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 잡았나?..고강도 규제에 강남 아파트 '속앓이'

상투 잡았나?..고강도 규제에 강남 아파트 '속앓이'

뉴스1  국종환 기자 입력 2019.12.18. 06:05 수정 2019.12.18. 09:29 

 

        

정부가 고가 아파트를 겨냥해 고강도 규제를 쏟아내면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12·16 대책을 통해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았다.

◇ 잠실 엘스 등 일부 단지 올들어 '강북 한채값' 치솟아 서울 아파트 시장은 12·16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까지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극심한 과열이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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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의 절반 이상이 15억 초과 '대출금지 직격탄'
최근 고점에 산 막차수요자들 집값 떨어질까 불안 ↑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정부가 고가 아파트를 겨냥해 고강도 규제를 쏟아내면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중개업계와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규제의 영향과 집값 전망 등을 묻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 집값의 단기 급등을 주도한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에 대한 집주인의 우려가 커진 분위기다.

송파구 A 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강남권을 직접 타깃으로 삼아 예상보다 센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며 "최근 뜨거웠던 강남 아파트 시장 분위기가 수그러들면서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12·16 대책을 통해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았다. 15억원 이상 현금을 가져야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자금조달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해 편법·불법 증여의 진입이 어려워지도록 했다. 이어 17일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최대 80%까지 올려 보유세마저 높였다.

◇15억 초과 아파트 비중 '강남 70%·서초 67%·송파 47%'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19만6201가구로, 이 중 80%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포진해 있다. 강남구는 전체 9만3348가구 가운데 70.9%인 6만6174가구가 15억원을 넘어선다. 서초구는 전체 아파트의 67.4%인 4만4902가구, 송파구도 절반에 가까운 46.7%가 15억원을 넘는다. 이번 대책이 사실상 강남을 겨냥했다는 이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2019.12.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예상을 웃도는 강력한 규제에 전문가들은 강남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수그러들면서 집값이 하향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가격 고점에 매입한 매수자들을 중심으로 '상투를 잡은 것이 아니냐'(가장 높은 시세에 매입)는 걱정을 토로하는 문의가 늘기 시작했다.

서초구 B 공인 대표는 "고가주택의 대출을 틀어막고, 자금조달 증빙서류까지 제출하게 해 사실상 강남 아파트의 진입로를 봉쇄해버렸다"며 "대책 직전 고가에 아파트를 매입한 매수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잠실 엘스 등 일부 단지 올들어 '강북 한채값' 치솟아 

 서울 아파트 시장은 12·16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까지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극심한 과열이 지속됐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17% 올라 24주 연속 상승했다.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간 단위로는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강남(0.29%)·서초(0.25%)·송파구(0.25%) 등 강남3구가 상승을 주도했다.

연초 16억원대에 거래되던 강남구 대표 재건축 은마아파트 전용 84㎡ 주택형은 최근 6억원 이상 오른 22억5000만원에 팔려 신고가를 기록했고, 송파구 재건축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도 이달 연초보다 4억원 이상 오른 21억15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인근 일반 아파트인 잠실 엘스 전용 84㎡도 연초 대비 6억원 가량 오른 20억3000만원에 고가 거래되면서 처음 20억원대에 진입한 상태다.

강남구 C 공인 관계자는 "앞서 8·2 대책, 9·13 대책 등의 때에도 규제 여파로 집값이 장기 하락해 강남 재건축 등이 수억원 하락했던 경험이 있다"며 "집값이 하락해도 버틸 수 있는 자산가의 경우엔 문제없겠지만, 대출 비중이 높거나 보유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집주인은 걱정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