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스포츠 김정준 입력 2018.11.13. 09:55 수정 2018.11.13. 10:04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모든 게 닮았다. 1년이라는 긴 재활 기간을 거쳐 팀 동료 품에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은 8년 전 그때처럼 마운드에 있었다. 그리고 2018 한국시리즈 우승의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낸다.
# SK 와이번스와 홈런. 한동민으로 시작해 한동민으로 끝냈다.
8회말 역전에 성공해 한 점을 앞서가자 두산은 9회초 4차전 선발이었던 린드블럼을 마운드에 올린다. 그리고 린드블럼은 김강민과 한동민을 삼진으로 처리한다.
7차전까지 마지막 아웃 카운트 하나, 타석에는 3번 최 정이었다. SK 최 정은 한국시리즈 5경기 동안 단 1안타에 그치고 있었고 두산 린드블럼을 상대해서는 2018시즌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볼카운트 2B-2S, 두산 배터리가 5구 연속 변화구(커브 3/ 포크 2)를 던졌다. 타석의 최정이 전혀 타이밍이 맞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 린드블럼과의 통산 상대기록이 이미 결과를 이야기 있었고 시리즈 내 극심한 부진에 빠진 최 정에게 뭔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5구째에 이어 6구째도 다시 포크, 두산 배터리 양의지와 린드블럼은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SK 최 정은 빠른 타이밍에 파울이 나왔던 앞선 5구째보다 좀 더 움츠리고 기다렸다.
이번에는 배트에 제대로 맞았고 타구는 그라운드 안을 높게 날아갔다. 그 공의 종착점은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홈런이 된다. SK에게는 플레이오프 5차전에 이어 두 번째 기적이 일어났다. 마치 지난 장면의 되돌림처럼 눈으로 지켜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경기가 13회 초에 들어가자 두산은 11회초 2사 만루의 위기를 넘기고 호투하던 이현승을 내리고 유희관을 마운드에 올린다. 역시 이닝의 선두타자 9번 김성현과 1번 김강민을 손쉽게 잡아내며 2사를 만든다.
그리고는 2번 한동민의 초구, 바깥쪽 속구(131KM/H)였고 공은 가운데 높게 몰려 들어왔다. 앞선 두 타자에게 신중하게 투구하던 유희관이 2아웃을 잡자 순간 쉽게 생각한 듯했다.
타구가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2루수 오재원이 자기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한국시리즈 1차전 한동민의 홈런으로 시작한 SK는 다시 6차전 한동민의 홈런으로 한국시리즈를 마무리하게 된다. SK 에이스 김광현은 11회에 이어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불펜에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4회초 2사 1루 강승호의 도망가는 2점 홈런도 초구였다. 두산 선발 이용찬의 난조로 2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5회까지 역투한 두산 이영하의 단 한 개의 실투였다. 투수도 포수도 타자의 적극성에 대해 모두 방심했다.
7차전까지 스트라이크 하나만을 남겨두고 동점 홈런을 허용해 결국 한국시리즈를 정규시즌 2위 팀 SK에 내주고 만 두산은 공 하나의 무서움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 2018 SK 와이번스 빅 볼 야구, 결국 홈런으로 모든 것을 이겨내다.
SK와 홈런 그리고 빅 볼 야구. 하지만 3승 2패로 맞은 한국시리즈 6차전 SK 힐만 감독은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경기에 개입했다. 경기 초반부터 무사에 출루한 주자를 모두 다음 베이스로 보내놓고자 했다. 이러한 벤치의 움직임은 누가 뭐래도 6차전 선발 켈리의 눈부신 호투에 근거했다.
SK는 연장 13회까지 5번의 무사 출루가 있었고 다음 타자들은 모두 번트를 시도한다. 그러나 번트를 성공, 주자를 보내준 것은 11회초 김성현 단 한 명뿐이었다. 4차례의 번트 실패가 나왔다.
벤치에서 번트 지시로 다음 베이스에 주자를 보내려고 할 때는 말 그대로 한 번에 깔끔하게 보내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상대에게 곧바로 역공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두산에 흐름을 빼앗기고 동점과 역전을 허용했던 6회와 8회 모두 수비 이전의 공격에서 번트 실패가 나왔다.
2018시즌 SK 야구는 공격이든 수비든 세밀함으로 한 베이스를 더 가고 덜 보내는 야구는 아니었다. 그 이유로 정규 시즌 팀 방어율 1위에도 불구 흔들림이 많았다. 1위 팀 두산과 14.5경기 차로 벌어지는 수치를 겪기까지 했다.
하지만 ‘강하지만 약했던 그래도 해피엔딩’이라는 표현으로 함축되는 2018 SK 가을 야구는 빅 볼의 강력함을 세상에 다시 한번 알렸다. 그리고 팀의 단점을 메우기보다는 장점을 끝까지 밀어붙여 극대화하는 것도 이기는 또 하나의 방법임을 증명해냈다.
# 존중과 믿음의 SK 힐만 감독의 아름다운 이별, 결국 승자가 모든 것을 가졌다.
물론 여기에는 SK 힐만 감독의 공로가 가장 크다. 미지의 나라에서 2시즌 동안 또 다른 세상의 시선과 싸웠다. 쉽지 않았을 어려움을 이겨내고 믿음과 존중으로 선수단을 이끌며 SK 야구의 방향성을 지켜냈다.
무려 5번의 번트 지시를 내린 6차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SK의 빅 볼 야구는 결코 힐만 감독의 경향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저 그 상황에서 팀이 이기기 위한 가장 높은 확률을 선택하고 끝까지 지켜냈을 뿐이다.
야구에 있어 감독의 역할은 미국이든 일본이든 어디든 그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감독들은 자신이 맡은 팀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때로는 이때문에 밤을 새워 고민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깊은 고민의 터널 끝에 도달한 생각과 방법들은 결국 앞서 이야기한 SK 힐만 감독의 결론처럼 ‘이기기 위한 가장 높은 확률을 선택하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는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된다.
언뜻 쉬워 보이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SK 힐만 감독이 팀을 떠나며 남기고 가는 위대한 유산이다. 물론 SK가 내년 시즌에서도 계속 이기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다시 채워나가야 할 과제들도 많다.
아마도 역대 왕조들만이 가졌던 세밀함의 야구를 더하고 입히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SK 힐만 감독이 세워놓고 가는 토대와 기둥이 없었다면 이 또한 큰 의미를 갖지는 못할 것 같다.
SK는 팀도 선수도 모두 힐만 감독에게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큰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떠나는 힐만 감독도 SK 선수들에게서 영원한 승자의 상징, 우승 반지를 선사 받는다. 이별이 아름답게 느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2018시즌 한국시리즈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지만 승부의 세계는 역시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SK 힐만 감독 이하 모든 스텝과 SK 선수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그리고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은 내주었으나 정규 시즌 정상의 위치에서 서서 멋진 야구를 보여준 두산 선수단도 한 시즌 진심으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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