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매수에 대한 관심이 떠난 지 오래입니다. 추가 매수하지 않고 MMF(머니마켓펀드) 등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가 시장이 조정되면 들어가겠다는 기류가 강합니다”(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강남 자산가들은 투자목록에서 ‘강남 아파트’가 사라졌고 잇따른 규제로 매매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강남아파트=안전자산’이란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심상찮은 거래절벽, 매매와 전세 동시 감소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5469건으로 1월 6267건에 비해 12.73% 감소했다. 전세 거래량도 다르지 않다. 서울의 2월 아파트 전세거래건수는 7461건으로 1월 8297건에 비해 10.08% 감소했다. 계절별 비수기를 고려하더라도 매매와 전세거래가 다 같이 감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장에서는 대출규제를 강화한 12·16대책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을 꺼리면서 집을 옮기기보다 눌러앉는 수요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부진 속 강남 아파트 급매도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전용면적 84㎡(5층)가 지난달 2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면적의 27층이 25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단지다. 반포리체 가격 하락은 강남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280만명이 선택한 기절베개고가주택 보유세가 크게 늘어나는데다 서울 9억원 초과 아파트 자금출처 강화 등으로 강남 부동산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요동치자 “다음 순번은 부동산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이달 중 아파트 공시가격이 공개되고 6월 1일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가 매겨지는 만큼 자산가들은 세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수보다 ‘매도’나 ‘증여’에 더 관심이 많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한겨울이다. 지난해 전국 상가 평균 권리금은 4276만원으로 4년새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급감하면서 올 1분기 상가 권리금은 더욱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강남부자, 몸 사린 채 단기투자 집중 발빠른 고액 자산가들 또한 상황을 주시한 채 단기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임은정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압구정스타PB센터 팀장은 “지금은 무엇이든지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연 1.7% 수익률의 3개월 미만 전자단기사채로 자산가들의 현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가 되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정기예금도 자산가들의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실제 A은행의 한 PB 고객은 본인이 창업한 벤처기업을 최근 매각했는데 매각 자금 300억원 대부분을 현금화가 쉬운 금융자산에 투자했다. 통상은 부동산 자산과 금융상품을 일정 비율로 나눠 투자를 하는데 최근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일단 부동산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 고객은 급매로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을 노리고 있는 중이다. 강남권 꼬마빌딩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지만 지금까지는 매도자 절대 우위였다면 최근엔 급매를 기다리는 대기성 수요가 늘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이라도 상가 투자는 자산가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렸다.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급감해 최근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