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 서울집값 폭등과 땅값 상승에 대해 국토부 공무원 다수를 검찰에 고발하자 국토부가 해명자료를 냈다.
경실련의 고발 소식을 접했을 때 맘속으로 큰 박수를 보냈었다. 서울집값 폭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는데, 그 고통의 가장 큰 책임이 국토부에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은 서울집값 폭등이 정부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 중 시청자들로부터 실시간 질문을 받았는데, 1위가 "집값은 이미 오를대로 올랐는데 정부는 관망하나요?"였다.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실행하지 않고 관망만 해서 서울집값이 폭등했다는 질책이 담긴 질문이었다.
"정부가 관망만 해서 서울집값 폭등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잘못했다"거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안정됐다." "서울도 일부 고가아파트만 올랐다."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잘하고 있다"는 말로 시청자의 분노를 치솟게 했다.
이런 대통령의 발언에 고무된 탓인지 국토부의 해명자료는 공격적인 문구 일색이었다. 경실련의 발표에 대해 "일방적 주장" "합리성 결여" "언론을 호도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주장" 등으로 반박했다. 해명자료라기보다는 비난성명서를 방불케 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긴 서울집값 폭등에 대한 책임과 사과의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는 뚜렷하게 둔화되어" "과거 주택시장 과열기의 상승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 등의 문구는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이 한 발언의 판박이였다.
임대사업자들에게 엄청난 세금혜택을 제공한 이유가
경실련이 국토부 정책을 비판한 것 중 하나가 "임대등록 활성화가 투기세력에게 꽃길을 깔아준 것"이었다. 이는 사실을 매우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 "꽃길"이 어떤 꽃길인지는 국토부 공식문서에 나와있다.
국토부와 기재부 등 정부부처들이 2017년 12월 합동으로 발표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 3쪽에는 '집주인'에 대한 혜택이 명시되어 있다.
"지방세 감면 확대, 임대소득세 감면 확대, 양도세 감면 확대, 종부세 감면기준 개선, 건보료 부담 완화"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세금혜택이 망라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하는 LTV·DTI 규제도 임대사업자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 맘껏 대출받아서 주택에 투자하라고 권고하는 문서였다.
이런 엄청난 혜택을 제공한 이유에 대해 국토부는 이렇게 해명한다. "임대료 상승 제한(연 5%) 및 의무 임대기간(4·8년 이상)으로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이 보장"되었다고 한다.
임대료를 매년 5% 인상하면 올릴 만큼 올리는 것 아닌가? 의무임대기간이라는 것이 필요한 이유도 이해할 수 없다. 다주택자들이 자기가 거주하지 않는 집을 세놓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세를 받기 위해 세를 놓는다. 그런데 국토부는 마치 의무임대기간을 정하지 않으면 임대인이 세를 놓지 않아서 임차인이 살 집을 구하지 못할 것처럼 말하고 있다. 국민을 기만하는 해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임대주택 매입수요로 서울집값 폭등
엄청난 세금혜택과 금융혜택을 제공했으니 돈 있는 사람들이 서울주택을 사재기했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토부가 2018년 7월 발표한 보도자료 '2018년 상반기 임대사업자 7.4만명이 17.7만채 신규등록'을 보면 구체적인 수치가 나와있다.
그 자료의 부제는 '작년동기 대비 각각 2.8배 및 2.9배 증가'다. 임대주택등록이 2.9배나 급증한 이유에 대해 "작년 12월 발표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의 정책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자료 4쪽에는 "상반기 중 등록된 17.7만채 중 서울이 6.6만채" 즉 37.3%라고 제시한다. 2018년 전체로는 서울에 약 14만채의 임대주택이 신규 등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해 서울에 신규 공급된 주택은 1.8만채였다. 실수요자의 주택매입을 제외하고 임대주택 등록을 위한 신규매입만으로도 신규공급의 몇 배에 달했으니 서울집값이 폭등하지 않으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강남권 고가주택 상승과 관련 없다"는 거짓말
보도자료 6쪽에는 "서울에서는 강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이 등록실적의 40.1%를 차지하였으며"라고 나와있다.
국토부 보도자료 내용을 종합하면 이런 내용이다. 임대사업자에게 세금혜택을 제공하자 임대주택등록이 급증했는데, 주로 서울에 집중되었다.
서울의 임대주택등록의 절반은 기존 보유주택을 매도하지 않고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고 해도 나머지 절반은 신규 매입했을 것이다. 그럴 경우 2018년에만 서울에서 약 7만채의 매입수요가 발생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신규공급의 4배에 달한다. 서울집값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이 임대사업자 세금혜택이었음이 매우 명백해진다.
서울에서도 강남지역에 임대주택등록이 집중되었으니 강남집값이 더 급등한 이유도 임대사업자 세금혜택이었다.
이처럼 명백한 사실에 대해 국토부는 또 거짓말을 한다. "등록 임대주택 세제혜택은 ... 강남권 고가주택 상승과 관련은 높지 않음"이라는 거짓해명을 내놓는다.
"과도한 세제혜택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는 거짓해명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자 국토부장관은 TV 카메라 앞에서 그 혜택을 축소할 것처럼 발언했다.
그러나 2018년 '9.13대책'에 포함된 조치는 "폐지"는커녕 "축소"라고 할 수도 없었다. 2019년 이후 매입한 주택에 대해서만 혜택의 일부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2018년 말까지 등록된 136만채는 엄청난 세금혜택을 그대로 누리도록 했다. 그 중 서울이 약 50만채로 추정된다.
통계청의 '2018년 주택소유 통계'에 의하면 서울에서 다주택자가 투자목적으로 소유한 주택이 약 80만채다. 그 80만채 중 약 50만채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었다. 서울집값이 하락하려면 다주택자의 투자목적 주택이 매물로 나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임대주택이 매물로 나와야 한다.
그러나 엄청난 세금혜택을 계속 제공하고 있으므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일부 과도한 세제 혜택은 합리적으로 조정"했다고 해명하고 있으니 국민의 눈을 속이는 해명이라 할 것이다.
폭등한 서울집값을 하락시킬 의지 전혀 없음
경실련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값이 평균 4억원 상승하였다"고 제기한 사실도 국토부는 부정한다. 그러면서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는 뚜렷하게 둔화되어" 왔고, "과거 주택시장 과열기의 상승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한다.
국토부의 시각은 서울집값이 안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서울집값을 하락시킬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말 아닌가.
경실련은 문재인정부에서 4억원 상승한 집값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고 요구하는데, 국토부는 더 이상 오르지 않으면 됐지 않느냐고 대답한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은 폭등한 서울집값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의지가 전혀 없음을 내비쳤는데, 국토부의 시각이 한 치도 다르지 않음을 해명자료에서 또다시 확인한다.
경실련의 용기있는 행동에 시민단체와 국민이 동참하길 기대한다
경실련의 문제제기와 책임자 처벌 요구는 매우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국민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 동안 서울집값 폭등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침묵을 지켜온 것이 사실이다. 국토부가 공격적인 해명자료를 내고 한술 더 떠서 경실련에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안하무인의 행동이 이런 침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경실련의 고군분투에 많은 시민단체가 동참하길 기대한다. 나아가 국민 다수가 경실련의 용기있는 행동에 함께한다면 서울집값 하락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