들의 가장 인기 있는 대중가요를 미국의 팝 음악과 비교해보면, 중동국가들의 인기 대중가요는 여러 측면에서 케이팝, 제이팝 및 팝 음악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케이팝과 제이팝은 중동국가의 인기 대중가요보다 상대적으로 ‘초국가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초국가성’이 경쟁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 향상을 설명할 수 있으나, 수준이 비슷한 경쟁자 무리에서 더 우위에 있음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즉, 케이팝과 제이팝의 대조적인 성공의 차이를 초국가성이라는 변인을 통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1980년대와 90년대 국제적 인기를 누렸던 제이팝이 오늘날 케이팝보다 국제적 인기에서 밀리는 것은 제이팝의 초국가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인가? 다수의 케이팝 가수와 그룹이 활동하는 일본 음악시장의 초국가성이 저해된 것일까? 한편, 초국가적인 특징이 상대적으로 강한 유럽국가들의 대중가요는 왜 국제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하는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보아는 동일 곡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불렀다. 보아는 케이팝 가수인가 아니면 제이팝 가수인가? 몇 년 전에 유행했던 BTS의 MIC Drop은 한국어, 일본어, 그리고 영어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음악을 판매하고 순위를 매기는 애플의 온라인 미디어 판매 서비스인 아이튠즈(iTunes)에서 각각의 버전을 케이팝, 제이팝, 그리고 팝 음악으로 구분했다. 동일 노래를 외국어로 부른다는 것을 초국가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한국 이미지와 음색이 짙은 BTS의 Idol이란 곡의 미국 내 인기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또한, 영어 단어 몇 개를 곡에 삽입했다고 해서 초국가적이라고 봐야 하는가? 이러한 행태는 이미 과거 대만, 일본, 홍콩에서도 자주 등장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케이팝의 국제적 인기 이유를 올바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케이팝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다양한 시각에서의 비교연구가 필요하다.

 

▲ 그룹 방탄소년단(BTS). ⓒ연합뉴스

 

제1단계: 국제화와 케이팝의 경쟁력 향상

 

상품이 인기몰이를 하기 위해서는 좋은 (품)질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무리 홍보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품)질이 좋지 않으면, 그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문화상품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액수를 투자하여 제작하고 홍보했던 드라마나 영화가 TV나 영화관에서 조기 종영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케이팝이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기 전에, 한국 음악산업에는 질 향상을 위한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현진영과 와와’와 ‘서태지와 아이들’ 등이 등장해서 발라드 일색이었던 한국 대중가요 시장에 힙합이나 랩과 같은 장르로 음악시장을 다양화시켰고 세계적인 흐름에 부합하게 했다. 영세했던 국내 음악산업에 체계적인 연예기획사가 등장했고, 기업들은 음악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음악성을 높이기 위해서 해외 작곡자들과 협업도 시도했다.

 

1990년대에 자주 불거진 대중가요계의 표절 시비는 한국 대중가요 시장이 국제화를 통해서 점차 발전하고 있음을 바로 보여주는 실례이다. 이 때문에 일본 음악계의 일부에서는 케이팝의 원류가 제이팝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부 평자들은 케이팝을 미국 팝 음악의 아류로 취급하기도 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케이팝이던 제이팝이던 이 음악들이 양국의 전통음악과는 거리감이 있다 (참고로 미국의 팝 음악의 원류는 유럽에서 기원한다). 국내의 일부 팬들은 씨팝이 케이팝을 따라 한다고 불평도 한다. 표절을 권장하지는 않지만, 따라 하는 것을 나쁘게만 볼 수도 없다. 서양의 유명 화가들이 기존의 작품을 베낀 경우는 허다하다. 오늘날 최고의 화가로 여겨지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중 대략 60%가 다른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베낀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아마 재해석한 것이라는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자료 1 참고). 그중 상당수의 작품은 ‘만종’을 그린 밀레의 작품이다. 고흐가 밀레의 작품을 베꼈다고 해서, 누가 고흐의 작품을 표절이라고 욕을 하며, 고흐를 밀레의 아류라고 취급하는가? 특히, 고흐의 (사후) 명성이 밀레의 명성을 해하거나 더럽히지도 않았다.

 

▲ⓒ

 

▲ 자료 1. 고흐와 밀레의 작품 비교

 

제2단계: 디지털화의 시작-인터넷의 등장과 하드웨어의 발달

 

1990년대까지만 해도 도심의 곳곳에 최신 유행곡만을 골라서 크게 틀어놓고, 이들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서 불법으로 판매하는 속칭 ‘길보드’는 흔한 풍경이었다. 더 나아가 컴퓨터 보급과 함께 일반인들도 CD에서 직접 음원을 추출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유행하던 PC 통신을 이용해서 추출한 음원을 서로 주고받는 경우도 많았다. 이를 두고 음악 관계자들은 불법 복사로 인하여 한국 음악산업이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이러한 불법적인 소비자 행위 때문에 한국 음악산업의 미래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행태들은 한국 음악산업의 저작권 민감도를 낮추는 데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변화는 기회를 창출한다. 한국 음악계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조PD는 1998년에 그의 첫 앨범을 온라인에 배포하였고, 이로 인하여 당시 매우 큰 인기를 얻었다. 기존의 카세트테이프나 CD와 같은 음악을 싣고 있는 실물앨범보다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한 음원의 공유는 음악을 더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청중에게 더 빨리 전파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한국의 연예기획사들은 적극적으로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 앨범이나 신곡을 출시하였다. 앨범의 디지털화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까지 쉽게 케이팝이 전파되는 환경을 조성했다.

 

케이팝이 인터넷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까지 전파되는 것을 보면서, 연예기획사들은 규모가 작은 한국 음악시장을 너머 해외시장까지 염두에 두게 되었다. 이에 따라 케이팝 그룹에 외국어를 잘하는 구성원을 영입한다거나 아예 외국인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생겼다. 다른 국가로의 진출을 시도하거나, 다른 지역의 유명한 예술가와 협업을 하는 경우도 예전보다 많이 나타났다. 결국 새로운 시장에 대해서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였고, 케이팝의 다양성 확장에 큰 영향을 주었다.

 

보통 10여 곡이 들어있는 한 앨범에서 정작 인기 있는 곡은 한두 곡에 불과하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한두 곡을 듣기 위해서 앨범 전체를 사야 하는 비경제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측면이 있다. 이에 비해 인기 대중가요만 모아 놓은 카세트테이프나 컴퓨터와 CD를 활용한 일반인들의 음원 추출은 대중의 기호에 더 잘 맞는다. 연예기획사들은 음악의 중심이 앨범에서 곡으로 변하는 흐름을 즉각적으로 파악했다. 앨범보다는 곡의 음악성을 높이기 위해서 해외 작곡가와 적극적인 협업을 하기도 하고, 곡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개성 있는 춤이나 화려한 복장을 갖추기도 했다. 때로는 앨범 당 한두 곡이 들어있는 디지털 싱글 앨범을 활용하기도 했다.

 

섭외, 제작, 녹음, 매니징 등과 같이 다양한 기능으로 세분되어있던 음악산업은 하드웨어의 발달과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하여 큰 변화를 맞이하였다. 하드웨어의 발달은 녹음과 작곡을 기존보다 더 빠르고 쉽게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고, 인터넷으로 인해 마케팅과 홍보 활동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인터넷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연예기획사는 시장이 어떠한 가수나 그룹을 원하는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기획사는 필요에 따라 직접 잠재력 있는 연습생을 고용하고, 이들에게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협상력을 가지게 된 연예기획사는 그들과 함께 훈련해온 가수나 그룹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 직접 방송 출연 일정 등을 관리하기도 한다. 음악산업의 전문통합화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제3단계: 디지털화의 일상생활화-스마트 기기와 소프트웨어의 발달

 

디지털 기기의 발달과 더불어 YouTube나 Facebook과 같은 인터넷 매체가 등장했다. 저작권 민감도가 낮은 한국 음악산업은 이러한 인터넷 매체를 다른 국가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SM. YG 및 JYP와 같은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유튜브에 직접 채널을 열고, 이를 통해 신곡을 곧바로 송출한다. 인터넷 매체들은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케이팝은 국제적으로 쉽게 퍼지고 공유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자유다운로드(혹은 불법다운로드)로 유통되는 케이팝의 양은 통계로 잡을 수가 없지만 이를 통한 케이팝의 인기와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음악 소비 매체는 라디오, 카세트 및 CD 재생기, 더 나아가서 MP3 재생기 정도였다. 소리 중심의 음악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TV의 발달과 함께 소리 중심의 음악은 서서히 소리와 이미지를 함께 아우르는 방향으로 발전해갔다. 과거에는 미성의 노래 잘하는 가수가 선호되었지만, 후에는 가창 실력에 미모까지 겸비한 가수가 더 인기를 얻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같은 스마트 기기의 등장은 과거 TV나 컴퓨터가 갖는 공간적 제약성까지 사라지게 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장소의 제약 없이 보는 음악을 언제나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각 이미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진한 화장, 성형수술, 화려한 의상, 멋진 칼군무 및 세련된 영상미를 장착한 케이팝의 등장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마트 기기는 데이터 저장용량이 현저히 작고, 저장방식도 어렵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앨범이나 음원을 직접 저장하는 방식을 뛰어넘어, 음원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음원의 소유에서 접속으로 이용 행태가 바뀐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음원의 가용성은 매우 중요한데 저작권 민감도가 낮은 케이팝의 인터넷상 가용성은 매우 높다. 소유가 아닌 접속으로 바뀐 음악소비 행태는 다양한 음악의 대량 소비를 가능케 하였다. 음악시장은 더 커졌고, 더 많은 경쟁자가 나타면서, 케이팝 가수와 그룹들은 끝없는 경쟁과 노력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음악의 품질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케이팝의 음원이나 뮤직비디오를 쉽게 즐기게 된 팬들은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직접 관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게 된다. 이들은 소위 '최애'라 칭하는 가장 좋아하는 그룹에게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명하고, 듣기 위한 용도가 아닌 소장이나 후원하기 위해 앨범과 파생상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때로는 최애 그룹의 사회활동이나 자선사업에까지 참여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최고의 순간은 직접 최애 그룹을 볼 수 있는 콘서트에 가는 것이다. 케이팝은 음악을 단순 최종상품으로 하지 않고, 그룹의 모든 것을 하나의 ‘패키지’로 엮어 시너지를 재고하는 방법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성공의 이면(裏面)

 

살펴본 것처럼 한국 음악산업은 디지털화에 대항하기보다는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하여 진화해왔다. 물론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음악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일찍' 그리고 '더 빨리' 디지털 전환을 이루었다. 하지만 한국 음악산업의 급격한 디지털화와 성공으로 수많은 오해도 더불어 생겨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형 연예기획사를 음악산업의 암적인 존재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 음악산업의 세계화와 케이팝의 성공에 이바지한 바는 일일이 말할 수 없다. 특히 지금의 연예기획사들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는 소규모 기업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과 십여 년 만에 이들은 대형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다수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등 셀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왔다. 또한 대형 연예기획사는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케이팝 계보를 잇는 수많은 신생그룹을 계속 만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케이팝이 연예기획사에 의해서 ‘제조된 음악’(manufactured music)이므로 진정한 예술이 아니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재능이 부족한’ 연예 지망생이 훈련받고, 피나는 노력으로 재능이 있는 아티스트만큼(때로는 더 큰) 성공을 이루었다면 이는 비난이 아닌 칭찬을 받아야 할 일이다. 미국의 연예프로그램인 Entertainment Tonight에서 어느 여성 사회자가 미국 가수들도 BTS만큼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겨볼 말이다.

 

어떤 이들은 한국 음악산업에는 생명이 긴 가수나 그룹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생명이 긴 가수의 존재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이는 다른 능력 있는 가수나 그룹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된 일본의 아라시가 근 20여 년간 일본 음악산업에 군림해 왔는데 그들의 능력과 영향력이 정말로 뛰어나서인지 아니면 일본 음악산업이 경직되어 경쟁할만한 새로운 그룹이 나타나지 못해서인지는 잘 분석해봐야 할 것이다.

 

미국 음악시장에 진출한 아라시의 인지도와 인기가 BTS와 비교도 못 할 정도라고 하니 대략적인 답을 추측할 수 있다. 그만큼 한국 음악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최첨단의 기술이 탄생하고 경쟁하는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기업이 있지만, 이중 망하지 않을 확률은 0.17% 그리고 성공할 확률은 0.03-0.07%라고 한다. 한국의 음악시장에서의 성공할 확률도 이와 거의 비슷한 1% 이내라고 한다. 한국의 케이팝은 음악계의 실리콘밸리이고, 디지털화와 같은 새로운 기술 환경의 주문에 끊임없이 반응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비난보다는 이 진화의 끝이 어디인지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응원하면서 그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280925418544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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