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부동산 전망
좁은 집은 너무 답답해!
일하고 운동하고 취미생활까지..
한국경제 | 이유정/정연일 | 입력2020.10.07 15:25 | 수정2020.10.07 15:39
사진=뉴스1
지난 1월 하순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했다. 길어야 몇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 문화는 물론 기업과 부동산시장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준비가 불가피해졌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될 경우 넓은 집에 대한 선호현상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적인 주거뿐 아니라 일과 여가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신개념 주거형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상가 위축에 따른 공간의 재구조화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부동산 가격은 코로나19의 종식 시점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양극화가 심화되겠지만 장기전으로 가면 전체 부동산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시 각광받는 ‘넓은 아파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가구원이 1~2명에 불과한 소형가구라고 해도 지금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다. 집이라는 공간이 주거와 함께 업무와 여가생활까지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현재 주거공간의 체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요구하는 기능을 수용하지 못한다”며 “예컨대 그동안은 아파트 내 테라스 등을 확장해 넓게 쓰려는 추세였다면 앞으로는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집의 구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설계도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대표 디벨로퍼인 피데스개발은 ‘2020~2021 주거공간 7대 트렌드’ 중 하나로 ‘올인룸(All in Room)’을 꼽았다. 집 안에서 일하고 온라인 쇼핑과 영화를 즐기는 것까지 모두 해결하는 주거문화가 유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아파트시장에서는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거래량은 12만458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7342건)에 비해 61% 급증했다. 안방, 자녀방, 옷방과 별도로 서재까지 갖출 수 있는 방 4개 이상 중대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들도 중대형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 양주에서 1순위 청약을 받은 ‘양주회천 덕계역 대광로제비앙’은 전체 공급 물량(424가구)의 절반가량인 190가구가 전용 100㎡로 이뤄졌다. 이달 세종시 고운동에서 분양하는 ‘가락마을 12단지’는 전 가구가 전용 85㎡ 초과 중대형으로 공급된다.
특화설계도 관심 대상이다. 신동아건설은 주거공간에서 오피스 생활이 가능한 비대면 특화설계인 ‘이지큐-베타’ 평면을 개발했다. 현관 입구에서 거실로 향하는 중문 외 별도 공간을 ‘클린존’으로 조성해 동선을 분리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경기 화성시 반월3지구에 공급한 ‘신동탄 롯데캐슬 나노시티’에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가능한 홈오피스 공간을 선보였다. SK건설은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클린-케어’ 평면을 내놓기도 했다.
거세지는 상가와 오피스시장 변화
언택트(비대면)의 확산은 주택보다는 상가와 오피스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유 오피스시장은 비대면 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재택근무의 낮은 업무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공유 오피스업체 위워크는 지난 6월 기준 국내 이용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증가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 세빌스코리아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등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겪으며 기업들의 오피스 수요가 본사와 가까운 위성 오피스, 거점 오피스 등으로 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가시장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물류센터 등으로의 용도전환이 나타나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상가시장은 소비자가 없어 텅 비어 있거나 줄을 서야 하는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소비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있어 코로나19 종식 후 상가시장이 과거처럼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거둘지 의문”이라고 봤다. 도심 내에서도 건물 지하공간을 상가 대신 창고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글로벌 부동산 회사 JLL코리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준공한 연면적 3만3000㎡ 이상 물류센터의 지난 2분기 공실률은 평균 7.9%다. 1분기(10.3%)보다 2.4%포인트 줄어들었다. 부동산종합서비스회사 체스터톤스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택배업 매출 규모는 최근 10년 사이 매년 평균 11.65%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까지 이어지면 시장 위축 불가피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312만원이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코로나19 여파에도 거침이 없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코로나19는 정부의 고강도 세금 규제와 맞물려 매매 및 전세매물 감소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며 “거래량 감소와 규제 강화로 지방 및 수도권 외곽지역과 달리 도심은 ‘똘똘한 한 채’ 현상 등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고가 아파트 역시 영향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만약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금융권 부실, 파산자 및 실업자 양산 등이 발생하면 집값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곽창석 대표는 “부동산은 경제가 나빠지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조이기 시작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이유정/정연일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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