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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투기꾼 탓'..부동산거래분석원 밑그림 나왔다

부동산

by 21세기 나의조국 2020. 11. 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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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투기꾼 탓'..부동산거래분석원 밑그림 나왔다

진성준 與의원 제정안 대표발의
국토부 협의..내년초 출범 목표
대통령 언급한 부동산 감독기구
금융·과세 개인정보 열람 권한

중앙일보 | 한은화 | 입력2020.11.08 17:17 | 수정2020.11.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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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감독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서울 노원구의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의 모습.[뉴스1]


정부가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상시로 수사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 출범의 밑그림을 내놨다. 8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부동산거래분석원의 구성과 기능을 담은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하면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한 뒤 석 달 만에 나온 안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부동산 시장의 집값 담합, 편법 증여 등 이상 거래나 불법행위를 상시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다. 금융위원회 산하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비슷한 위상이다. FIU는 범죄와 관련된 자금세탁이나 외환거래를 통한 탈세 등을 색출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빅 브라더' 내년 초 출범하나


최근 급등한 집값이 이상 거래 및 교란 행위에서 비롯됐다는 정부의 시각이 깔려있지만,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악화하자 입법 시기는 미뤄져 왔다. 진성준 의원은 “금융시장은 통합된 자본시장법 규율하에 FIUㆍ금융감독원 등이 불공정행위에 대응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국토부 내 1년 한시의 임시조직인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이 전담하는 등 불공정 거래행위와 시장 교란 행위를 효과적으로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제정안은 의원 입법이지만, 정부와 협의를 마친 만큼 거대 여당 체제의 국회에서 연내 처리되면 내년 초 분석원 출범이 가능하다.

 

제정안에는 따르면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국토부 소속 기관으로 설치된다. ▶부동산 관련 업종의 등록ㆍ신고제▶부동산 교란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조사를 위한 각종 정보요청 권한 강화 등이 담겼다.

 

핵심은 의심 거래에 대해선 금융ㆍ과세와 같은 개인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게 명시한 점이다. 이른바 ‘부동산 빅 브러더’의 탄생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장은 부동산 교란 행위 조사를 위해 과세정보를 당국에 요청할 수 있고, 금융정보 등도 금융기관에 요구해 받을 수 있다. 단 금융거래를 직접 들여다보는 계좌추적권은 갖지 않는다.


개인의 과세·금융 정보 다 들여다본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 입구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반대하는 내용의 포스터가 게시돼 있다.[뉴스1]

 

시장에서는 개인 정보 및 재산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당장에 나온다. 법안에는 이상 거래 관련 정보를 최소한으로 요청할 수 있고, 제공된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관리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범위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거래 행위 중 어디까지를 정상으로 판단할지부터 미지수다.

 

제정안은 또 집값 담합과 관련해 안내문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집값이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할 수 없게 규정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련 글을 올리는 경우나 아파트 부녀회의 매매 가격 제한 등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부동산과 관련한 업종 관리도 대폭 강화된다. 부동산매매업이나 부동산분양대행업에 대해서는 자본금 등 기준을 충족하고서 국토부에 등록하게 하는 등록제를, 부동산자문업과 부동산정보제공업에 대해선 신고제가 도입된다. 관련 업종 등록ㆍ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금지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기관 설립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미니 부동산 감독기구’로 국토부ㆍ검찰ㆍ국세청ㆍ금융감독원 등에서 파견된 이들로 구성된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신설해 감독에 나섰지만, 실적은 미미했다. 이미 세금ㆍ대출ㆍ실거래가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 감독기구까지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세금을 들여 새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감독 대상이 무엇이고 기능은 어떻게 해야 할지 충분한 논의 없이 너무 앞서 나간다”(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려다.

 

분석원으로 인해 부동산 관련 민간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부동산정보제공업자가 허위ㆍ위법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정부가 삭제 등 유통방지조치를 요청하면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집값 관련 민간 통계를 계속 부정하고 있는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소비자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부동산 시장을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정부 규제로 시장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에서 부동산 감독기구를 둬서 시장을 상시로 감독하는 곳은 없다”며 “시장은 투기꾼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실수요자가, 이상 거래가 아니라 정상거래가 움직이는데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자꾸 시장으로 돌리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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