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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칼럼] KBO와 NPB를 우승한 힐만 감독의 리더십

연예·스포츠

by 21세기 나의조국 2018. 11. 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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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칼럼] KBO와 NPB를 우승한 힐만 감독의 리더십

정우영 입력 2018.11.16. 10:33 수정 2018.11.16. 11:32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힐만 감독과 방송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제 첫 질문은 ‘지면 탈락 경기’(elimination game을 이창섭 컬럼리스트가 우리용어로 바꾼 단어입니다.)를 앞둔 현재의 각오였습니다. 힐만 감독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이 경기를 지면 탈락 경기라고 보지않습니다. 이 경기는 제게 지속 경기(continuation game)입니다.” 저는 그의 Continuation game라는 단어선택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실제로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SK는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으로 그 경기를 지속 경기로 만들었고, 이후 코리안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습니다. SK의 우승 이후 저는 ‘힐만 리더십’이 이전 다른 리더들과 다른점은 없었을까를 지난 2년간의 페넌트레이스와 이번 가을야구기간 동안 보여준 보여준 모습을 통해 분석해봤습니다.


선수 기용의 원칙


2017 시즌 막판, 김강민, 박정권 선수와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두 베테랑 선수는 힐만 감독의 부임 이후 출전 경기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사실 두 선수도 이에 대해서 심적으로는 힘들어하 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중요했던 것은 이 두 선수가 감독의 기용방침에 대해서 ‘불만’을 가졌다기보다는 ‘인정’을 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김강민 선수의 이야기는 이를 뒷받침합니다.


“우리 감독님은 ‘현재’ 잘하는 선수를 씁니다. 그동안의 이름값은 보지않으십니다. 지금 제가 못나오는 이유는 ‘현재’ 제가 못해서입니다. 답답하기는 해도 제가 잘해야죠.”


김강민 선수의 이야기에는 힐만 감독의 선수 기용의 원칙이 들어있습니다. ‘현재 잘하는 선수를 기용한다.’ 매우 중요한 원칙이지만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지난 두시즌 동안 힐만 감독은 이 원칙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실망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던 김강민과 박정권 두 선수도 2018 가을야구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근거의 확보


선수들을 라인업에 집어넣고 빼는 것은 온전히 감독의 마음입니다.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라인업에 들고 나는 것에 있어서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라인업 구성에 대한 ‘근거’입니다.



이번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둔 상태에서 힐만 감독이 했던 미디어 인터뷰에서는 그가 근거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당시 경기 라인업에 강승호, 정의윤 선수가 빠지고 박승욱, 김동엽 선수가 들어온 이유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먼저 박승욱 선수의 기용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선발투수 린드블럼은 지난 3년간 우타자 상대 평균 피홈런이 22개였다. 그런데 올시즌에는 이 수치가 10개로 줄었다. 좌타자가 더 공략에 수월할 수 있다. 지난 1차전 경기 우리가 때려낸 홈런 두 개도 모두 좌타자(한동민, 박정권)였다. 오늘 박승욱이 선발로 나가는 이유다.” 반면 정의윤 선수가 같은 우타자 김동엽 선수로 바뀐 부분에 대해서는


“린드블럼의 바뀐 투구폼을 우타자들이 매우 까다롭게 느꼈다. 김동엽은 1차전에서 이미 린드블럼을 상대했기 때문에 정의윤보다는 상대하기 익숙할 것이다.”


비록 이 경기는 SK의 패배였지만 저는 힐만 감독이 경기전 밝혔던 이 대목들이 매우 인상깊었고 충분히 납득할만 했습니다. 이때 뿐만이 아니라 정규시즌 중에도 힐만 감독은 선수 기용을 설명함에 있어서 언제나 기록을 첫번째 근거로 두고, 기록 기반의 근거가 아닐 때에도 납득가능한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서 라인업 작성의 근거를 설명했습니다.


아직도 몇몇 감독은 라인업 작성의 근거를 이야기할 때 ‘좌투수, 우투수에 따라’, ‘컨디션이 좋아보여서’, ‘잘할 것 같아서’ 등등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라인업의 구상’이 그 감독의 ‘감’에 따르고 있다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방식의 설명은 더이상 선수도 취재진도 팬들도 납득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철저한 라인업 관리


가볍게 지나치지 말아야할 기록이 있습니다.

SK는 올시즌 가장 많은 라인업을 사용한 팀입니다. 지난 시즌부터 주전들도 철저하게 로테이션이 있었습니다. 물론 라인업 개수에는 타순변화도 포함되기 때문에 과장되게 보이기는 합니다만 큰 맥락에서는 들어맞습니다.


표를 하나 더 보시죠.

특히 눈 여겨볼 점은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라인업의 변화가 도드라졌다는 점입니다. SK는 선수들의 힘이 떨어질 수 있는 후반기에 58경기에서 54경기를 다른 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렀습니다. 이는 시즌 막판의 상승세 뿐 아니라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대접전을 치르고도 한국시리즈에서 왕성한 에너지를 보여준 SK 선수단의 모습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 향후 144경기의 리그 체제에서 팀은 어떤 방식의 라인업 운영을 해야하는지를 보여줬습니다. (기록제공 : 스포츠투아이)


보호


취재진에게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유형의 감독도 있습니다. 특정 선수를 콕 집어 이야기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 선수는 어떤 기분을 느낄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몇몇 선수들에게는 그럴 때 느끼는 질문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들의 반응은 대부분 유사했습니다.


“저한테 직접 이야기하시면 되는데…”


“근데 그걸 왜 취재진에게 이야기를 하시는걸까요?” 선수들은 보호받기를 원합니다.감독이 방파제가 되어 선수들을 향해 쏟아지는 플레이에 대한 비난의 파도를 막아주기를 원합니다.


플레이오프 5차전과 코리안시리즈 4차전 경기전 인터뷰에서 힐만 감독은 어떻게 선수들의 방파제 역할을 해냈는 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오프 5차전 직전 방송인터뷰에서 저는 직전 경기 한동민 선수의 7번 배치의 의미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한 힐만 감독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한동민 선수의 4차전 7번 기용은 그의 부진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날은 좌투수(넥센 이승호)가 선발이었고 그에 따라 김성현을 2번에 쓰면서 한동민이 7번으로 내려간 것입니다. 오늘은 우투수(넥센 브리검)가 선발이기 때문에 다시 한동민은 정상적으로 2번에 배치됩니다.”


코리안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은 오늘 경기 라인업에서 정의윤이 빠진 것이 직전 경기에서 나온 아쉬운 수비가 영향을 끼쳤는 지를 물었습니다. 힐만 감독은


“그 수비는 오늘 경기 라인업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이는 이번 시리즈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경우이고 지난 2년간의 인터뷰에서도 힐만 감독은 이전 경기의 아쉬운 결과를 놓고 결코 선수탓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선수들이 감독의 보호 아래 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밑바탕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그의 야구팀 운영의 리더십은 이렇습니다.


현재 잘하는 선수를 기용하고

기록을 바탕으로 라인업을 작성

기록이 기준이 되지 않을 때는 설득가능한 근거를 제시 철저한 로테이션으로 선수단의 체력을 비축하면서 선수의 플레이를 미디어를 통해 탓하지 않는다.


이렇게 그의 리더십을 요약해보면 철저하고 냉철하고 매사에 합리적이면서도 강인한 리더라는 느낌을 받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매우 의외의 부분에서 인간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미

이번 코리안시리즈를 치르면서 우연히 나눈 한 코치와의 대화에서 그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방송사 중계화면에 잡힌 그 코치의 모습을 보면서 중계화면에 자주 잡히는 방법에 대해서 농담 섞인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코치가 매우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덕아웃에서 코치의 위치는 저희가 정하지 않아요.” “네?” 놀라서 되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공격때는 타격코치와 수석코치, 수비때는 투수코치와 배터리코치가 곁에 있기는 하는데요. 세부적으로 코치들이 서있는 순서와 위치는 감독님이 지정해주세요. 그리고 공격할 때 득점이 나오면 그 위치 그대로 가고 득점이 안나오면 살짝 바꾸고 그러세요. 수비때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그 코치도 웃으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야구선수나 감독들은 대부분 징크스를 따집니다. 안따지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죠. 저는 사실 지난 2년간 힐만 감독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그처럼 합리적이고 냉철한 리더도 징크스를 따를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떠나기 직전의 마지막 시리즈에서 그도 어쩔 수 없는 야구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중계진이고 방송사별 중계순번으로 인해서 SK와이번스라는 팀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그것도 매우 부정기적으로 만나는 환경입니다. 따라서 제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힐만의 리더십에 대한 내용은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을겁니다.


제가 그의 리더십에 대해 지나친 부분들이 있거나 혹은 너무 가끔 마주쳐서 잘못 분석한 부분이 있다면 그와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한 SK담당기자분들이 더 자세하게 분석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그의 리더십에 대한 분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힐만 감독은 KBO와 NPB(일본프로야구)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감독이고, 이런 그의 리더십은 우리의 자산으로 남겨둘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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