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서울 강남·동작·마포·서대문·성동·용산·종로·중구 등 8개 구에서 자치단체들이 올해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많이 낮춰준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단독주택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감정원이 매년 1월 샘플로 정한 표준주택(올해 22만가구)의 공시가격을 산정·발표하면 지자체들이 이를 기준으로 개별주택(396만가구)의 공시가격을 4월30일 발표한다. 반면 표준화율이 높은 공동주택은 한국감정원이 전국 공동주택(1339만가구)의 공시가격을 산정·발표하는데 올해는 지난 3월 발표됐다.
국토부가 지자체들의 개별주택 공시가격 발표를 앞두고 이들 8개 구의 단독주택 9만가구 공시가격을 검증한 결과를 보면, 개별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표준주택보다 평균 3%포인트 이상 낮았다. 예년엔 이 격차가 최대 2%포인트 수준이었다. 특히 용산구(7.7%), 마포구(6.8%), 강남구(6.1%), 성동구(5.6%) 중구(5.4%) 등은 5%포인트가 넘는다.
국토부는 해당 지자체와의 갈등을 우려한 듯 “고의로 낮춘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실수인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 사례를 보면 의도적으로 낮춰준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바로 옆에 있는 표준주택을 놔두고 멀리 떨어진 표준주택을 기준으로 삼거나 용도지역이 상향 조정됐는데도 반영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세금이 늘어나게 된 주민들이 반발하자 다음 선거를 의식해 낮춰준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지난해 집값이 급등했거나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지나치게 낮은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올렸다. 이런 마당에 지자체가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임의로 낮춰준 것은 공평 과세와 집값 안정을 위한 ‘공시가격 현실화’를 흔드는 일이다.
특히 고가 주택은 그동안 중저가 주택에 비해 현실화율이 낮아 조세 정의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시가격을 깎아주지 않은 가구들로부터 또 다른 반발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게다가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산정과 기초연금 대상자 선정 등 60여가지 행정 업무에 사용된다. 공시가격이 신뢰를 잃으면 이들 정책도 불신을 받게 된다.
국토부는 직권조정 권한이 없어 지난주 해당 지자체들에 표준주택과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차이가 나는 456가구의 공시가격 정정을 요청했다. 지자체들은 공시가격 현실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개별주택 공시가격도 국토부(한국감정원)로 일원화해야 한다. 단독주택 공시가격 제도 도입(2005년) 초기에는 일일이 가격을 평가해야 해 인력과 예산이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실거래가 등 각종 데이터가 축적되고 분석 기법도 발전된 만큼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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