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한익종 입력 2019.04.10. 09:00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20)
황혼이혼이 15년 만에 최대로 늘어났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결혼 지속기간 평균 20년 이상인 황혼이혼이 2018년 기준 전체 이혼사례의 약 1/3이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자던 그 혼인서약은 어디로 갔나. 우리나라의 현재 추세가 일본의 20년 전을 따라가는 듯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왜 하지 못했을까를 생각하니 더욱 씁쓸하다.
많은 사람이 결혼생활을 끝내며 성격이 안 맞아서 이혼한다는 이유를 댄다.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아니 이 세상에 성격이 딱 맞는 커플이 어디 있나? 성격을 맞춰가며 모난 부분을 서로 둥글게 보듬으며 살아가는 게 부부지. 오래 살면서도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에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지.
인생의 반려자에게, 특히 인생후반부 가장 든든한 후원자에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배우자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결과는 뻔한 것 아닌가?
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어느 기업의 간부들에게 한 강의에서 한 얘기가 있다. 인생후반부, 뭘 더 준비하려고 애쓰실 거냐고? 오늘부터라도 집에 가서 배우자께 잘해 드리라고.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 늘 돌아오는 대답이 자신은 잘했다고, 그만하면 됐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 자기 아내는 더 바라는 것도 없는 것 같다는 대답이다.
내가 잘해 주라는 것은 경제적인 것이나 배우자의 노동을 대신 해 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상대편에 대한 배려이다. 배우자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이해하고 상호 공통점을 찾아 그를 함께 즐기라는 얘기다. 자신의 배우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행복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는 현주소를 보면 그런 대답이 예상외는 아니며,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이유를 알 수도 있다.
설사 상대편이 좋아하는 것을 알더라도 애써 무시하며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이 없으니 인생후반부에 헤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 아닐까? 그런데 더 무서운 현실은 소 닭 쳐다보듯, 닭 소 쳐다보듯, 서로 투명인간처럼 지내는 인생후반부의 부부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여가생활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배우자와 함께 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랬더니 배우자와 함께 등산도 다니고, 여행도 하고, 골프도, 춤도….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아이템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기본 정신과 가치관이자 삶 전체를 이름이다.
트랜드를 타는 취미, 남 보이기 위한 여가활동, 상대방을 배려할 수 없는 취미는 한계가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서로의 취미와 장기를 살리며, 지속 가능한 여가활동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바로 부부가 함께하는 봉사를 통해 그를 찾을 수 있다. 봉사는 기본적으로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상대편을 배려하는 덕목을 근간으로 하는 행위이다.
거기다 봉사는 상호이익, 보상되는 행위이고 보면 부부가 함께하는 봉사는 그 어떤 여가활동보다 여러 면에서 생산적이다. 부부가 서로 좋아하는 음악 활동이 봉사활동으로 발전하다가 지자체의 부름을 받는 초청 뮤지션이 되는 사례라든가, 미용하는 부부가 복지기관에서 봉사를 오래 한 결과 지역에서 좋은 소문이 나, 손님이 크게 늘어 난 사례 등은 부부의 금실을 좋게 하고 앞날의 경제적 이익에도 크게 기여하는 경우이니 이보다 좋은 예가 어디 있는가.
지방의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토크쇼에서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여행을 통해 경험함으로써 지식을 지혜로 변환하는 일과 가족이 함께 하는 봉사를 통해 상호배려와 삶의 만족감을 키우라고 한 얘기는 아직도 유효하다. 부부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라는 개념에서 본다면 이 원칙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진리 아닌가?
한익종 푸르메재단 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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