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와 하얏트, 반얀트리 등 서울 특급 호텔들의 공시지가가 인근 호텔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당 300만~600만 원대에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공시가격 덕분에 이 호텔들은 막대한 부동산 보유세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는 서울 도심에 있는 5성급 호텔인 신라·하얏트·반얀트리 호텔과 주변 땅들의 공시지가를 비교·조사했다. 결과를 요약하면, 신라호텔과 반얀트리 호텔의 공시지가는 인근 그랜드앰배서더 호텔의 3분의 1 이하 수준이었다. 남산 하얏트 호텔은 주변 다가구 주택보다도 가격이 낮았다.
신라호텔 550만원... 그랜드 앰배서더 1620만원
서울 한복판에 있는 신라호텔의 공시지가는 주변 호텔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신라호텔은 서울 중구 장충동 2가 202번지(5만 2134㎡)에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땅의 올해 1월 공시지가는 ㎡당 550만 원이다.
1평(3.3㎡)으로 환산하면 1815만 원 수준인데, 강남 아파트와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로 낮다. 지난 8월 3.3㎡당 9992만 원에 거래된 서울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59㎡)와 비교하면 신라호텔 땅값은 18.16% 수준이다.
신라호텔에서 직선거리로 500m 떨어진 그랜드앰배서더 호텔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5성급(신라호텔과 같은 등급)인 그랜드 앰베서더 호텔의 2019년 1월 공시지가는 ㎡당 1620만 원. 신라호텔의 공시가격보다 3배(194.54%)나 높다.
심지어 인근 주차장보다도 가격이 낮다. 장충체육관과 신라호텔 옆에 있는 주차장(장충동 2가 200-1)의 공시지가는 ㎡당 680만 7000원. 신라호텔 공시지가(550만 원)보다 130만 7000원이나 높다.
도심형 고급 리조트 호텔로 명성을 날리는 반얀트리 호텔의 공시가격은 더 낮다. 신라호텔 옆 반얀트리 호텔 건물이 있는 장충동 2가 6개 필지(201, 201-1, 201-2, 201-4 201-3, 산 5-5)의 공시지가는 모두 ㎡당 380만 원이다. 신라호텔의 69% 수준이고,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에 비해서는 23.45%에 불과하다.
호텔 땅 공시지가가 단독주택지보다 낮아
올해 1월 기준 서울신라호텔 공시지가는 ㎡당 550만 원이다. 서울신라호텔의 공시지가는 인근에 위치한 그랜드앰배서더 호텔보다 3배나 낮게 책정됐다.ⓒ 유성호
반얀트리 호텔과 신라호텔의 공시가격은 인근 장충동 1가 110번지, 단독주택땅의 공시가격(㎡당 578만 2000원)에 비해서도 낮다. 조정흔 하나로감정평가사무소 감정평가사는 "호텔이란 상업시설이 들어선 땅이 단독주택땅보다도 가격이 낮은 것은 일반적인 기준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산 중턱이란 천혜의 환경에 있으면서도 차량 접근이 쉬운 하얏트 호텔의 공시가격도 주변 땅에 비해 턱없이 낮다. 하얏트 호텔 땅(서울 용산구 한남동 747-7번지, 5만 5407.2㎡)의 올해 1월 공시가격은 ㎡당 625만 원이다.
이 역시 인근 다가구 주택의 땅값보다 낮다. 하얏트 호텔 맞은 편인 이태원동 258-7번지(1종 일반주거지)의 1월 공시가격은 785만 7000원이었다. 도로와 접하지 않은 일반 주거지임에도 하얏트보다 ㎡당 160만 원이나 높다.
하얏트와 입지 여건이 비슷한 땅을 비교하면 가격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하얏트처럼 도로(소월로)와 인접한 주거지(이태원동 일반 258-12)의 1월 공시가격은 949만 원이었다. 하얏트 공시가격보다 무려 300만 원 이상 비싼 것이다.
공시지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세금을 책정하는 기준이다. 공시지가가 낮게 책정됐다면, 이들 호텔 법인들이 부담하는 부동산 보유세도 그에 비례해 낮아진다.
올해 1월 기준 반얀트리 호텔 건물이 있는 장충동 2가 6개 필지 공시지가는 ㎡당 380만 원이다.ⓒ 유성호
매년 20억원 이상 세금 감면 특혜 추정
< 오마이뉴스>는 2019년 공시가격과 사업용토지 세율 등을 토대로 하얏트와 신라, 반얀트리호텔의 2019년 재산세(토지분)를 추정해봤다. 앞서 국세청과 서울시에 해당 호텔에 대한 토지세(국세 및 지방세) 부과 내역을 요청했지만, 두 기관은 모두 공개 불가 결정을 내렸다.
하얏트호텔은 올해 1월 공시가격 625만원(1㎡당), 신라호텔은 550만 원, 반얀트리 호텔은 380만 원을 적용해, 각 호텔의 면적을 곱해 총 공시가격을 산정했다.
하얏트호텔 면적은 5만 5407㎡, 신라호텔 면적은 5만 2134㎡다. 반얀트리 호텔의 경우 호텔 건물과 주차장 등이 있는 6개 필지를 합한 면적(3만 9482.7㎡)만 적용했다. 여기에 토지분 재산세율은 10억 초과 대상토지에 해당하는 별도합산과세율(280만원+10억원 초과금액의 0.4%)을 적용해 재산세를 추정했다. 해당 토지에 대한 세금 공제 등 별도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하얏트호텔의 올해 토지분 재산세는 9억 6842만 원, 신라호텔은 8억 166만 원, 반얀트리 호텔은 4억 1889만 원으로 추정됐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거대 노른자땅임에도 재산세가 10억 원을 넘는 곳은 없었다.
그런데 하얏트·신라 호텔이 인근 그랜드앰배서더 호텔과 같은 공시지가가 매겨졌다고 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랜드앰배서더 호텔의 공시가격은 ㎡당 1620만 원이다. 이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면 각 호텔들이 부담해야 하는 재산세는 10억을 훌쩍 넘긴다.
구체적으로 하얏트 호텔의 재산세는 25억 1207만 원, 신라호텔은 23억 6359만 원, 반얀트리 호텔은 17억 8973만 원이 된다. 재산세에 더해 종합부동산세까지 가정하면, 이 호텔들은 최소 20억 원 이상의 절세 효과를 누린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올해 1월 기준 그랜드하얏트 서울호텔 공시지가는 ㎡당 625만 원이다. 그랜드하얏트 서울호텔의 공시지가는 인근 다가구 주택의 땅값보다 낮다.ⓒ 유성호
"막대한 경관에 세금 특혜까지... 구조적 문제"
신라호텔과 하얏트호텔의 공시지가 책정은 국토교통부, 반얀트리 호텔은 관할구청인 중구청이 담당한다. 신라와 하얏트 호텔은 주변 공시지가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로 지정돼 중앙정부가 담당하고, 표준지가 아닌 반얀트리는 관할 지자체가 담당하는 구조다.
이 기관들이 공시지가를 제대로 매기지 않아 특급호텔들에 막대한 세금 특혜를 해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호텔이 있는 땅이 다가구 주택지가 더 비싸게 매겨진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이라며 "과표 기준인 공시지가가 낮게 매겨지면, 당연히 호텔들은 세금을 덜 내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남산 주변 호텔들은 남산 자락에 위치해 막대한 경관 특혜를 누리며 영업을 해왔다"면서 "그에 따른 세금 환수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공시지가가 낮게 책정돼 세금 혜택까지 주는 상황이다, 공시지가 책정 구조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공시가격 책정을 담당하는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공시가격은 토지 용도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신라 하얏트 등의 토지는 1종 주거지역으로 설정돼 있는 반면, 그랜드 앰배서더는 개발 밀도가 높은 상업지역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랜드앰배서더는 상업지로 향후에도 개발이 가능하고, 신라·하얏트·반얀트리는 추가 개발이 어렵다는 점이 영향을 미치면서 공시가격 차이가 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